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3년 전이던 2013년 11월 17일 새벽. 한화 이글스가 FA 정근우와 이용규의 동시 영입을 발표하며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정근우는 4년 총액 70억원의 조건에 SK 와이번스에서 한화로 옮겼고, 이용규도 4년 67억원에 KIA 타이거즈를 박차고 나와 한화에 새둥지를 틀었다. 한화는 137억원을 들여 단숨에 국가대표 테이블세터진을 보유하게 됐다.

한화의 파격 행보가 큰 관심을 끄는 사이 이용규를 놓친 KIA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같은 날 점심 무렵 LG 트윈스에서 FA를 선언한 이대형을 영입한 것. 이대형의 영입 조건은 4년 총액 24억원이었다. 두 선수의 몸값에는 43억원의 차이가 있었지만, '발빠른 톱타자감'이라는 점은 같았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원 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 기간이 폐지되고 처음 열린 이번 FA 시장. 우선협상 기간이 끝난 뒤 봇물 터지듯 이적 소식이 들려왔던 3년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장기전을 예고하며 적막함이 감돌고 있다.
그러나 이번 FA 시장에서도 3년 전과 비슷한 점은 있다. 연쇄이동 가능성이다. 이용규의 이적 공백을 이대형으로 메웠던 2013년 KIA처럼 '집토끼 지키기'에 실패한 구단들이 외부 영입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3년 전에는 정근우, 이용규, 이대형에 이종욱(두산→NC 이적, 4년 50억원)까지 각 팀 톱타자만 4명이 시장에 나와 모두 팀을 옮겼다. 한화가 그 중 2명을 쓸어갔고, KIA는 이용규와 이대형을 맞바꾼 셈 쳤다.
이번에는 톱타자가 아닌 선발 투수들이 풍년이다. 김광현(SK), 양현종(KIA), 차우찬(삼성), 우규민(LG)이 FA 시장에 나온 '선발 빅4'로 꼽힌다. 대부분이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어 원 소속구단을 포함, 국내 구단과의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메이저리그의 윈터미팅이 끝나는 12월 초 이후에야 거물급 FA 선수들이 이적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이들 선발 투수 4명의 거취도 쉽게 결정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 스스로도 '장기전'을 생각하고 있는 분위기다.
구단 입장에서는 섣불리 움직이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FA 자격을 얻은 B선수의 원 소속구단이 A선수를 원한다고 치자. 이 경우 B와의 재계약 협상은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FA 계약에 책정된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 B와의 재계약에 실탄을 소진하면 A가 탐나도 잡을 수 없게 된다.

반대로 A선수의 원 소속구단 입장에서는 A를 잔류시키는데 실패할 경우 B의 영입이 A의 공백을 메우는 대안이 될 수 있다. 3년 전 KIA와 비슷한 케이스. B 외에 다른 선발 투수인 C와 D를 영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따라서 일단은 최대어로 꼽히는 FA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한 명의 이적이 연쇄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적이 아닌 잔류 또한 마찬가지. 이적이든 잔류든 최대어의 거취가 결정이 나면 FA 시장이 활기를 띨 수밖에 없다.
일단 15일에는 두산이 '주전 유격수' 김재호와 4년 총액 50억원에 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 FA 시장 제1호 계약의 주인공은 김재호였다. 하지만 관심을 모으는 선발 투수들의 거취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팬들의 궁금증이 풀리기 위해서는 누군가 계약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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