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출발은 좋았다. 괜찮은 활약을 했고 소속팀도 연승행진을 했다. 그런데 1라운드 후반부터 페이스가 떨어졌고 팀도 2연패를 당했다.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외국인선수 톤(캐나다) 얘기다.
현대캐피탈은 2016-17시즌 NH농협 V리그 개막 이후 연승을 이어갔다. 디펜딩챔피언 OK저축은행과 맞붙은 개막전에서 3-0으로 이겼고 이어 라이벌 삼성화재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눌렀다. 우리카드와 다시 한 번 풀세트까지 가는 승부를 펼치며 또 3-2로 이겼다. 접전 상황에서 버티는 힘이 늘어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1-3으로 패해 지난 시즌부터 이어오던 연승행진이 21경기에서 멈췄다. 이어 지난 4일 안방인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전에서 0-3으로 졌다.
현대캐피탈은 이렇게 시즌 개막 3연승 뒤 2연패를 당했다. 3승 2패(승점7)로 그렇게 나쁜 성적은 아니다. 그런데 패한 두 경기 내용이 좋지 않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걱정하던 상황이 경기 중 연이어 나왔다.
톤은 지금까지 V리그에서 뛰었던 외국인선수들과 조금 다른 유형이다. 큰 공격을 책임지는 거포형 공격수는 아니다. 대신 수비와 리시브에서 장점이 있다. 최태웅 감독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고민 끝에 수비력과 공수를 연결해줄 수 있는 커버 플레이 능력을 갖춘 톤을 선택했다.
톤은 매 경기 많은 득점을 올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공격력이 떨어지는 편은 아니었다. 삼성화재와 우리카드 경기에서는 각각 18. 16점씩을 올렸다. 무엇보다 공격성공률이 높았다. 공격점유율이 높지 않은 가운데도 성공 횟수가 많다보니 '영양가 있는 공격'이 가능했다.
또한 현대캐피탈이 초반 3연승을 거두는 동안 리시브 성공률이 눈에 띄었다. 톤은 리시브에 가담하는 횟수가 적은 편이 아니었지만 OK저축은행과 우리카드전에서 각각 53.33%와 58.33%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전력전부터 리시브가 조금씩 흔들리는 조짐이 보이더니 대한항공전에서는 37.07%로 리리시브 성공률이 뚝 떨어졌다. 최 감독은 "톤이 적응하는 속도가 이상하게도 경기를 치르면서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톤이 V리그 적응에 다소 애를 먹고 있는 원인에 대해 최 감독이 예로 든 건 배구공이다. 톤은 해외리그에서 뛸 때 '미카사'나 '몰텐'에서 제조한 공을 주로 때리고 받았다. V리그는 해외리그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미카사나 몰텐 공 대신 국내에서 제작된 '스타' 제품이 공인구다. 몰텐과 미카사 볼은 반발력, 회전력 등이 비슷한 편이지만 스타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최 감독은 "톤의 경우 미카사로 연습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편차가 조금 있다"면서 "팀 합류 이후 차이를 줄이기 위해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톤은 공인구 적응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수가 용품같은 '연장 탓'을 하는 것은 핑계일 수 있지만 개인에 따라 적응하는데 힘이 들 수도 있다. 빨리 이런 부분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경기력이 떨어지고 팀 플레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톤이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하면 현대캐피탈은 전반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를 영입할 때부터 공격쪽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전 세터 노재욱과 레프트 한 자리를 메워줘야 하는 박주형이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8일 KB손해보헙전을 앞두고 최 감독은 답답한 심정이다. 또 패할 경우 연패가 좀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최하위 탈출을 노리고 있는 KB손해보험도 서브가 강한 편에 속한다. 대한항공 선수들은 강서브를 앞세워 톤을 흔들었다. KB손해보험에게는 좋은 참고서가 된 셈이며, 톤은 스스로 이런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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