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허경민의 발이 두산 베어스에 75%의 확률을 안겼다.
29일 잠실구장. 0-0으로 승부를 알 수 없던 11회말 선두 허경민은 NC 구원투수 임창민으로부터 중전안타를 쳐낸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무사 1루에서 후속 김재호의 타구가 조명탑에 가리면서 행운의 중전안타로 연결됐다. 상황은 무사 1,2루.
끝내기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다음 타자 박건우의 타구는 좌익수 플라이. 약간 깊긴 했지만 쉽게 3루를 넘보긴 어려웠다. 그러나 허경민은 타구가 좌익수 글러브로 빨려들어가자마자 2루베이스에서 태그업한 뒤 전력으로 질주한 다음 3루 베이스 앞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해 살았다. 1루주자 김재호도 이 틈을 타 2루에 도달해 1사 2,3루.
다음 타자 오재원이 고의사구로 걸어나가면서 1사 만루가 됐다. 끝내기 찬스에서 좌타석에 등장한 타자는 3번 오재일. 앞선 4차례 타격 기회에서 침묵한 그는 볼카운트 0-2에서 우익수 나성범에게 향하는 빨랫줄 같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날렸다.
NC 외야진이 전진수비를 펼친 터여서 홈 승부는 쉽지 않아 보였지만 3루주자 허경민은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마치 100m 달리기를 하듯 전력으로 달려든 그는 이번에도 홈으로 거침없이 몸을 날렸고, 포수 김태군의 글러브에 살짝 앞서 홈플레이트를 발로 쓸면서 터치했다.
1-0, 경기가 두산의 승리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이날 허경민은 5타수 3안타로 양팀 타자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성적을 올렸다. 더구나 수비에서도 10회초 1사 3루 위기서 김성욱의 까다로운 3루 땅볼을 잘 잡은 뒤 침착하게 3루주자 김종호를 몰고간 뒤 직접 태그아웃시키면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겼다.
타격과 수비. 그리고 11회말에는 주루에서까지 혼신의 힘을 다한 허경민 덕에 두산은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웃을 수 있었다. 역대 1차전 승리팀이 우승을 차지한 확률은 75%. 허경민의 발이 두산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 수치를 가져다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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