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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밥서 백조로…오재일이 설명한 '대변신'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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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빼는 타격 눈 뜨면서 잠재력 폭발…김재환과 '영혼의 콤비'

[김형태기자] "30홈런이요? 헐~"

오재일(30, 두산 베어스)은 깜짝 놀라면서 반문했다. 개인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30홈런 욕심이 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홈런수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며 믿기 어려운 답을 내놨다.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지난 22일 잠실 kt 위즈전에서도 결승홈런을 친 주인공이다. 어느덧 26호로 30개에 4개를 남겨뒀다. 9월에만 7개의 타구를 담장 너머로 보낸 그로선 욕심이 날만할 터.

그러나 그는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개인 기록을 보긴 하는데 홈런에는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아요. 풀시즌도 치르지 않았는데,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보거든요. 거짓말 아니고 요새 홈런을 전혀 의식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더 잘 맞는 것 같네요.

기록표를 천천히 살펴보면 오재일의 이름에 주목하게 된다. 타율 3할2푼3리 26홈런 88타점. 출루율 4할1푼7리 장타율 0.610에 이 둘을 합친 OPS가 1.027이다. 아무리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이라지만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숫자다. 이런 선수가 왜 그 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지 의아해질 정도다.

더 놀라운 건 출장 경기수다. 단 99경기 426타석만에 저런 무시무시한 성적을 올렸다. 비율 기록이야 경기수가 적을수록 유리하니 차치하더라도 홈런수는 단연 눈에 띈다. 26일 현재 오재일은 황재균(롯데), 히메네스(LG)와 함께 홈런부문 공동 9위에 올라 있다. 올 시즌 20홈런 이상 기록한 24명 가운데 100경기를 치르지 않은 선수는 그와 마르테(kt, 91경기 22개) 뿐이다. 홈런 톱10 중 오재일을 제외한 최소 경기는 황재균(118경기)이 기록했다. 그는 오재일보다 22경기나 더 출전했다.

경기당 0.26개, 타석당 0.06개의 홈런수. 500타석으로 환산하면 30개, 600타석으로는 36개에 해당한다. 그가 풀시즌을 치렀다면 이범호(KIA, 539타석 32개, 홈런 5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오재일이 풀시즌을 치르지 못한 건 익히 알려진대로 옆구리 부상 때문이다. 그는 "시즌 초반만 해도 몸에 힘을 잔뜩 주고 타격했다. 워낙 전력으로 휘두르다보니 허리가 무리하게 돌아갔고, 옆구리 근육이 말썽을 일으켰다"며 "그것 때문에 한 달 가량 결장했는데, 그게 좀 아쉽다"고 했다.

힘을 빼는 타격은 이런 과정을 겪고 나서 체득했다. 우선 다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하다 보니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스윙이 갖춰지게 됐다. 그는 "기술적으로는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다만 몸에 힘을 빼면서부터 정확도가 좋아졌고, 덩달아 큰 타구도 자주 나오게 됐다. 지금은 내 스윙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두산의 최고스타로 떠오른 김재환(26)과 함께 팀 타선을 이끌어가는 중심타자다. 두살 터울로 같은 왼손 파워히터인 이들은 이천에서부터 '타선의 핵심 듀오'로 활약했다. 지난 2012년 이성열(한화)과 맞트레이드로 넥센 히어로즈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뒤 오재일은 이천의 베어스파크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이 때 역시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김재환과 함께 타선의 3·4번 타자를 도맡으며 경쟁하듯이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지난 2014년 12월7일 3시간의 차이를 두고 결혼식을 올린 묘한 인연도 있다. 이천의 콤비에서 같은날 백년가약을 맺었고, 올 시즌 약속이나 한 듯 잠실에서 3·4번 타순을 맡아 커리어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연의 일치라기엔 보통 인연이 아닌 듯하다.

오재일은 "재환이와는 워낙 오랫동안 함께 지내서 너무 잘 안다. 서로 스스럼 없이 농담도 하고 서로 잘 하자며 격려도 하는 사이다. 올해 둘 다 잘 하고 있어서 참 좋다"며 웃었다.

187㎝ 95㎏인 오재일은 곰같은 체구이지만 타격하는 모습은 무척 섬세하다. 타석에서 공을 매우 세심하게 고른다. 장타력이 만개하고 있는데다 타격의 정확성마저 몰라보게 좋아졌다. 타자로서 한 단계 이상 올라섰다는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렇지만 오재일은 여전히 절박하다. "잘했다고 하지만 아직 멀었어요. 좀 더 잘 해야 한다는,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 뿐이죠. 그건 모든 선수 다 마찬가지에요."

지난해 기록한 타율 2할8푼9리 14홈런 36타점이 개인 최고 성적이었다. 그의 대변신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이 있다. 1987∼1998년 해태와 쌍방울에서 역시 거구의 좌타 1루수로 활약한 박철우 타격코치다.

오재일은 "이건 꼭 말하고 싶어요. 지난해 겨울부터 정신적, 기술적으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네 스윙이 좋으니까 자신있게 하라'며 항상 자신감을 주신 분이지요. 경기 중에도 '부담갖지 말고 편안하게 하라'며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정말 고마운 분입니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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