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스포츠·연예 인터넷 미디어 조이뉴스24는 11월 1일 창간 '12'주년을 맞이합니다. 조이뉴스24는 한국 프로축구의 어제와 오늘을 짚어보고 밝은 미래를 조망하기 위해 3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K리그를 진단해보기로 했습니다. 클래식은 '12'개 구단 체제가 4년째이고 11개 구단인 챌린지(2부리그)는 내년이면 안산시민구단 창단으로 역시 '12'개 구단 체제에 접어들게 됩니다. 프로라는 호칭에 걸맞게 리그가 발전하고 있는지, 확장 및 개선 가능성은 없는지 가벼우면서도 의미있게 따져보겠습니다.
[이성필기자] 프로축구 K리그는 1983년 할렐루야, 유공, 대우, 포항제철, 국민은행 다섯 팀으로 출발했다. 이듬해 현대, 럭키금성, 한일은행이 합류하며 8개 구단이 됐고 창단과 해체, 팀명 변경 등 많은 변화를 거쳤다.
1996년 수원 삼성의 참가로 9개 구단 체제가 시작됐고 1997년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이 합류해 10개 구단까지 확장했다. 당시 K리그의 10구단 체제를 두고 시장 규모에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리그의 확장을 원했던 축구계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K리그의 양적 팽창은 2004년 인천 유나이티드, 2006년 경남FC, 2009년 강원FC, 2011년 광주FC의 창단이 잇따라 16개 구단 체제가 만들어졌다. 일본 J리그, 중국 슈퍼리그 팀과 비슷한 숫자였고 유럽 주요 리그 팀 숫자와 비교해도 많이 뒤지지 않았다.
팀 증가에 따라 리그 운영 방식도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다. 1983년 5팀 40경기 단일리그로 시작해 이듬해 전, 후기 리그 후 챔피언결정전으로 바뀌었고 1998년 단일리그 후 4강과 결승전, 2001년 단일리그 회귀, 2004년 전, 후기리그 후 4강전과 챔피언결정전, 2007년 6강 플레이오프로 변신했다. 2013년 승강제 도입에 따른 스플릿 리그로 우승, 잔류, 강등을 가리는 현재 리그의 모습을 갖췄다.
세부적인 부분까지 포함하면 총 13번의 리그 제도가 변했다. 모두 흥행을 위한 몸부림이었지만 떠돌이 경기를 하느라 프로리그의 질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온전히 떨쳐내지는 못했다.
잦은 제도 변화는 팬들의 갑론을박을 불러왔다. 유럽처럼 정통 단일리그제가 맞다는 의견과 프로야구에 젖은 국내 팬들의 특성을 고려해 플레이오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충돌했다.
단일리그제에서는 특정 팀이 독주하게 될 경우 흥미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2014년 전북은 2위 수원에 승점 14점 차로 압도적인 1위를 했다. 일찍 우승팀이 정해지면서 김이 빠지는 아쉬움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플레이오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반대로 플레이오프는 오랜 리그를 치러 얻은 성과물을 한 번에 뒤엎어 1위 팀의 가치를 떨어트린다는 아쉬움이 있다. 2007년 포항 스틸러스가 6강 플레이오프에서 거침없이 치고 올라가 1위 성남FC를 꺾고 극적으로 가슴에 별을 다는 순간 자체는 짜릿했다. 그러나 시즌 내내 애쓰며 1위 자리에 올랐던 성남의 성과가 묻히는 부작용을 낳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고민을 거듭하다 스플릿 체제를 도입해 그나마 안정적인 리그 운영과 흥미를 모두 적당히 잡았다. 특히 올해의 경우 시즌 막판까지 우승,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 잔류, 강등 등 모든 것이 정해지지 않아 더욱 K리그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전북 스카우트 A씨의 '심판 매수' 파문 등 외적 변수가 아니었다면 전북이 압도적으로 우승할 수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제도가 재미있는 상황을 만든 셈이 됐다.
스플릿 제도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당분간은 현 체제의 유지가 불가피하다. 유럽 선진 리그처럼 되려면 최상위~최하위리그 사이의 완전한 승강제가 이루어지고 구단의 안정성까지 구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개인적으로 1년 전까지만 해도 플레이오프를 도입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다시 제도를 변경하기는 어렵다. 스플릿 시스템이 처음에는 문제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나마 나아졌다. 이제 와서 최상위리그 팀 숫자를 늘리고 완전한 단일리그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부리그가 일정한 팀 수를 갖추고 '프로'라는 틀을 정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대한축구협회가 7부리그까지 만들겠다는 정책 비전과 맞물려 추구해야 할 지향점인 셈이다. 생활축구까지 연계해 한국판 '칼레의 기적'이나 공장에서 일하던 무명의 제이미 바디(레스터 시티)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맛보는 것과 같은 일이 K리그에서도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물론 강제적인 팀 창단과 리그 구성은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챌린지와 챌린저스리그(K3리그) 중 한 리그를 선택해야 하는 실업축구 내셔널리그는 몸살을 앓고 있다. 내셔널리그는 완전한 승강제 도입 의지를 가진 축구협회의 정책으로 인해 3년 내에는 분명한 선택지를 내놓아야 한다. 일단 올해가 끝나면 강호 울산현대미포조선은 안산 시민구단으로 흡수된다. 용인시청은 챌린지 참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용인시청은 지난해 참가 가능성을 내비쳤다가 다른 구단들과 집행부의 반대로 발목이 잡힌 바 있다. 축구인의 고용을 위한 의도적인 팀 창단은 문제가 있게 마련이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클래식, 챌린지의 팀 수가 애매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창단 요건을 강화했기 때문에 현 체제가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창단이 조금은 용이한 시, 도민구단의 경우 투명성 없이는 가입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홍보용 등 폐해가 많아서 심사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업구단 창단은 더더욱 어려워진 현실이다. 2015년 이랜드그룹이 서울 이랜드FC를 창단한 것이 1996년 수원 이후 19년 만의 일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한 축구계 인사는 "일부 대기업에서 프로축구단 창단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용히 환경 파악 등 컨설팅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K리그에 워낙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이미지 개선에도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질질 끌다가 창단하지 않는 결론을 내리더라"라고 전했다.
프로연맹과 시민구단에서 모두 일해봤던 서울 이랜드FC의 권성진 사무국장은 "현재 시장 구조에서는 클래식 12팀도 많다고 생각한다. 양적 팽창은 더는 안된다고 본다. 유럽, 일본 기준으로 따진다면 폐업을 해야 할 구단이 많다. '프로'축구라면 축구가 아니라 시장을 봐야 하지 않는가"라며 냉정한 현실에서는 건전한 프로구단만 남고 하부리그에서 경쟁력을 갖춰 최상위 리그로 올라서는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전체의 판을 다시 짜는 구조 개선이 선명하게 진행되지 않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지금 제도 변경은 의미가 없다. 잦은 제도 변경이 축구계에 무엇을 남겼는가. 오히려 1부리그 숫자를 더 줄이는 것이 맞다. 올해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고 있나. 책임을 질 사람은 확실히 지고 인적 강화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이 프로에 맞게 판을 이끌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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