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7년 7개월 만에 모두가 일본의 심장부에서 산책 세리머니를 펼쳤다. 한일전이라는 특수한 승부에서 그야말로 가장 시원한 장면이었다.
축구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일본과의 최종전에서 4-1 대승을 거뒀다. 일본전에서 쉽게 보기 힘든 대승이었다.
일본전을 앞둔 기류는 좋지 않았다. 중국전에서 측면 수비가 붕괴하며 2-2로 비겼고 북한전에서는 플랫3 수비를 안정적으로 보여주기는 했지만, 북한의 자책골로 1-0으로 겨우 이겼다.
일본전은 어떤 결과물을 내더라도 지지 말아야 했다. 한국은 2010년 5월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박지성(은퇴)의 골을 앞세워 2-0 승리 이후 일본전 승리가 없다. 박지성은 골을 넣은 뒤 여유로운 표정으로 산책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2010 남아공월드컵을 앞뒀던 일본을 초상집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일본전은 어려움 그 자체였다, 2010년 서울 0-0, 2011 카타르 도하 아시안컵 4강전 2-2 무승부 뒤 승부차기 0-3 완패, 8월 10일 삿포로 0-3 완패를 기록했다.
특히 삿포로 참사는 치욕적이었다. 당시 뛴 선수가 김신욱(전북 현대)이었다. 김신욱은 조커로 나서 패배를 맛봤다. 일본 땅에서 어떤 식으로든 설욕이 필요했다.
2013년과 2015 동아시안컵에서도 각각 1-2 패배, 1-1 무승부였다. 일본은 한국을 라이벌이 아닌 한 수 아래의 팀으로 여기고 있었다. 완벽한 복수가 필요했다.
결국, 이날 김신욱의 두 골, 정우영, 염기훈의 득점을 앞세워 통렬한 승리를 거뒀다. 전반 3분 만에 페널티킥을 내주며 무너지는 분위기를 완벽하게 살렸다.
특히 한일전의 대명사가 된 산책 세리머니를 집단으로 보여준 것이 가장 통쾌했다. 3-1로 앞선 후반 24분 염기훈의 왼발 프리킥이 고바야시 유에 맞고 골이 된 뒤였다.
'최선참' 염기훈을 중심으로 모든 선수가 골대 뒤로 산책을 했다. 일본은 침묵했고 반대편의 붉은악마는 환호했다. 가장 보고 싶었던 장면이 3만6645명 앞에서 제대로 펼쳐졌다. 일본 서포터 '울트라 닛폰'은 야유를 퍼부었지만, 산책 앞에 조용히 묻혔다.
한일전은 상대의 전력에 상관없이 총성 없는 전쟁이나 마찬가지다. 산책 세리머니로 7년 7개월의 응어리를 확실하게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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