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저 선수는 얼마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알아보면 이적료가 300억이래요."
TV로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최고 라이벌전 중 하나인 FC포르투-스포르팅CP전을 물끄러미 보던 광주FC 남기일 감독은 감탄사와 함께 입맛을 다셨다. "어쩜 저렇게 실력이 좋은지 모르겠다"라며 그저 부럽다는 반응이었다. '저 선수만 광주에 있다면 몇 위는 가능할텐데'가 남 감독의 마음일까.
광주는 팀 창단 후 처음으로 유럽, 그중에서도 포르투갈 알가르베 지방의 포르티망으로 전지훈련을 왔다. 남 감독이 3년 전 포르투갈을 처음 방문해 각종 훈련 환경을 살피고 프리메이라리가를 집중 관전한 뒤 매료됐고 적극적으로 구단을 설득해 훈련이 성사됐다.
포르투갈은 축구 천국이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숙소 TV를 켜면 프리메이라리가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프랑스 리그1 등 유럽 주요 리그가 24시간 내내 나온다. 축구 지옥에 빠진 남 감독에게는 연구 자료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셈이다.
프리메이라리가는 K리그와 많이 비슷하다. 포르투, 벤피카, 스포르팅, SC브라가 등 유럽 클럽대항전에 나가는 강팀이 리그를 주도하고 비토리아 세투발, 보아비스타, 비토리아 기마라에스 등 중위권 팀들이 치열하게 싸운다. 선수가 성장하면 빅클럽으로 팔아 얻은 수익으로 구단을 운영한다. 소위 네덜란드와 더불어 유럽의 셀링 리그다. 선수 유출이 가속화 되고 있는 K리그와 광주가 참고하기에 좋은 리그다.
지난해 시작을 앞두고 광주는 김호남을 제주 유나이티드로 떠나 보냈고 임선영, 제종현 등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키웠던 선수들도 병역 문제로 이탈했다. 그런데도 6~8위권을 오갔고 최종 8위로 시즌을 끝냈다. 박동진, 정동윤, 이민기, 조주영, 윤보상 등 프로 데뷔 첫해인 이들이 남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했다.
올해도 걱정은 태산이다. 지난해 득점왕을 차지했던 정조국이 강원FC로 이적했고 이찬동이 제주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었다. 여름은 상주 상무, 이으뜸이 아산 경찰청으로 가는 등 핵심 전력의 이탈이 상당하다.
포르투갈로 넘어와서 걱정은 눈덩이가 됐다. 필드플레이어 21명과 4명의 골키퍼로 훈련하고 있다. 4명은 부상으로 국내에 머물러 있다. 정조국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공격수를 찾으려 애를 쓰고 있지만, 금액 차이 등 현실적인 문제로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고 있다. 테스트 선수를 활용해 지켜보고 있고 최대한 좋은 선수 발굴에 열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남 감독은 "올해는 우리 팀에 외국인 공격수 비중이 상당히 클 것 같다. 그래서 연습경기를 찾아가서 보게 된다. 좋은 선수가 보이면 기본이 10억이 넘더라. 아무래도 유럽이 시즌이 진행 중이라서 쉽게 구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도 더블 스쿼드를 만들고 싶은데 가능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신인들이 영입됐지만 아직 가능성은 보는 중이다. 이들은 남 감독이 의도를 빨리 파악해야 한다. 남 감독은 "신인들이 어느 정도나 해줄지 모르겠다. 지난해는 신인들이 잘해줘서 나름대로 버틸 수 있었는데 올해도 그럴 수 있을지 봐야겠다. 그래도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잘 만들어보겠다. 분명 또 시즌이 끝나면 2~3명은 다른 구단으로 팔려가겠지만, 그것이 구단의 생존 방식이니까 어쩔 수 없다"라고 전했다.
세밀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점검하는 남 감독은 선수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남 감독은 훈련에서 전체적인 부분을 점검하면서도 공격진 다듬기에 애를 쓰고 있다. 움직임 하나가 틀리면 교정이 되도록 끊임없이 주입한다.
주장 이종민은 "감독님에게는 무엇인가가 있다. 선수들은 그것을 믿고 간다. 지금은 불안하고 힘들어 보이는데 막상 시즌이 시작하면 선수단이 달라진다. 그것이 남 감독님의 힘이지 않나 싶다"라며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일단 생존하면서 선수를 키우고 싶은 것이 남 감독의 마음이다. 그는 "나상호가 몸이 좋아져서 활약을 해줬으면 한다. 조금의 기대감은 있다. 또, 이우혁이나 이한도 등도 기대하고 있다. 전북 현대에서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는데 우리 팀에서 열심히 뛰어줬으면 한다. 물론 전북에서도 두 팀으로 나눠 자주 자체 경기를 했으니 그것으로도 많이 뛰었겠지만, 광주에 왔으니 더 많이 뛰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최대한 고민을 덜고 7시간 정도를 잠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남 감독은 "어려워도 버티려 노력하고 하겠다는 마음을 먹는다면 된다고 본다. 우리 팀의 컬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는 것이다. 그 스타일은 그대로 유지가 될 것이다"라며 상대가 절대 쉽게 볼 수 없는 팀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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