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마음들이 얽히고설키기 시작했다. 오랜 짝사랑을 확실히 접게 만들어줄 새 인연을 만난 여자 표나리, 그 여자의 마음을 달콤하게 훔쳐간 남자 고정원, 그리고 표나리를 향해 흔들리는 마음을 느끼는 이화신의 진심이 관계를 배회하고 있다.
지난 15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극본 서숙향. 연출 박신우)은 표나리(공효진 분)와 고정원(고경표 분), 이화신(조정석 분)의 엉켜버린 화살표를 그리며 세 사람의 갈등을 예고했다.
지칠 줄 모르는 정원의 달콤한 구애, 그의 진심에 본격적으로 끌림을 느끼기 시작한 나리, 나리를 향한 감정이 과연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는 화신의 이야기가 그려지며 몰입도를 높였다.
나리는 형을 잃은 후 일에만 몰두하며 유방암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화신을 위해 자신의 이름까지 빌려주며 병원에 동행했다. 화신과 나리는 이 때문에 동료들의 의심을 사면서까지 매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화신의 가슴을 마음대로 만지고, 회식 자리에선 화신의 술을 모두 대신 마셔주기까지 하는 나리의 모습에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동료들의 의심도 짙어졌다.
그런가하면 화신은 짐짝 보듯 하던 표나리를 향해 이미 전과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나리가 유방암을 앓게 된 자신을 남자로 여겨줄지에 대해 못내 고민하는가 하면, 자신의 치료에 극성스럽게 달려드는 나리에게 고마움도 느꼈다.
자신을 3년 간 짝사랑했다는 나리가 자신의 절친한 친구 정원과 잘 돼가는 모습을 보면서는 '쿨한 척' 응원해줬지만, 왜인지 마음이 깔끔하지 못했다. 회식 자리에선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도 취한 표나리를 챙기고, 숙직실 침대에서 추위를 타는 나리를 뒤에서 안아주기도 했다. '웃프게도', 노래방에선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부르며 나리와 정원을 보는 자신의 마음을 객관화했다. 그건 확실히 질투였다.
나리의 마음은 알듯말듯하다. 오랜 시간 좋아했던 화신을 향해 오지랖인지 잔정인지 모를 감정을 쉴틈 없이 보내고 있다. 엄마와 외할머니를 유방암으로 잃었던 기억이 나리의 유난스런 행동의 배경이 되지만, 화신을 향한 끝없는 배려와 관심엔 왠지 다른 이유도 있어보인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게 만드는 두 남자 가운데 나리의 진짜 감정은 누굴 향하고 있는지가 관심사다. 나리는 신체 치수를 재는 정원 앞에선 배에 힘을 주기도 하고, 각자의 장단점을 대차대조하자는 정원의 요구를 피하기도 한다. 마음이 가는 상대에게 되도록 근사하고 예쁜 모습만 보이고 싶은 평범한 마음이다.
그런데 화신의 앞에서 표나리는 표나리 그 자신이 된다. 정원의 앞에선 보이고 싶지 않은 만취한 모습도 화신의 앞에선 괜찮다. 꾸미고 정돈된 모습이 아니라도, 화신의 앞에서 표나리는 솔직한 표나리가 된다. 때로 먼저 입을 맞추는 배짱을 부리기도 하고 답답하거나 억울했던 감정을 술술 풀어내는 달변가가 되기도 한다. 3년 전 짝사랑을 할 때와는 확실히 달라졌다.
표나리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간, 시청자들도 자기 안 사랑의 정의를 살펴보게 될 법하다. 그래서 표나리의 마음은 누굴 향할까. 이제야 나다운 모습을 그대로 보이게 되는 과거의 남자 화신일까, 한없이 달콤하고 근사해서 내 초라한 구석은 감추고 싶게 만드는 새 인연 정원일까.
'질투의 화신'은 매주 수, 목요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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