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배우 유해진이 영화 '럭키'에 자신의 과거를 녹여냈다. 극 중 킬러였다가 무명 배우와 뒤바뀐 삶을 살게 된 인물로 분한 그는 10여년 전 실제로 무명 배우로 살았던 자신의 기억을 돌이켜 캐릭터를 살려냈다.
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럭키'(감독 이계벽, 제작 용필름)의 개봉을 앞둔 배우 유해진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는 성공률 100%, 완벽한 카리스마의 킬러가 목욕탕 키(Key)때문에 무명 배우로 운명이 바뀌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에서 유해진은 킬러 형욱 역으로 분했다. 우연히 들어간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지는 바람에 기억을 잃고 운명에도 없던 무명 액션 배우의 삶을 걷게 되는 인물이다.
영화 속 무명 배우의 삶은 애초 재성(이준 분)의 것이었지만, 형욱을 연기한 유해진에게는 실제 삶 속에 녹아 있는 기억이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형욱이 과거를 잊은 채 재성의 삶을 대신 살게 되는 과정을 그리며 10여년 전 무명 배우로 살아가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 모습은 저의 과거와 굉장히 많이 비슷해요. 그런 면을 감독님이 저에게 맡겨준 것 같아요. 감독님이 무명 배우를 책으로 공부한 분이라면 저는 몸으로 한 과거가 있죠.(웃음) 볼펜을 끼고 연습하는 장면도 그래요. 실제로 제가 공원에서 그렇게 연습을 많이 했어요. 우연찮게 비슷했던 것이, 제가 10여년 전 아현동 굴레방다리 있는 후배의 옥탑방에 얹혀 살았는데 딱 그 곳이 영화 속 장면과 굉장히 비슷해요. 옛날 생각이 많이 났죠. 헬스장에 다닐 여유는 없으니 윗몸일으키기를 하며 발성 연습도 하고 몸도 단련했고요. 그래서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유해진은 액션물부터 추리물, 코미디물까지 최근 몇 년 간 스크린에서 쉼 없이 활약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 온 배우다. 유해진은 혹시 꼭 지키고자 하는 배우로서 철칙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도 답했다.
그는 "크게 이야기하면, 나를 '배우 유해진'이라 부르는데 그 앞에 '배우'라는 말이 덜 민망할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다"며 "그것만은 지키려 한다. 그건 흥행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다. 공식적 행사에서 '배우 유해진입니다' 했을 때 '쟤가 아직도 배우라고 하고 다니네?'라고만 안했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그럴 때가 되면 알아서 그만둬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가장 큰 비중을 짊어지고 영화를 끌고 가는 일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는지 묻자 유해진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물론 부담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주연이든 조연이든 어떤 것을 하든 마찬가지"라며 "작품이 좋다고 혼자만 느끼면 안되는 것 아닌가. 영화의 스태프들. 투자자들이 보람을 느끼는 정도만 돼도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관객수가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람을 느끼는 정도만 됐어도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담은 있죠. 흔히 이야기해 손익분기점만 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요. 수치로 이야기하는 것은 싫어하지만, 많은 분들이 손해를 보지 않고 웃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오는 부담감은 있어요."
이날 인터뷰에 유해진은 'LUCKY(럭키)-13'이 적힌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개봉을 앞둔 영화의 제목과 개봉일이 동시에 새겨진 모자였다. 그는 집에 있던 이 모자를 우연히 발견하고 행운의 징조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해맑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래된 모자인데 얼마 전 쓰다보니, 희한하게 '럭키-13'이라 써 있네요. 개봉일이 13일인데 말이에요. 어디서 구한 게 아니라 집에 있던 겁니다.(웃음) 마침 오늘 이걸 쓰고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썼어요. 최근 저의 부적 같은 물건이 됐죠."
'럭키'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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