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운명의 한 판 승부를 앞두고 한국은 모든 훈련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힘 모으기에 들어간 것이다. 반면 이란은 선수들의 지연 합류에 신경 쓰지 않고 여유롭다..
한국과 이란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을 갖는다. 한국은 4승 1무 3패 승점 13점으로 2위를 달리고 있고 이란은 6승 2무(20점)로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확정하며 1위를 달리고있다.
11골을 넣고도 10실점을 한 한국과 8득점 무실점의 이란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화력은 있는데 수비가 무너진 한국과 효율축구의 극대화를 보여주고 있는 이란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최근 한국은 이란을 상대로 4경기에서 모두 졌다. 4차례 모두 0-1 패배를 기록 중이다.
열세를 뒤집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이란전에 6만 관중을 모으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10만 관중을 이미 경험한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이나 선수단은 6만 관중의 한국 응원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내용이 아닌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국은 이란의 승리 방식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이란은 경기 안팎으로 케이로스 감독을 선봉에 세워 일사불란하게 심리전과 육박전을 동시에 보여준다.
지난해 9월 1일 카타르와의 첫 경기는 좋은 예다. 당시 이란은 후반 45분까지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카타르의 수비에 애를 먹었다. 그런데 추가시간 카타르 골키퍼의 골킥 실수를 놓치지 않고 레자 구차네자드(헤렌벤)가 골을 터뜨렸다.
이후 상황이 문제였다. 이란 선수단은 전부 카타르 벤치 앞을 가로질러 구차네자드에게 뛰어가 세리머니를 했다. 격분한 카타르 지원스태프와 이란 선수 사이에 시비가 붙었고 양 벤치가 모두 뛰어나와 엉겼다. 케이로스 감독은 '무슨 문제냐'며 두 팔을 드는 행동으로 카타르 벤치를 자극했다.
추가시간은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이미 균형이 무너진 카타르는 심리적으로도 흥분했고 알리 레자 자한바크시(AZ알크마르)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0-2로 패했다. 90분 내내 평정심을 유지했지만, 막판 실수와 이란의 비매너에 울었다.
한국은 테헤란 원정마다 같은 상황을 겪은 경험이 있다. 2012년 10월,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케이로스 감독이 곽태휘(FC서울)를 향해 거친 언어를 내뱉어 퇴장당했다. 2013년 6월 울산에서는 한국 벤치를 향해 그 유명한 케이로스의 주먹 감자가 나왔다.
2014년 11월 테헤란에서 열린 친선경기 종료 후 선수대기실로 향하는 과정에서도 시비가 붙었다.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서는 육박전과 심리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반칙도 많다. 주·부심 시야의 사각지대에서 발등을 밟거나 몸을 꼬집는 등 종류도 다양하다. 신사적인 경기를 하려고 애를 쓰는 한국을 바보로 만드는 셈이다. 같은 유혹에 빠져도 '정정당당'하게 경기를 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인해 한국은 매번 잘 싸우고도 진다.
신태용 감독이 두 번이나 이란과 싸우면서 이들의 특성을 익혔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케이로스가 훈련장 잔디로 시비를 걸어와도 "편안하게 머물다 가시라"며 더는 휘말리지 않는 것도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물론 모든 것은 경기에 달렸다. 한국이 좀 더 급한 상황이라 이란이 약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 이란은 지난 2009년 6월 한국 원정에서 박지성에게 실점하며 본선 진출이 좌절된 경험이 있다. 같은 상황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역이용해야 하는 신태용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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