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머리싸움에서 최강희 감독이 우세승을 거뒀다.
전북 현대는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을 치렀다.
서로가 잘 아는 상대였기 때문에 승부 예측 자체가 쉽지 않았다. 올해 상대 전적에서 전북이 3전 전승으로 압도했다고는 하지만 토너먼트로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4강전 두 경기는 성격 자체가 다르고 경기 내용도 달리 가져가야 한다. 당연히 양 팀 사령탑의 전술과 선수 기용에 관심이 갔다.
전북 최강희 감독의 승부수는 최철순의 중앙 미드필더 기용이었다. 이호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2년차 장윤호를 8강 상하이 상강(중국)전과 8월 서울과의 세 번째 맞대결에 내보내 재미를 봤지만 4강전이 주는 무게감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보고 경험이 많은 최철순을 내세웠다.
최철순 중앙 미드필더 카드는 이미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지난해 30라운드 서울과의 맞대결에서 아드리아노의 저격수로 최철순을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시켜 상대를 꽁꽁 묶었다. 앞서 치렀던 감바 오사카(일본)와의 8강 1차전에서도 우사마 다카시를 봉쇄하는 등 경험 면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사실 최 감독은 경기 하루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장윤호의 출전을 시사한 바 있다. 최 감독은 "그 자리(중앙 미드필더)가 플랫4 수비를 세우면 가장 중요하다. 플랫4 앞에서 빌드업 등으로 수비를 보호해줘야 하는데 이호가 부상이고 신형민은 전역해서 K리그만 뛸 수 있어서 아쉽다. 장윤호가 나이는 어리지만, 장점이 많다. 본인의 능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선발로 나서 좋은 모습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최 감독의 카드는 최철순 기용이었다. 왼쪽 측면 수비수 박원재의 컨디션이 좋고 오른쪽 측면의 김창수도 부상에서 회복해 정상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기선제압이 중요한 1차전에서 승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수비 안정부터 이루고 장기인 공격으로 결과는 내자는 것이었다.
최철순 효과는 이전 경기보다 더 좋았다. 우사미나 아드리아노를 단순히 막는 데 치중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서울전에서는 앞선의 이재성, 김보경 두 공격형 미드필더의 공격에도 제대로 도움을 줬다. 패싱력이 뛰어난 이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뛰도록 최철순은 왕성한 활동량으로 아드리아노와 데얀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후방에서 최철순이 수비진을 보호하며 잘 버텨주니 김신욱은 최전방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후방에서 볼이 연결되면 가슴이나 머리로 떨어트리고 좌우의 스피드가 뛰어난 레오나르도, 로페즈가 속도전으로 서울 수비를 허물었다. 수비수 10m 뒤에 있다가도 주력으로 따라잡아 골을 만들었다.
반대로 황선홍 서울 감독은 플랫3 수비를 시도하면서 맞대응을 위해 3-5-2 포메이션에서 중앙 미드필더에 김원식을 홀로 놓고 주세종을 전진시켜 이석현과 공격을 지원하도록 유도했다. 최철순 홀로 버티는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는 전북 공격 전개의 통로로 활용됐다. 이석현, 주세종 중 한 명의 수비 가담이 늦어졌고 전북은 철저하게 침투 패스와 2대1 패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서울의 틀을 허물었다. 전북은 전반에만 3골을 몰아넣었다. 서울은 제대로 역풍을 맞은 것이다.
서울은 전반을 슈팅 하나 없이 마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내고 말았다. 슈팅수 0-9, 유효슈팅 0-6 등 기록에서 압도 당했다. 결국 황선홍 감독은 전술적 실수를 인정하듯 후반 시작과 함께 김원식을 빼고 정인환을 투입해 수비를 정비했다.
오스마르를 원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려 득점에 치중하도록 했고 전북 수비진이 미처 정비를 하기 전인 30초 만에 기습적으로 주세종이 골을 넣으며 한 골 만회를 했다. 후반 10분에는 최철순의 경고를 유도하며 다음 달 19일 열리는 2차전에는 경고 누적으로 나서지 못하게 만드는 작은 성과도 있었다.
후반 서울의 경기력도 다소 달라져 몇 차례 공격 기회도 얻었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결국 김신욱의 추가골까지 터지며 전북이 4-1로 완승을 거뒀다.
홈 2차전에서는 어떻게든 묘수를 찾아 전북을 넘어서야 하는 서울이다. 반대로 전북은 흐름을 잘 유지하면 되는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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