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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종상, 이병헌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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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상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과감한 소감에 담은 신중한 일침

[권혜림기자] 제53회 대종상영화제가 반쪽 시상식의 오명을 벗기 위해 나섰다. 지난해에 이어 남녀 주조연상 후보들이 대거 불참하며 허전한 모습을 연출했지만 "많이 반성하고 있다. 상처를 어루만져달라"는 말로 쇄신을 약속했다.

27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제53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은 예고된대로 주조연상 부분 후보 중 대부분이 불참해 썰렁한 무대를 연출했다. 남우주연상 수상자 이병헌과 신인여우상 수상자 김환희 외에는 배우들을 대상으로 한 주요 부문의 후보 뿐 아니라 수상자들도 불참했다.

이들에 더해 뉴라이징상을 수상한 '귀향'의 최리, '인천상륙작전'의 김희진, 신인감독상 수상자인 '귀향'의 조정래 감독, 일부 기술상 수상자가 무대에 올랐지만 통상 화려한 영화 시상식의 모습을 상상하는 시청자들에겐 낯설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지난 2015년 대종상은 불참자 수상금지 관련 발언으로 영화계의 차가운 반응을 얻었다. 올해 시상식에서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화려한 스타 배우들의 등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남우주연상 수상자 이병헌의 참석이 애초에 민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관을 기록한 영화 '밀정'과 '덕혜옹주' 관련 배우와 기술부문 수상자들이 불참한 탓에 프로듀서가 수 차례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대신 수상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에 MC 김병찬이 '덕혜옹주'의 프로듀서를 가리켜 "이번 영화제 최다수상자"라고 우스개소리를 할 정도였다. '곡성'으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김환희는 영화가 편집상과 미술상, 촬영상을 수상하자 매번 대신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안기도 했다.

대종상 측은 올해 시상식을 앞두고 촉박한 일정 내 배우들을 섭외하려 애썼다. 후보에 오른 배우들이 하나같이 쟁쟁한 배우들인만큼 시상식이 열리는 오늘(27일)도 앞서 계획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예정된 일정으로 인한 불참 외, 지난해 대종상이 일련의 논란으로 영화계 안팎의 차가운 시선을 받았던 것이 섭외의 큰 장벽으로 작용했다는 시선이 짙었다.

이날 한국영화배우협회 거룡 회장은 배우 김가연과 함께 여우조연상 부문을 시상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 "조연상을 발표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오늘 수상하시는 모든 수상자들이 대거 참여해서 대종상이 다시 태어날 수 있게 협조해주시길 바란다"며 웃지 못할 상황을 만들었다.

그런가하면 시상식의 후반부 남우주연상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이병헌의 과감한 담백한 수상 소감은 최근 영화 팬들의 농담거리가 된 대종상의 현재를 정확히 대변했다.

이병헌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상을 받는 기쁨보다 조금 무거운 마음이 앞선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종상이 그동안 말이 많았고 문제가 많았다. 여전히 그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은 느낌이 있다는 것은 저 뿐 아니라 여러분도 느끼고 계실 것 같다"고 속 시원히 최근 대종상을 둘러싼 문제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53년이라는 긴 시간 명맥을 유지하고 명예로웠던 시상식이 불명예스럽게 이대로 없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 생각한다"며 "어떤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고 해결책인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언젠가 후배들이 제가 20년 전 이 시상식에 오며 굉장히 설레고 영광이었던 것과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이 시상식에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제 우리 후배들이 더 고민하고 노력해 지켜야 할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병헌의 조심스러운 당부가 영화인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올해 영화상 트로피를 독식하며 아쉬울 것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가 굳이 오늘의 무대에 올라 고민어린 얼굴로 털어놓은 속내엔 일견 수긍이 간다. 주최 측의 과오를 과감하게 언급한 수상소감이 대종상 조직의 귀를 열지도, 동료 배우들의 시선을 바꾸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대리수상 금지' 발언을 비롯해 대종상 조직 내부의 갈등 등이 스스로의 명성에 흠집을 낸 일련의 상황이다. 손쉽게 과거의 영광을 돌이키려는 기대는 섣부른듯 보인다. 하지만 시상식의 마지막을 장식한 대종상의 읍소, "반성하고 있으니 조금씩 치유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말이 쇄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어보인다. 오랜 역사의 시상식을 동료들과 함께 지키고 싶다는 이병헌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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