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바깥은 무더웠지만 한국남자배구대표팀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진천선수촌 다목적체육관 안은 시원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연신 땀을 훔쳤다.
김호철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은 7월 초 재소집됐다. 국제배구연맹(FIVB) 주최 2017 월드리그 2그룹 대륙별 라운드를 끝낸 뒤 짧은 방학에 들어갔다가 다시 뭉쳤다.
'김호철호'는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있다.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 지역예선이다. 두 대회가 연달아 막을 올리기 때문에 일정은 빡빡한 편이다.
대표팀은 재소집에 앞서 선수 구성에 변화가 있었다. 문성민(현대캐피탈)이 재활을 끝내고 다시 태극마크를 단 것은 반가운 일이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선규·곽동혁(이상 KB손해보험) 박상하(삼성화재)가 대표팀 명단에서 빠졌다. 당초 합류가 예정된 전광인(한국전력)도 결국 선수촌에 오지 못했다. 부상과 컨디션 저하가 이유다.
선수 구성상 월드리그때보다 오히려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도 듣는다. 김 감독은 "지금 멤버로 두 대회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선수권을 마친 뒤 곧바로 세계선수권 지역예선에 참가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얼굴이 들어온다면 또 다시 기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춰야한다.
김 감독은 이런 번거로움을 감수하기 보다는 지금 멤버를 잘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이 더 낫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다. 대표팀 선수들은 선수촌에서 단조로운 일과를 보낸다.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주로 하고 팀 및 전술 훈련은 오후에 실시한다. 저녁 식사 후 다시 체육관으로 나와 개인 운동이나 보강 운동을 한다.
그런데 오후 훈련에서는 자주 쉬는 시간을 가졌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날이 더워 그렇다"며 "중간에 짧게라도 휴식 시간을 주는 게 더 능률도 오르고 집중도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선수권까지 남은 시간은 얼마 안됐다. 대표팀은 오는 21일 대회가 열리는 인도네시이로 출국한다. 다음달 3일 귀국한 뒤 그달 6일 다시 인천공항에 모여 이란행 비행기에 오른다.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 지역 예선이 열리는 테헤란으로 가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2020 도쿄올림픽 세계예선전 참가를 위해서는 세계선수권 지역예선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올림픽 세계예선전은 FIVB가 부여하는 랭킹 포인트에 따라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김 감독은 "아시아선수권은 그렇지 않지만 세계선수권 지역예선은 랭킹 포인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아시아선수권을 허투루 뛸 순 없는 노릇이다. 김 감독은 목표를 4강 진출로 잡고 있지만 말을 돌리지 않는 성격답게 바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냉정하게 보자면 4강 진출은 쉽지 않다"고 했다.
아시아배구는 이란이 최강자로 자리잡은 가운데 전통의 강호 일본을 비롯해 중국과 호주가 '4강'으로 꼽힌다. 한국은 이틈을 비집고 들어가야한다. 김 감독은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했다.
아시아선수권이 열리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바로 이란으로 이동하는 것도 고민을 했다. 이동거리와 대표팀 경비도 꼼꼼히 따져봤다. 김 감독은 임도헌·이영택 코치와 주무 등 대표팀 스태프와도 해당 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감독은 "그래도 한국에 와 몇일이라도 푹 쉬고 다시 나가는 방법이 선수들에게 더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그는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목표로 삼는다면 올림픽 세계예선전 통과보다는 앞으로 2년 뒤에 있을 2019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 대회에는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 한 장이 걸려있다. 우승팀이 차지한다.
일본은 개최국 자격이어서 이미 도쿄올림픽 출전이 보장돼 있다. 이런 이유로 2019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오히려 경쟁률이 줄어들 수 있다.
한편 김 감독은 "나 또한 (대표팀을) 맡은 지 얼마 되지않아 이렇게 말하긴 그렇지만 대표팀이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주먹구구식 운영과 지원에서 정말 벗어나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의 대표팀 운영체계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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