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내 뒤에 공은 없다.'
18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0라운드 울산 현대-포항 스틸러스전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진행됐다. 울산과 포항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레전드 골키퍼 김병지(46)의 은퇴식이 열렸다.
현역 생활을 끝낸 김병지는 자기 관리의 표본이었다.
김병지는 1992년 울산에서 데뷔해 2015년 전남 드래곤즈를 끝으로 은퇴하기까지 총 706경기를 뛰었다. 153경기 최다 무교체 출전, 228경기 최다 무실점, 골키퍼 최초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 등 성실함으로 팬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떠났다.
울산을 시작으로 포항, FC서울, 경남FC, 전남 등 다섯 구단에서 뛴 김병지는 어디서나 환영받는 선수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어느 팀에서든 주전 자리는 그의 차지였다. 그러면서도 후배들이 자신을 뛰어넘을 수 있다면 언제든지 자리를 물려 주겠다고 공정한 경쟁도 강조했다.
마지막까지 뛸 팀을 찾는 노력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 때문에 그를 부담스러워했던 K리그 팀들은 외면했고 결국 새 팀을 찾지 못한 김병지는 지난 7월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은퇴를 선언했다.
김병지는 늘 '내 뒤에 공은 없다'라는 문구를 새겨 놓고 경기에 나섰다. 골키퍼라는 포지션의 특수성을 고려한 스스로를 위한 격문이었다. 최대한 실점을 줄이겠다는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김병지는 은퇴식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오래가는 선수의 비결을 소개했다. 그는 "2008년 허리 부상이 심각해 선수 생명을 포기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어려움을 이겨내려고 했다. 선수 시작할 때 처음 가졌던 열정을 그대로 이어가려 했다"라며 어떤 어려움에도 포기를 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오늘 잠을 자도 내일 똑같이 할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 값진 것을 하기 위해서는 순간마다 값지게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일들을 해야만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선수 생활 25년 동안 지켜왔던 것들이다"라며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는 의미의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 정신을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
정상에 서고 롱런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프로 선수에게 요구하는 것도 잊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는 "후배들이 장수하려면 과한 식사부터 음주, 흡연 등 불필요한 일들을 해서는 안 된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라며 기본을 강조한 뒤 "특히 최근에는 (운동 선수들에게) 도덕성에 대해서 더 강요하는 분위기다. 정서적인 부분에서 가혹할 정도로 열려 있는 시대다. 선수들도 (모든 면에서) 잘해야 본인이 꿈꾸는 축구를 할 수 있다"라며 축구에만 빠지지 말고 복합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오래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를 바랐다.
이런 소신 때문에 새로은 인생을 시작한 김병지는 (사)스포츠문화진흥원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아 스포츠와 문화의 융합을 통해 좀 더 나은 축구를 고민하고 있다. 또, 조만간 골키퍼 아카데미를 개원해 후배 육성에도 나선다.
그는 "유, 청소년은 기술 훈련만 해서는 안 된다. 성장과 기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신체 균형, 코어 트레이닝, 재활 등 모든 것을 준비해 문을 열 예정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고교 1~2학년 시절 키가 20㎝나 성장했다. 그 시기에 근력, 체력을 병행하지 않으면 어렵다. 체계적인 공부와 육성이 필요하다"라며 복합적인 노력이 담긴 후배 육성을 예고했다.
해외 진출을 원한다면 과감하게 유, 청소년기에 도전해볼 것도 권유했다. 그는 "만약 유럽에 가고 싶다면 16~17세에 나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25살에 가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골키퍼가 나오기를 원한다면 어린 나이에 진출해 성장, 목표를 이루는 것이 맞다고 본다. 가능성은 열려 있다"라며 후배들의 무한도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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