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올해가 더 어렵습니다"
이기형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2일 2017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와 24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잔류 가능성을 묻자 이렇게 잘라 말했다.
'엄살'은 아니었다. 실제로 인천은 지난해보다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 경기 전까지 올 시즌 승점 19점으로 리그 11위(3승10무10패)에 올라있다.
최근 10경기에선 그나마 2승5무3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대로 간다면 K리그 클래식 잔류를 장담할 수는 없다. 승점은 동률이지만 다득점에서 뒤져 최하위로 처진 광주가 여름 이적 시장을 알차게 보내면서 후반기 대반격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비단 이 시즌 뿐만 아니란 인천은 매년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K리그의 '잔류 왕'이라는 별명은 속된 말로 '웃픈' 별칭이다.
지난 시즌 인천은 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수원FC와 경기에서 극적인 1-0의 승리를 거두면서 승점45점(11승12무15패)으로 잔류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김도훈 감독이 중도사퇴했고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이기형 감독으로 바뀌는 예상외의 상황도 있었다. 이 예상외의 카드가 선수들을 결집시켜 결국 잔류를 일궜다. 이 감독은 이름에 빗대 '이기는 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 많은 선수들이 떠나갔다. 대표적으로 수비의 핵심으로 군림하며 K리그 최고의 수비수로까지 꼽혔던 마테이 요니치가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로 떠나며 전력 공백이 예상됐다. 채프만과 부노자 등을 영입하며 공백을 메우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야심차게 영입했던 장신 스트라이커 달리는 11경기 무득점이라는 초라한 기록만 남기고 전반기가 끝나자마자 팀을 떠났다. 문선민, 최종환, 송시우 등 국내 선수들이 분전했지만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기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었다.
분명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이 감독의 의지는 결연했다. "시민 구단으로서 매년 이렇게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아무래도 매 시즌 선수 변화가 많이 일어나다보면 이런 문제는 필연적이다. 이런 문제를 선수들과 함께 헤쳐가야하는 것도 (감독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선수들에게도 이런 어려운 상황을 함께 같이 이겨내가자고 이야기를 했다"면서 굳은 의지를 입에 올렸다.
이날 상대였던 전북은 K리그 클래식 강호 가운데 인천과 가장 대등한 전적을 보여주는 팀이었다. 전력에서 차이는 극명했지만, 통산 전적에서 12승14무12패로 동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최근 10경기 전적 또한 인천을 기준으로 1승6무3패로 결코 크게 뒤지진 않았다.
하지만 인천은 이런 대등한 전적이 무색하게 이날 전반 이른 시간 터진 채프만의 자책골과 에두의 쐐기골에 무너졌다. 수비 라인을 내리고 역습을 꾀하긴 했지만 조성환과 김민재로 구성된 전북의 수비진은 단단했다.
후반 문선민과 송시우 등을 투입했고 이상협까지 투입하며 반격을 꾀했지만 결국 이 수비진을 공략하지 못하고 1-3의 패배를 당했다. 승점이 같았던 광주가 이날 포항 스틸러스에게 2-3으로 지면서 최하위는 면했다. 하지만 6연속 무승 수렁에 빠지게 된 인천이다.
그나마 위안은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진 이후 비슷한 수준의 팀들과 붙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흐름이 너무나도 좋지 않다. 이기형 감독의 고민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눈 앞에 닥친 냉엄한 현실을 극복하고 인천이 다시 한 번 잔류에 성공할 수 있을까. 팬들은 지난해와 같은 기적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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