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배우 이상윤이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을 마쳤다. 작품은 시청률 20%를 넘겼고 이상윤은 그간의 착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건 배우에게 큰 의미다. 하지만 동시에 벽에도 부딪혔다. 그는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이상윤은 '귓속말'에서 판사 출신 변호사 이동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극 초반 정의로운 판사로 등장해 카리스마를 내뿜었고, 거대한 음모에 휩쓸리며 갈등하고 고뇌하는 모습, 그동안 저질렀던 잘못된 일을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으려는 단호함까지 변화무쌍한 감정을 오갔다.
"기존에 했던 역할들이 주로 가볍고 유쾌하고 따뜻했다면 이번엔 무게감 있고 날카롭기도 한 인물이었어요. 극중 상황이 그렇기도 했지만 캐릭터가 좀 더 힘이 느껴지게 연기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이런 캐릭터도 할 수 있다는 것 정도만 보여드린 것 같아요."
이상윤은 더 힘 있는 캐릭터를 만들지 못한 것에 자책을 했지만 이동준이란 인물 자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겁탈을 했다는 협박을 당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거대 로펌 태백에 발목이 잡히는 것 등 중반까지 족쇄가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윤은 계속 억눌러야 했다.
익숙하지 않은 장르와 극 전개에서 오는 적응의 문제도 어려움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상윤은 잘 이겨냈고 연기 스펙트럼을 좀 더 넓혔다.
"'귓속말'은 큰 이야기의 흐름이 힘 있게 뻗어나갔어요. 제가 했던 작품은 인물 사이의 관계와 감정을 따라가는 대본이 많았고 거기에 익숙했어요. '귓속말' 대본을 해석하는데 실수도 있었을 수도 있고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죠. 혼이 나기도 했지만 좋은 공부를 한 것 같아요."
이상윤이 더 아쉬움을 갖는 건 지난해부터 이어져오던 연기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그 고민은 꽤 깊었고 자아에 대한 물음으로까지 연결됐다.
"작년부터 뭔가 날 잃어버린 것 같아요. 뭔지 모르게 계속 힘들더라고요. 재작년과 작년 차이가 딱 그거에요. 정말 즐겁게 일을 했었는데 작년부터 그리고 올해 '귓속말'을 하면서 뭔가 예민해지고 계속 부족하다는 생각과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게 신경질이 나더라고요.(웃음)"
예전에도 그런 순간이 오긴 했지만 그때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지금이 다른 건 스스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는 이상윤이 지난 10년간 활동해오면서 처음 겪는 극심한 슬럼프 혹은 배우로서의 성장통이다.
이상윤은 지금의 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고민이 깊었고 생각은 많았다. 잘 알려진 농구광인 그는 여유가 생기면 꼭 코트로 나갔지만 이젠 농구도 좀 줄일 생각이고 그 시간에 다른 경험을 쌓기도 하고 많이 돌아다닐 생각이다. 그리고 전문적인 연기 수업을 받을 생각도 하고 있었다.
"제가 연기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좀 더 배우려는 생각이 들어요. 일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을 때 한 선배님이 어느 순간 필요하게 되는 시점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대학원을 통해서나 배우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경험만으로 왔는데 기초지식이 쌓이면 또 다른 게 열릴 수 있으니까요."
아직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할지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스스로 부족함을 인정했다는 것과 그걸 이겨낼 의지가 있다는 것.
그리고 배우로서의 신념이다. 이상윤은 "욕심이 독이 될 수도 있지만 잘 하고 싶다"며 "대중에게 비춰지는 모습은 연기자니까 어떤 작품을 해도 재밌게 이끌어갈 수 있는 배우, 이 사람이 나오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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