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KIA 타이거즈가 역대 FA 최고액인 4년 총액 100억원을 투자해 최형우(33, 전 삼성)를 영입하며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이범호(35)가 청사진을 그리는 데 좋은 예다.
KIA의 최형우 영입에는 두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첫째, 최형우에게 과연 1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느냐는 것. 둘째는 내부 FA 나지완의 잔류를 비롯해 외야수 자원이 넘치는 가운데 최형우의 영입이 효율적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몸값 100억원이야 최형우가 스스로 증명해야 할 부분. 그러나 포지션 중복 문제는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풀어야 할 과제다. 김기태 감독은 "구상해놓은 것은 있지만 앞으로 시간이 있으니 여러가지 고민을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KIA는 지난 2011년 1월에도 포지션이 겹치는 거물 FA를 영입하며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금은 성공한 영입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범호의 영입이었다.
이범호는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입지가 크게 좁아져 있었고, 친정팀 한화도 이범호의 재영입에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 사이 KIA가 과감하고 재빠른 움직임으로 이범호를 낚아챘다. 계약기간 1년에 계약금 8억원, 연봉 4억원 등 총 12억원의 조건이었다.
당시 KIA에는 MVP 출신의 주전 3루수 김상현(36)이 버티고 있었다. 김상현이 있었기 때문에 이범호가 국내에 복귀하더라도 KIA행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그러나 KIA는 이범호를 영입해 3루를 맡겼고, 김상현은 외야로 포지션을 이동시켰다.
결국 이범호는 2011년부터 올 시즌까지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KIA의 핵심 전력이 됐고 팀의 주장으로서도 선수단을 잘 이끌어왔다. 김상현은 트레이드를 통해 SK 와이번스로 이적한 뒤 kt 위즈의 신생팀 특별지명을 받으며 다시 팀을 옮겼다. 약 6년 전 KIA의 이범호 영입은 그렇게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
KIA도 포지션 정리를 시작했다. 주전 1루수였던 외국인 선수 브렛 필을 지난 25일 KBO에 제출한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것. 이에 따라 또 다른 무게감 있는 외야수 김주찬의 1루 이동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좌익수 최형우, 지명타자 나지완, 1루수 김주찬'의 활용이 가능해진다. 김호령, 노수광, 오준혁, 신종길 등 다른 외야수들은 중견수와 우익수로 기용하면 된다. 번갈아 출전하며 체력을 비축할 수도 있다.
KIA는 2011년 이범호의 영입으로 '포지션이 겹쳐도 좋은 선수라면 어떤 식으로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번 최형우 역시 그런 점에 기대를 걸고 거액을 들여 영입을 성사시켰다. 김기태 감독도 "구단이 좋은 선물을 주셨다"며 "부담감도 있지만 그런 부담은 가져도 괜찮다"고 고무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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