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한국 축구가 국제 축구계에 다시 목소리를 낼 통로가 열렸다.
정몽규(55)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8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아시아 축구연맹(AFC) 총회에서 진행된 2년 임기의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서 무투표로 당선됐다.
천운이 따른 평의회 위원 입성이다. 당초 4명이 입후보했지만, 셰이크 아흐마드(쿠웨이트) 아시아 올림픽평의회(OCA) 회장이 금품 수수 등 비리 문제가 터지면서 출마를 철회했다. 함께 나선 장젠 중국 축구협회 부회장, 마리아노 아라네타 필리핀 축구협회장과 함께 평의회에 입성했다.
우여곡절이 있었던 입성이다. 한국은 1994년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FIFA 부회장으로 영향력을 발휘했다. 2011년 5선에 실패하면서 FIFA 내 영향력 행사가 어려워졌다. 동시에 AFC 내에서도 특별한 직책이 없어 끌려다니기만 했다.
정몽규 회장이 2013년 대한축구협회 회장에 취임한 뒤 가장 공을 들였던 것이 FIFA 집행부에 선임되는 일이었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남미·북중미·아프리카 등을 골고루 다니면서 자신 알리기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2015년 선거에서 중동과 일본의 공세에 밀리며 선거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래도 정 회장은 북한을 뺀 아시아 전역을 다니며 세 불리기에 나섰다. 그 결과 입후보에 성공했다. 6년 만의 FIFA 집행부 일원의 탄생이다.
상황 변화도 정 회장의 입성을 이끌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취임하고 기존 집행위원회를 폐지하고 평의회로 변화를 주면서 구성하는 위원의 숫자를 늘리는 등 열린 집행부를 표방했다. 정 회장은 AFC 심판위원장 등 다양한 부서를 경험하며 영향력을 넓혔다.
물론 쉽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평의회 위원 도전을 멈췄다. 올림픽 선수단 단장직에 전념하기 위함이었다. 정 회장을 밀어주기로 약속했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가맹국 중국에서 장젠 후보를 내는 등 화음을 깼다.
행운처럼 AFC 총회가 9월에서 올해 5월로 연기됐다. 정 회장은 자신이 이끄는 현대산업개발 업무를 제외하면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을 앞세워 FIFA 평의회 위원 도전에 집중 공을 들였고 알 사바 회장의 비리 건이 터지는 등 운이 따르며 마침내 성공했다.
정 회장의 입성으로 한국 축구는 FIFA의 정책 결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한국은 현대자동차가 FIFA 후원사 중 한 곳이지만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판티노 회장의 생각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가능해도 평의회 위원은 다르다.
그나마 정 회장을 통해 세계 축구계와의 교류를 다시 넓혔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월드컵 출전권 확대 등 변화가 큰 시기에 2년 임기의 평의회 위원 입성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무엇보다 인판티노 회장과의 교감에서 정 회장이 꽤 괜찮은 인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
정 회장 측 관계자는 "인판티노 회장과는 계속 안면을 익히면서 소통이 괜찮은 편이다. 평의회에서 아시아와 한국 축구의 권익을 높이기 위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가 상당하기 때문에 적어도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다"고 했다.
정 회장도 "재도전 끝에 당선돼 정말 기쁘다. 국제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영향력과 외교력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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