[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헐~헐~."
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이 열리고 있는 강릉 컬링센터에서는 이상한(?) 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관중석에서 "헐~헐~"이라는 소리가 들리는데요. 예선에서 아깝게 탈락했지만, 믹스더블(혼성 2인조) 장혜지(21)-이기정(23) 조의 경기 운영법입니다.
헐은 영어로 빠르게를 뜻하는 허리(Hurry)를 의미합니다. 아이스의 스톤이 잘 미끄러지도록 빨리 스위핑(소위 빗질)하라고 소리치는 것인데요. 이것이 재미있는지 관중석에서 많이들 따라 합니다. 특히 어린이 관중들이 재미있는지 흉내를 잘 냅니다.
컬링은 지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국내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죠. 4년 뒤 안방인 평창올림픽을 통해 다시 선보이면서 흥미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경기 시간도 국내, 해외 팬들이 모두 즐길 수 있어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전 8~9시대 경기는 해외, 오후 7~8시대 경기는 국내 팬들이 시청하기에도 딱 맞습니다. 지난 8일 저녁 연장 접전을 벌였던 중국과의 경기는 SBS 6.7%, KBS 5.7%, MBC 4.1%(AGB 닐슨 기준)가 나왔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3사 시청률이 16.5%였으니 나쁘지 않은 수치입니다.
좌석 점유율도 꽤 괜찮습니다. 오전, 오후 경기 평균 좌석 점유율이 90% 수준입니다. 3천석 중 2천5백석 이상은 메워진다는 뜻이죠. 컬링장의 한 매니저는 "컬링은 예선의 경우 4경기가 동시에 벌어지기 때문에 팬들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선수들의 말을 귀를 세워 듣는 모습들도 흥미롭다"고 하더군요.
한 백화점에 근무하는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모의 컬링 시설물을 설치했더니 고객들이 줄 서서 굴리는 동작을 취하며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컬링이 친숙한 스포츠로 다가가는 모양입니다.
흥행에 불을 붙인 것은 장혜지-이기정 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장혜지가 "헐"을 외치면 그대로 따라 합니다. 스톤이 상대 스톤을 향해 가면 탄성이 자동 발사됩니다.
장혜지-이기정 조는 2승4패로 아깝게 4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장반석 감독은 "우리가 연장전을 치렀던 두 경기 상대인 OAR(러시아 출신 선수), 중국이 모두 4강에 갔다. 그 경기만 잡아줬다면 4강에 갈 수 있었는데 정말 아쉽더라"고 하더군요.
이들은 11일 스위스전이 끝난 뒤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했습니다. 정신적으로 흔들릴지 몰라 핸드폰도 감독에게 반납하며 살았답니다. 장혜지는 "FT 아일랜드의 이홍기를 만나고 싶다"며 20대 청년의 패기를 던지다가도 이기정과의 호흡을 묻자 눈물을 쏟더군요. "내가 못해서 미안하다"며 청년에서 선수로 돌아가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렇지만, 컬링 보는 재미를 높였다는 것은 확실하게 인정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관중들의 관전 태도도 최고입니다. 장반석 감독은 "2014 소치 올림픽이나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나가면 관중 소음으로 선수들의 집중력이 좋지 않다.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자국 선수가 관중들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하더라. 그런데 이번 평창은 모든 선수가 관중들의 매너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고 하더군요.
14일부터는 더 재미있는 남녀 단체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중화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팬들의 눈높이를 맞췄다는 것은 컬링계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일입니다. 이기정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더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며 지속성을 기대하더군요. 평창이 끝나면 컬링 열풍은 계속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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