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일찌감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두산은 시즌 내내 1위를 독주했지만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7월 한 달간 승률 4할2푼9리(9승12패·7위)에 그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8월3일 잠실 LG전부터 8월 6일 사직 롯데전까지 4연패를 당하자 무려 4개월 이상 유지하던 1위를 NC 다이노스에 빼앗기기도 했다.
위기 때마다 두산에는 새로운 전력요원이 적시에 충원됐다. 몸값이 비싸거나 영입을 위해 출혈이 컸던 선수는 없었다. 모두가 저비용 고효율의 '알짜배기'들이었다.
우선 시즌 초반부터 불펜의 '핵'으로 자리잡은 정재훈이다. 지난 겨울 2차 드래프트로 1년간의 '부산 출장'을 끝내고 친정팀으로 복귀한 그는 시즌 초반부터 마운드 필승조의 일원으로 크게 활약했다. 마치 전성기를 되찾은 듯한 모습으로 7회 또는 8회에 등판, 마무리 이현승에게 바통을 착실하게 넘겼다. 시즌 46경기(52.1이닝) 동안 1승 5패 2세이브 23홀드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3.27에 WHIP 1.15로 안정적인 피칭이었다.
비록 지난 4일 잠실 LG전에서 박용택의 직선타에 왼팔을 직격당하면서 골절상을 입어 수술을 받았지만 그가 없었다면 두산은 시즌 내내 불펜 문제로 크게 고생했을 뻔했다. 정재훈의 올해 연봉은 1억3천만원. 수십억원을 받으면서도 성적이 신통찮은 여러 FA 구원투수들과 달리 그는 올 시즌 두산의 '알토란 영입' 케이스로 남게 됐다.
지난 7월23일에는 또 다른 롯데 출신 구원요원이 적절한 시점에 가세했다. 내야수 김동한과 맞트레이드로 영입한 사이드암 김성배다. 그는 두산 합류 후 21경기(20.1이닝)에 나서며 셋업맨의 일원으로 눈에 띄게 활약했다. 합류 초반 다소 기복이 있는 투구를 펼쳤지만 점점 안정감을 찾으면서 쏠솔한 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 롯데에서 등판한 15경기(15.1이닝)에서 평균자책점 8.80에 그친 그는 두산 합류 후 3.98로 수치가 크게 낮아졌다. 그의 연봉은 1억8천만원이다.
김성배와 함께 불펜의 '신 사이드암 듀오'를 형성한 고봉재도 빼놓을 수 없는 선수. 불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7월31일부터 팀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그는 자로 잰 듯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팀 구원진의 한 명으로 자리잡았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지만 21이닝 동안 삼진 16개를 잡을 만큼 타자를 상대할 줄 안다. 무엇보다 88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단 한 명만 볼넷으로 내보낼 정도로 불펜의 '컨트롤 아티스트'로 불린다. 올해 신인인 그는 최저연봉 2천700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경찰청 전역 후 지난 4일 합류한 홍상삼은 팀에 단비 같은 가세가 됐다. 기존 마무리 이현승이 크게 흔들리면서 '9회 불안'이 가시화될 때 합류한 홍상삼은 강력한 구위를 바탕으로 단숨에 새로운 클로저 자리를 꿰찼다. 김태형 감독의 신임이 남다른 데다 등판을 거듭할수록 위력이 더해지고 있어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더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22일에는 상무에서 제대하는 오른손 투수 이용찬과 3루수 이원석이 팀에 합류했다. 김 감독은 이들을 한국시리즈 명단까지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두산은 군 제대 선수들에게 활동기간인 11월까지 2∼3개월치 월급만 지급하면 된다. 에비역 3인방의 올해 보수를 모두 합하더라도 1억원이 넘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뛰어난 전력에 적시에 필요한 전력이 가세하면서 순풍에 돛단 듯 달려온 두산의 2016 시즌이다. '되는 집안'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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