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준비된 결과.' 넥센 히어로즈 투수 이보근은 올 시즌 KBO리그 '홀드왕'을 차지했다. 중간계투로 뛴 투수들 가운데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것이다.
이보근은 정규리그 67경기에 등판해 5승 7패 25홀드 평균자책점 4.45를 기록했다. 25홀드로 타이틀을 따낸 이보근은 2013년과 2014년 한현희에 이어 넥센 소속 투수로는 두 번째로 홀드왕에 이름을 올렸다.
이보근이 올 시즌 홀드왕을 차지하리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넥센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중간계투진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존 필승조로 활약했던 한현희와 조상우가 모두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전력에서 빠졌다.
넥센의 불펜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위기였지만 이보근이 빈자리를 잘 메우며 중간계투진의 중심을 잡아줬다. 김상수, 마정길 등과 함께 마운드의 허리를 맡아 제역할을 충실히 해낸 것이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넥센은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넥센은 선전을 거듭하며 상위권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연패를 당하더라도 4연패를 넘어서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은 "마운드의 힘이 컸다"고 했다. 넥센은 올 시즌 마운드에서 깜짝 스타를 많이 배출했다. 선발진에서는 15승을 올리며 1선발 역할까지 했던 신재영이 대표적이다.
손승락(롯데 자이언츠)이 떠난 뒷문을 잘 틀어막으며 세이브왕에 오른 김세현의 존재감도 빛났다. 여기에 이보근을 중심으로 한 중간계투진의 분발도 큰 힘이 됐다. 염 감독 얘기처럼 넥센은 선발-중간-마무리 자리에서 모두 새로운 얼굴들이 활약하며 탄탄한 마운드 전력을 꾸렸다.
이보근은 크게 유명세를 타지는 않았지만 야구팬들에게 낯익은 선수다. 그는 지난 2005년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으며 KBO리그에 데뷔했다. 벌써 프로 12년차다.
그동안 이보근은 눈에 띄는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17승 16패 9세이브를 기록했다. 홀드도 14개에 그쳤다. 이랬던 그가 올 시즌 든든한 '믿을맨'으로 자리잡으며 넥센의 정규리그 3위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
당초 이보근은 선발 후보군 중 한 명이었다. 염 감독과 손혁 투수코치는 올 시즌 4 , 5선발을 두고 경쟁할 후보 중 하나로 이보근도 고려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한현희, 조상우가 부상으로 빠진데다 손승락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롯데로 이적했다. 불펜이 허전해지면서 투수진 운영 구상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이보근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중간계투 보직을 받았다. 지난 3월 시범경기 당시 만난 이보근은 "선발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주로 맡았던 자리라 오히려 편안하다"고 불펜 보직을 마음 편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 2009년 팀 마운드에서 마당쇠 노릇을 했다. 선발, 중간,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52경기에 등판해 88.2이닝을 소화했다. 7승 7패 7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하며 전천후로 활약했다. 2011시즌까지 그랬다.
지난 두 시즌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를 하고 복귀한 올 시즌에는 중간계투로 나오긴 했지만 역할은 조금 달라졌다. 추격조나 롱맨 역할이 아닌, 필승조의 핵심으로 팀이 앞서는 경기의 후반을 책임지며 승리로 가는 길을 다졌다. 프로 12년차 시즌에 드디어 관심과 조명을 받는 자리에 선 것이다.
이보근은 장정석 신임 감독의 지휘 아래 새롭게 출발하는 넥센에서 내년 시즌에도 올해와 비슷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현희, 조상우가 정상적으로 복귀할 경우 넥센은 마운드 운영 폭이 넓어진다.
홀드왕까지 차지한 이보근에 대한 기대감은 많이 높아져 있다. 이보근은 올 시즌 활약이 반짝하는 일회성이 아니라는 것을 마운드 위에서 다시 증명해야 한다.
넥센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LG 트윈스의 기세를 넘지 못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LG에 밀려 탈락했다.
플레이오프로 진출하는데 실패했지만 이보근 개인적으로는 한 가지 수확이 있었다. LG전 부진을 벗어던진 것.
그는 정규리그에서 LG를 상대로 7경기에 등판해 6.1이닝을 던지며 1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11.37로 투구내용이 좋지 않았다. 9피안타 5사사구 9실점(8자책점)했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난 LG를 상대로는 달랐다. 2경기에 나와 길게 던지지 않았지만 2.2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LG 공포증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
'장정석호'로 돛을 올린 넥센은 내년 시즌 한 단계 도약을 노리고 있다. '가을야구' 진출을 넘어 지난 2014년 이후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라 우승까지 도전하려 한다. 투타 전력이 모두 안정돼야 이룰 수 있는 목표다. 연륜에다 홀드왕으로서 책임감까지 보태진 이보근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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