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부담없는 마음가짐이 이렇게 중요하다.
모두가 쉽지 않을 것이라던 와일드카드 1차전을 잡은 KIA 타이거즈의 승인은 결국 '잃을 게 없는' 홀가분한 자세에서 비롯됐다.
10일 잠실구장. 경기 전 양팀 덕아웃의 분위기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두 팀 모두 시즌 막판까지 '사생결단'의 싸움 끝에 포스트시즌 막차를 탔다. 자신감이 넘치기 마련이다.
4위를 차지한 LG나 마지막에 5위를 확정지은 KIA나 평소 덕아웃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수들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훈련에 힘했고, 취재진과의 대화에도 적극적인 편이었다. 김기태와 양상문 두 감독 또한 몰려든 취재진의 질문에 최대한 성의껏 답변했다.
그러나 닮은 점은 여기까지. 오후 6시30분 플레이볼이 선언되자 두 팀의 몸놀림이 조금씩 달라졌다. 헥터(KIA)와 허프(LG)의 역투는 한치 우열을 가리지 못할 만큼 치열하게 이어졌지만 타자들의 모습에서 미세한 차이가 목격됐다.
KIA 타자들은 3회까지 무안타로 끌려가면서도 자신있는 스윙을 이어간 반면 LG는 초반 계속된 찬스에서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하자 초조해진 기색이었다.
LG는 1회 2사 1,3루서 채은성이 삼진, 2회 1사1루에선 유강남이 병살타에 그치면서 초반 기선제압 기회를 놓쳤다.
그러자 KIA에 기회가 왔다. 3회까지 무안타 빈공에 그치던 KIA는 4회 선두 필의 중전안타와 나지완의 우측 2루타로 1사 1,3루 첫 득점기회를 잡았다. 성급하게 초구에 달려든 이범호가 2루수플라이에 그쳤지만 안치홍 타석 떄 뜻밖의 상황이 전개됐다. 평범한 땅볼을 처리하려던 LG 유격수 오지환이 공을 옆으로 빠뜨리면서 주자 2명이 한꺼번에 득점한 것. 경기의 주도권을 처음으로 잡은 KIA 덕아웃엔 떠나갈 듯한 함성이 가득했다.
4회 2득점이 행운의 결과였다면 6회 추가점은 '야구의 정석'이었다. 이번에도 필의안타로 물꼬를 텄다. 특별히 2번 타자로 전진배치된 그는 우익수 옆 2루타로 멍석을 깔았고 김주찬의 의도적인 멀어치기 1루땅볼로 1사 3루. 4번 나지완은 착실한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필을 불러들였다.
8회에도 선두타자 살아나간 뒤 쐐기득점까지 올렸다. 노수광의 중전안타와 희생번트로 1사 2루. 필이 1루수 파울플라이로 죽었지만 또 다른 베테랑 김주찬이 우전 적시타를 터뜨리며서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표면적인 승부처는 4회 2실점의 빌미가 된 오지환의 실책이었다. 하지만 면밀히 뜯어보면 주자가 나갈 때마다 착실한 진루타와 적시타를 쳐낸 KIA 타선의 '냉철함'이 결국 승부를 가른 요인이었다.
김기태 감독 부임 2년째인 올해 KIA는 '가을 야구를 하면 좋지만 못해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즌'으로 여겨왔다. 뜻밖에도 시즌 막판 무서운 상승세를 타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이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장소는 적지인 잠실이다. KIA로선 이기면 좋지만 져도 아쉬울 게 없는 경기였다.
반면 2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LG는 내심 '더 큰 꿈'을 꾸고 있었다. 시즌 중반부터 투타의 밸런스가 맞아 떨어지면서 늦가을까지 야구를 하겠다는 생각이 의식하지 않아도 들기 마련이다. 주요 승부처에서 경직된 모습을 보여준 이유였다.
결국 경기 내내 큰 부담 없이 '자기 경기'를 해낸 KIA가 1차전을 웃으면서 끝마칠 수 있었다. 2차전에서도 누가 더 부담없이 움직이느냐에 따라 희비가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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