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호프(Hope)'가 된 데이비드 허프(32). 그의 영입은 스캇 코프랜드(29)의 방출과 함께 이루어졌다. 그런데 LG의 외국인투수 교체 시점에는 다소 의문점이 남았다.
코프랜드는 7월7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등판해 1.2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그러자 그 이튿날인 7월8일 코프랜드의 방출과 허프의 영입 소식이 전해졌다.
마지막 등판에서 2이닝도 채우지 못한 채 무너졌고, 시즌 성적도 13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5.54에 그쳤으니 코프랜드의 교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그러나 등판 다음날 교체가 발표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이미 허프의 영입은 결정된 상황이었다. 만약 코프랜드가 삼성전에서 완봉승을 거뒀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만큼 LG는 허프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3년 간 영입에 공을 들이며 지켜본 결과였다.
코프랜드도 좋은 투수였다. 성적은 그저 그랬지만, 구위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좀 더 KBO리그에 적응을 하고 자신감을 찾았다면 또 다른 투수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였다.
실제로 코프랜드가 LG에서 방출된 후 그의 영입에 관심을 갖는 구단도 있었다. LG도 코프랜드를 방출하기에는 아까운 자원이라 생각했다.
허프의 영입은 LG에게도 위험부담이 있었다. 아무리 확신을 갖고 있더라도 외국인 투수의 국내 무대 성공 여부는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 다행히 LG의 선택은 '정답'이 돼 돌아왔다.
허프도 코프랜드와 똑같이 13경기에 등판했다. 그러나 성적은 7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3.13으로 훨씬 좋았다. LG는 허프의 영입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4위로 정규시즌을 마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섰다.
LG가 4위를 차지한 배경에는 허프가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KIA와의 치열한 4위 싸움이 전개되던 시점에서 허프가 KIA전 2경기에 등판해 2승(7.1이닝 2실점, 7이닝 무실점)을 거둬준 것. 냉정히 말해 허프가 없었다면 LG의 4위는 불가능했다.
포스트시즌 들어서도 허프는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지난 10일 KIA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는 7이닝 4실점(2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내야 실책의 영향이 컸고, 구위도 여전히 강력했다. 이어 16일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7이닝 1실점 역투로 승리를 따냈다. KBO리그 포스트시즌 첫 승.
LG가 꼴찌를 걱정하던 처지에서 포스트시즌에 진출, 플레이오프까지 바라보고 있는 반전을 이룬 중심에는 허프가 있다. 과감하고 확신에 찼던 외국인투수 교체가 LG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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