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첫 시퀀스부터 엔딩까지, 관객을 홀리기 충분하다. 각자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젊은 연인의 이야기에 판타지적 설정을 흥미롭게 녹여냈다. 현실감 가득한 사랑과 미련의 감정은 황홀감을 안기는 감각적 설정들과 만나 신선한 감상으로 이어진다. 영화 '라라랜드'는 관객의 눈과 귀에 더해 마음까지 열어젖히는 매혹적인 수작임이 분명하다.
30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영화 '라라랜드'(감독 데미안 차젤레, 수입 배급 판씨네마)의 언론 배급 시사가 진행됐다. '위플래쉬' 데미안 차젤레 감독의 신작 영화로 기대를 얻고 있다.
영화는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과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 분)의 이야기다. 정통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생업과 음악 생활을 이어가던 세바스찬, 그리고 오디션에서 매번 낙방하지만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는 커피숍 직원 미아는 세바스찬이 연주자로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주어진 캐롤 곡만을 연주하길 요구받던 세바스찬은 멋대로 자유로운 재즈곡을 연주하다 해고되지만, 미아는 오히려 그의 짧은 연주에 매료된다. 이후 파티장의 밴드 세션으로 일하던 세바스찬 앞에 또 한 번 미아가 우연히 나타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재즈에 문외한이던 미아는 세바스찬의 재능과 열정에 감화되며 낯설었던 재즈 음악에 귀를 연다. 그리고 지금은 가난하지만 언젠가 재즈바를 열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정통 재즈의 매력을 알리겠다는 세바스찬의 꿈을 응원하게 된다. 세바스찬 역시 스스로 모노드라마의 극본을 써 연극 무대에 오르겠다는 미아의 희망을 누구보다 열렬히 격려한다.
하지만 여느 연인들처럼 미아와 세바스찬도 뜻밖의 난관을 만난다. 가난을 벗어나 연인에게 조금 더 당당해지고 싶었던 세바스찬은 퓨전 재즈 음악 그룹의 멤버가 되기로 하고, 밴드는 큰 인기를 몰며 투어를 이어간다. 바쁜 일정 탓에, 불안감 속 공연 준비를 이어가던 미아와도 잠시 소원해진다. 미아는 안정적인 인기와 수입을 꿈과 맞바꾼듯 보이는 세바스찬의 결정에 아쉬움을 내비치고, 두 사람의 관계는 위기를 맞는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이지만, '라라랜드'의 서사는 한국의 관객들에게도 더없이 보편적으로 다가갈 법하다. 현실과 꿈의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청춘의 비애, 타인이 좋아하는 무엇과 내가 원하는 길 사이에서의 갈등, 각자의 삶과 미래에 불안을 느끼며 사랑의 감정을 끌어안아야 하는 젊은 연인들의 현실이 피부 가까이 느껴진다.
뮤지컬 영화이기도 한 '라라랜드'를 말하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음악이다. 라이언 고슬링이 부른 '시티 오브 스타즈(City of Stars)'는 영화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엠마 스톤이 미아의 경험을 녹여내 부르는 '오디션(Audition)' 역시 인상적이다.
고전 영화를 향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미지 역시 매혹적이다. 40일 간의 로케이션으로 생생한 색감을 담아 LA의 사계절을 구현했다. 원색을 강조한 여성 배우들의 의상, 인물의 성격을 반영해 대부분 주문 제작한 라이언 고슬링의 의상을 통해서도 영화의 색채를 완성했다. 화려한 색감과 음악이 역동적 조화를 이룬 고속도로 오프닝 신, 도시를 내려다보며 탭댄스를 추는 세바스찬과 미아의 모습 역시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이다.
이런 시각적 자극은 때로 인물들의 상황과 강렬히 대비되며 독특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영화의 엔딩에 이르러서는 남녀의 감정과 아름다운 영상미가 부조화로 느껴질만큼 이질적이지만, 도리어 이런 지점이 관객의 감정을 폭발시키고 만다.
특히 라이언 고슬링의 팬이라면 '라라랜드'는 놓치기 아까운 영화다. 어린 시절 찍힌 영상을 통해서도 잘 알려진 댄스 실력을 비롯해 수준급 피아노 연주 장면도 수 차례 시선을 압도한다. 또 한 가지, 세바스찬을 밴드로 이끄는 키이스 역으로 분한 유명 가수 존 레전드의 등장, 레스토랑의 보스 역으로 출연한 '위플래쉬' J.K. 시몬스의 모습도 많은 관객들에게 반가움을 자아낼 것으로 보인다.
'라라랜드'는 오는 12월7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27분, 12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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