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각각의 결핍과 욕망을 위해 치열하게 달리는 성장 드라마" 양우석 감독이 또 하나의 힐링 가족 영화를 완성했다. 잘 빚은 만두처럼 속이 꽉 찬 '대가족'은 적절한 웃음과 감동으로 시종일관 따뜻함을 선사한다. 각자마다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가족을 떠올리면 뭉클해지듯, '대가족' 역시 가족에 대해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최근 개봉된 '대가족'(감독 양우석)은 스님이 된 아들(이승기)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김윤석)에게 세상 본 적 없던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막힌 동거 생활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변호인', '강철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양우석 감독의 스크린 연출 복귀작으로, 가족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전한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충분히 가족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뭉클한 감동과 기분 좋은 재미가 담겼다.
대체불가 연기력의 배우 김윤석이 대한민국 대표 자영업자 함무옥 역을, 이승기가 주지 스님이 된 함무옥의 아들 함문석 역을 맡았다. 특히 이승기는 스님 역을 위해 삭발까지 감행해 화제를 모였다. 여기에 김성령, 강한나, 박수영, 최무성 등 연기 구멍 하나 없는 배우들의 다채로운 앙상블도 볼거리다. 다음은 양우석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변호인'과 '강철비'에 이어 '대가족'이다. 전작과는 다른 결의 작품인데, 어떻게 시작을 하게 됐나?
"'변호인', '강철비', '대가족'은 저에게 같은 결의 작품이다. '변호인' 연출을 의도치 않게 했고,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앞으로 10년 동안은 사회에 필요한 글쟁이, 연출자가 되기로 했다. '변호인'을 쓸 때 IMF 당시 청소년기였던 친구들이 사회에 나올 때였다. 무조건 사회에서 살아남고 순응해야 하는 애티튜드의 세대다. 그래서 법조인이 법을 안 지키는 사람에게 법을 지키라고 한다. 잘못된 건 항의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는 대사도 있다. 무조건 순응하고 살아남아야 한다가 아니라 잘못된 걸 고쳐야 한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강철비'는 전쟁이 날 수 있는 상황을 알리고 보여주는 것이 영화인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한반도가 어떤 처지에 있는지를 얘기하고 싶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화두는 가족이다. 가족을 만드는 것이 힘든 세대다. 인간이 가장 보수적으로 변하는 것이 가족의 형태와 의미다. 그런데 한 세대 만에 크기, 의미가 다 바뀌었다. 그래서 의구심이 생겼고, 반드시 가족 얘기는 회자되면 좋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 휴먼 코미디가 적절하게 섞인 가족 영화다.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췄나?
"무옥은 이북 출신으로 가족을 잃었다. 그래서 가족에 대한 욕망과 결핍이 가장 큰 사람이다. 유교적 가족관이 있어서 피와 가족, 족보가 중요하다. 피난 올 때 족보를 안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 자기 핏줄이 찾아왔다고 하니 그리로 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가족이 필요하다. 가족의 해체를 막는 건 가족이라, 가족이 간절하다. 문석은 가족이 싫어서 속세를 끊은 사람이다. 결이 다 다르다. 마지막 10분 남겨 놓고 모두가 내 핏줄만 찾고, 우리 가족 헤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하고, 속세를 정리하고 돌아가는 등 자기 일만 한다. 셋 다 자기 욕망을 위해 달린다. 그러다 마지막엔 다 달라진다. 그래서 저에겐 성장 드라마다. 무옥은 가족에 관한 생각이 확대되고, 문석은 잊고 있던 것을 깨닫고 자비와 사랑을 전하는 것에 대해 알게 된다. 가족 해체를 막기 위해 모험을 하고 성장을 해서 또 다른 가정을 이룬다. 각각의 결핍과 욕망을 위해 치열하게 달리는 성장 드라마이고, 캐릭터들의 치열한 전쟁이다."
- 이승기 배우가 이 영화 촬영을 할 때 소속사 분쟁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이 때문에 삭발 장면까지 화제가 됐는데, 촬영할 때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촬영할 때는 촬영에 집중했고, 신경 쓰지 말자고 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 뒤에 소속사 분쟁에 대해 인지하게 됐다. 이승기 배우가 보여준 열정을 훌륭하다고 느꼈고, 저는 개인적으로 잘했다고 봤다. 흔들림이 없었다. 후반 작업을 하면서 들었는데,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받아들여야 하는 업보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
- 삭발하는 장면도 담겼는데 촬영장에서는 어땠나?
"CF를 많이 찍는 분들은 삭발이 힘들다. 그래서 정교하게 가발을 만들어서 드렸는데, 남의 머리다 보니 어색하더라. 그래서 삭발을 했는데, 일상생활을 할 때는 모자를 써서 커버했다. 문제는 머리가 금방 자란다. 그래서 매일 삭발을 해야 했다. 90일 동안 매일 아침에 삭발했다. 여름이 아니라 겨울이라 더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 CF 찍는 건 뒤로 다 미뤘다고 하더라. 본인은 삭발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본인이 머리를 미는 신에서 리테이크가 안 된다. 그때는 많이 긴장했다고 하더라. 스님이 되는 결이 뭘까, 표현도 그렇고 자기가 밀어야 하니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그런데 밀고 나니 계속 자라있어서 "매일 깎아야 하네" 하더라."
- 오영수 배우가 하차하고 이순재 배우가 큰스님 역할을 하게 됐는데 자연스럽게 된 것 같다.
"이순재 선생님은 녹음할 때 얼굴 촬영을 했다. 건강이 안 좋으셔서 현장에서 촬영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해 CG와 AI로 얼굴을 입혔다. 선생님이 드라마 촬영도 하셨을 땐데 몸이 좀 불편하셔서 촬영하기 힘드셨다. 그런데도 흔쾌히 빨리 허락을 해주셨다."
- 극 말미 이승기 배우의 노년 얼굴도 AI로 구현했다고 들었다.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동안이다 보니 분장을 하면 좀 어색하더라. 그래서 분장보다는 그 방식이 자연스러울 것 같았다. 이승기 배우가 보고는 우리 아버지 같다며 깜짝 놀라더라. 개인적으로는 꽤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한다."
- 김윤석 배우는 최근에 장르물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엔 휴먼 코믹 장르를 하게 됐다. 어떤 배우였나?
"연출을 해봤다 보니 연출자의 마인드도 다 이해해준다. 정말 좋았다. 무엇보다 좋은 건, 웃을 때 가수 이효리처럼 눈이 안 보일 정도로 웃는다. 반달 웃음을 지으면서 손주를 맞이한다. 그런 것을 만들 수 있구나, 놀랐다. 무엇을 해도 자신 같이 한다. 최대 장점은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시간이 안 든다. 만두에 속을 넣을 때 그냥 만두 장인 같다. 대단한 배우다."
- 김성령, 강한나 배우도 제 몫을 잘 해내더라.
"제가 배우 복이 좋다는 걸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영화에 윤채나 배우까지 세 명의 여자 배우가 나오는데, 세 분에게 정말 고맙다. 너무 잘해주셨다."
- 캐스팅 과정도 궁금하다.
"만 2년 전에 촬영이 들어갔다. 30개월 전에 캐스팅했는데, 그때 가장 많은 작품이 만들어질 때였다. 1년에 400편 이상이었다. 그래서 캐스팅을 할 때 시놉시스를 주셔야 한다, 뭘 가져와도 3년이 걸린다고 했다. 그런데 '대가족'은 기적이었다. 김윤석 배우가 바로 시간이 빈다고 한다고 했고, 이승기 배우도 드라마 끝난 뒤라 할 수 있다더라.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정말 캐스팅하기 힘들었을 때였는데 1순위 배우들이 해줄 줄 몰랐다. 너무 좋은 배우를 만났고, 천운이 따랐던 작품이다. 캐스팅도 그렇지만 비하인드도 있다. 마지막 모든 가족이 제사를 지내러 갈 때가 2월 말이었다. 원래 시나리오엔 눈 신이었는데, 기온이 14도나 됐다. 꽃길로 바꿔야 하나 싶었다. 그래도 기다려보자 했는데 아침에 눈이 왔다. 그게 마지막 신, 마지막 촬영이었다. 오다가 눈이 그치긴 했는데, 편집할 때 보니까 흐린 날이었고 눈이 그치면서 해가 비치더라. 누가 돕나 할 정도로 '대가족'은 천운이 있는 작품이다."
- 정자 기증이라는 소재를 가져온 이유는 무엇인가?
"80년대엔 상상보다 많은 일이 벌어졌던 시기다. 실제로 정자 기증이 많이 이뤄졌고, 산부인과 교수님들은 의대생에게 가장 믿을 만한, 좋은 유전자를 선택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현실이 더 영화 같다. 무옥은 내 피가 들어가면 연대감이 없어도 내 새끼다 하는 사람이라 기증이 뭐가 중요하냐 한다. DNA가 들어가면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사고를 쳐도 상관없다. 그래서 정자 기증을 생각했다."
-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가?
"가족을 만들기 힘들어진 세대다. 가족의 형태가 축소되고 변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는데, 진짜 가족은 누가 땅을 사도 배가 아프지 않고 연대, 공감, 응원을 해주는 관계다. 함무옥에게 가족은 피다. 50년 전에 벌어졌던 일이 현재 아이에게 생긴다. 이 아이들을 응원하고 지지, 공감하면서 가족이 된다. 그래서 함무옥이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한 제사에 엄청나게 많은 자식이 온다. 피가 안 섞였지만, 공감과 추억을 한다. 가족을 만들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고, 이 영화를 통해 가족에 대해 생각을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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