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결국 이번에도 수비라인은 오작동했다.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측면 수비가 또 문제의 근원지였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밤(이하 한국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4차전 이란 원정에서 0-1로 패했다. 이란 원정 무승 악몽에서 또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앞서 우즈베키스탄(승점 9점)이 중국(1점)을 2-0으로 이기면서 한국(7점)은 이란(10점), 우즈베키스탄에 밀려 3위로 추락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수비라인에 오재석(감바 오사카)-곽태휘(FC서울)-김기희(상하이 선화)-장현수(광저우 푸리)를 세웠다. 지난 6일 카타르전과 비교해 홍철(수원 삼성) 자리인 왼쪽 풀백에 경고 누적에서 돌아온 오재석이 서고, 카타르전 퇴장을 당한 홍정호(장쑤 쑤닝)를 대신해 곽태휘가 선발로 출전했다.
최종예선 들어 한국의 수비라인은 계속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의 1차전은 오재석-홍정호-김기희-장현수, 시리아전은 오재석-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장현수-이용(울산 현대)이 나섰다.
호흡이 중요한 수비라인인데 잦은 변화는 제아무리 훈련을 많이 해도 안정감을 갖추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이날 한국의 수비진이 과연 피지컬 능력이 좋은 이란을 상대로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 의문이었다.
전반 초반은 잘 버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감이 드러났다. 특히 좌우 불균형 문제가 고민이었다. 전문 풀백 요원이 있는 왼쪽 측면과 달리 오른쪽의 장현수는 스스로도 고민을 안고 계속 출전 중이었다.
카타르전에서도 측면 뒷공간 커버가 늦어지면서 실점했던 기억이 있었던 슈틸리케호는 이날 이란전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연출하며 선제골을 허용했다. 전반 25분 오재석의 오버래핑으로 생긴 뒷공간 커버가 늦었다. 역습이 강력한 이란은 라인 레자이안이 빠르게 치고 들어가 중앙으로 패스를 했고 중앙 수비진이 자리를 잡기 전에 사르다르 아즈문이 왼발 논스톱으로 방향을 바꿔 골망을 흔들었다.
실점 장면 외에도 장현수의 전진 패스가 전방으로 올라가지 않는 등 한국의 빌드업은 정체된 모습이었다. 공수 양면에서 모두 문제가 되는 수비였다.
비단 좌우 측면만 문제는 아니었다. 중앙에서도 이란의 압박으로 전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패스가 자주 차단 당했다. 공격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비 전형도 갖춰지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홍철을 교체 투입했다. '좌 홍철-우 재석'이 자리 잡으면서 장현수는 자주 뛰었던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이동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자신의 전술적 실패를 시인한 투입처럼 보였다. 장현수가 몸에 맞는 포지션으로 가면서 조금은 플레이가 나아졌지만 한 발을 더 뛰는 이란의 활동량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은 몸싸움에서도 열세였다. 경합에서 한국 수비진이 튕겨 나가자 이란은 마음놓고 빠른 패스로 공격을 시도했다. 카타르전 후 장거리 원정으로 피곤했던 한국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가중된 경기였다. 내년 홈에서 다시 만나게 될 이란을 상대로 어떤 대처법을 들고 나설지 고민이 커진 슈틸리케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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