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많이 늘었더라구요." 남자프로배구 한국전력의 외국인선수 바로티(헝가리)는 V리그 유경험자다.
바로티는 지난 2013-14시즌 OK저축은행(당시 러시앤캐시)의 첫 외국인선수였다. OK저축은행은 그 시즌 V리그에 처음 참가했는데 외국인선수 영입에 애를 먹었다.
시즌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바로티와 계약했다. 한국에 온 바로티는 초반에는 고전했다. 마음먹고 때린 스파이크는 라인을 벗어나거나 상대 블로킹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V리그 적응에 힘들어하는 바로티를 보며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도 걱정을 했다. 김 감독은 바로티를 잘 다독였고 1, 2라운드를 지나 3라운드부터는 조금씩 자리를 잡으며 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바로티는 OK저축은행과 재계약에는 실패했다. 이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었고 이번 시즌 V리그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 신청을 하며 다시 한 번 V리그 무대를 노크했다. 그는 지난 5월 열린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3순위로 한국전력에 지명됐다.
바로티는 자신의 두 번째 V리그 시즌을 앞두고 지난 22일 청주체육관에서 개막한 '2016 청주·KOVO(한국배구연맹)컵 프로배구대회'에 출전하며 먼저 선을 보였다. 이번 컵대회에서 그는 한국전력의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거뒀다. 반면 OK저축은행은 3패를 당하며 대회 일정을 일찍 마쳤다. 바로티는 28일 친정팀 OK저축은행과 맞대결에서도 펄펄 날았다. 두 팀 합쳐 가장 많은 28점을 올렸고 후위공격 9개, 블로킹 3개, 서브에이스 4개를 기록하며 트리플 크라운도 달성했다.
김세진 감독은 "바로티가 우리팀에 있을 때는 나이도 지금보다 어렸고 다듬어지지 않은 구석도 많았다"며 "그동안 구력도 쌓이며 많이 의젓해진 것 같다. 3년 전에는 공격이 막히면 의기소침하고 그랬던 적도 많았는데 자신감도 넘친다. 이제는 경계 대상이 됐다"고 달라진 바로티를 평가했다.
바로티는 공격성공률도 58.30%로 높았다. 서브를 넣거나 스파이크를 시도할 때 잔발로 스텝을 밟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OK저축은행에서 뛸 때와 달라진 부분이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팀 연습 때 스텝과 스윙에 대해 바로티에게 얘기를 했다"며 "공을 때릴 때 각도와 타점을 어떻게 하면 더 살릴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바로티도 바로 잘 알아들었다. 이번 대회 3경기에서 조금씩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OK저축은행은 3패를 당하는 동안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3경기 모두 세트스코어 0-3으로 무릎을 꿇은 것이다. 지난해 컵대회 준우승,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팀으로선 자존심이 상할 법한 결과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거둔 성적이 실망스럽다"며 "외국인선수(마르코 보이치)가 없고 송명근이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모든 건 핑계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나도 그렇고 선수들도 지난 두 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자만했다고 본다. 컵대회 성적을 교훈 삼아 팀을 다시 추스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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