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미국 메이저리그. 올 시즌에는 총 8명의 한국인 선수가 꿈의 무대를 밟았다. 이는 역대 최다 규모다.
맏형 격인 추신수(34, 텍사스)를 비롯해 강정호(29, 피츠버그)와 류현진(29, LA 다저스) 등 기존 빅리거에 오승환(34, 세인트루이스), 이대호(34, 시애틀), 박병호(30, 미네소타), 김현수(28, 볼티모어) 등 4명이 새롭게 데뷔했다. 최지만(24, LA 에인절스)도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 끝에 메이저리거로 올라섰다.
8명의 한국인 선수들 중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선수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선수도 있다. 도전정신이 빛나기도 했고, 불미스러운 소식도 들려왔다. 이에 올 시즌 코리언 빅리거 8인의 활약상을 사자성어로 정리해봤다.
◆'유구무언' 강정호…성폭력 혐의에 음주운전까지
강정호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타율 2할5푼5리에 21홈런 62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야구장 밖에서의 모습이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강정호는 시즌 중 성폭행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음에도 정상적으로 경기에 출전하며 좋은 성적을 올렸다. 그를 고소한 여성도 잠적했다. 그대로 사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듯 했다.
하지만 강정호는 시즌 종료 후 한국으로 돌아와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 동승자에게 운전 책임을 떠넘긴 사실까지 알려졌다. 인명 피해가 없던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었던 강정호. 최근 미국 언론에서는 강정호의 내년시즌 출전이 불투명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와신상담' 김현수…홈 관중 야유 딛고 성공 데뷔
김현수는 올 시즌 '와신상담'했다. 출발은 굴욕적이었지만 성공적으로 데뷔 시즌을 마쳤다. 김현수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3할2리 6홈런 22타점 36득점. 한국인 선수들 중 가장 높은 타율과 가장 많은 92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볼티모어의 홈 관중들은 개막전에서 김현수가 소개되자 야유 세례를 퍼부었다. 김현수가 시범경기 부진에도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한 것이 이유였다. 팬들의 지지도 얻지 못한 채 김현수는 시즌 초반 벤치만을 달궜다.
하지만 김현수는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는 첫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존재감을 알렸다. 이후로도 들쑥날쑥한 출전이 이어졌지만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김현수를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도 끝내 외면하지 못했다.
◆'용두사미' 박병호…화려한 출발, 마이너 마감
아쉽지만 박병호의 올 시즌은 '용두사미'로 끝났다. 시즌 초반 홈런을 펑펑 터뜨리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마이너리그로 강등된 후 다시는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박병호의 올 시즌 메이저리그 성적은 타율 1할9푼1리 12홈런 24타점.
전반기가 끝나기 전이던 6월 중순까지 12홈런을 기록한 박병호는 부진이 거듭되며 7월 초 트리플A로 강등됐다. 트리플A에서 3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는 등 무력시위를 펼쳤지만 박병호에게는 메이저리그 승격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
박병호의 부진은 부상 탓도 컸다. 결국 박병호는 8월 말 오른손 힘줄을 바로잡는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마쳤다. 내년 시즌 박병호가 메이저리거로 자리를 잡기 위한 관건은 다름아닌 건강한 몸상태다.
◆'극기상진' 이대호…꿈 이룬 의미있는 시즌
극기상진. 나를 이기며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간 이대호에게 제법 어울리는 사자성어다. 올 시즌 이대호는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이대호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시애틀과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는 어렵사리 개막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백업 1루수로 시즌을 시작한 이대호 서서히 입지를 넓혀나갔다. 그리고 대타 끝내기 홈런 등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며 타율 2할5푼3리 14홈런 49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시애틀과의 1년 계약이 만료된 이대호는 새로운 소속팀을 구하고 있다. 이대호의 도전정신이 또 어떤 선택을 낳을 지 주목된다.
◆'고진감래' 최지만…감격의 메이저리그 무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태평양을 건너는 선수들은 많다. 하지만 그들 중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 숫자는 드물다.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만 경험한 채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최지만은 6년 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버텨내며 올 시즌 당당히 빅리그에 섰다. 룰5 드래프트를 통해 볼티모어에서 LA 에인절스로 이적한 것이 빅리그 데뷔의 계기였다. 룰5 드래프트로 영입한 선수는 이듬해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90일 이상 포함시켜야 하는 규정이 있다.
고생 끝에 찾아온 낙이었지만, 눈에 띄는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마이너리그 강등도 경험했다. 최지만의 올 시즌 타율은 초라하기만 한 1할7푼. 그러나 5방의 홈런은 최지만의 가능성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칠전팔도' 추신수…부상에 발목잡힌 시즌
일곱 번 엎어지고 여덟 번 거꾸러진다는 뜻의 칠전팔도. 끊임없이 괴로움을 겪는 처지를 이르는 말이다. 올 시즌 추신수가 그랬다. 무려 4차례나 부상자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4월 오른쪽 종아리를 시작으로 5월 왼쪽 햄스트링, 7월 허리, 8월 왼팔(골절) 등 부위도 다양했다. 그 결과 추신수는 48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하며 타율 2할4푼2리 7홈런 17타점에 그쳤다.
소속팀 텍사스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추신수의 존재감은 가을야구에서도 희미했다. 토론토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1타점)에 그친 뒤 2,3차전에는 결장. 텍사스는 3연패로 씁쓸히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일장춘몽' 류현진…1G만에 끝난 복귀
한바탕 허무한 봄날의 꿈이었다. 류현진의 복귀는 1경기만에 막을 내렸다. 7월8일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러 4.2이닝 6실점을 기록한 것이 올 시즌 류현진의 처음이자 마지막 등판이었다.
샌디에이고전 이후 류현진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부상자명단에 등재됐다. 결국 류현진은 팔꿈치의 괴사 조직을 제거하는 관절경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마감했다. 어깨 수술 후 재활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팔꿈치 쪽에 고장이 생겼다.
류현진에 대한 기대감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 CBS스포츠는 지난 18일 류현진을 다저스의 7번째 선발투수로 평가했다. 현재 류현진은 한국에 머물며 재활과 몸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명불허전' 오승환…한미일 끝판대장 위용
오승환의 돌직구는 명불허전이었다. 마무리 투수로 한국과 일본 무대를 평정한 오승환의 공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했다. 오승환은 올 시즌 6승3패 19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1.92의 특급 성적을 기록했다.
불펜 추격조였던 오승환의 보직은 필승조에서 마무리 투수로 한 단계씩 격상됐다. 그런 오승환에게는 끝판대장의 미국식 표현인 '파이널 보스'라는 닉네임이 따라붙었다. 세인트루이스 입장에서 오승환은 부진에 빠진 트레버 로젠탈의 공백을 메워준 구원자였다.
오승환은 한국(277세이브)과 일본(80세이브), 미국 3개국에서 세이브를 올린 진기록도 세웠다. 이는 한국인 투수 최초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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