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의 매운맛을 본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일 중국, 6일 시리아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1~2차전을 치러 각각 3-2 승리, 0-0 무승부를 거뒀다. 1승 1무(승점 4점)가 된 한국은 우즈베키스탄(2승, 6점), 이란(1승 1무, 4점-골득실차)에 밀려 조 3위로 초반을 출발했다.
지난 2014년 9월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 1월 아시안컵 준우승, 월드컵 2차 예선 무패-무실점 1위 통과 등 좋은 성적을 내며 기록 제조기로 불렸다. 특화된 전술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선수 발굴에 능력을 발휘하는 등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저조한 성적으로 쓰러졌던 한국 축구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는 평가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티켓이 걸린 최종예선은 이전 경기들과는 분명 다르다. 신중한 성격의 슈틸리케 감독이지만 더 철저하고 세밀한 분석과 지략이 요구되고 있다. 중국과 시리아는 한국전을 경험한 뒤 자신감이 살아나는 등 상대의 기만 살려줬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슈틸리케 감독은 시리아전을 마치고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선수단과 귀국해 "승점을 22점 정도 획득해야 순조롭게 본선에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시리아전은 승점 1점을 획득한 것이 아닌 2점을 잃었다고 해야 옳다. 22점을 기준으로 18점이 남아 있다"라며 남은 8경기에서 총력전을 예고했다.
당장 23명 엔트리부터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수 출신인 김태륭 스포티비(SPOTV) 해설위원은 "통상적인 엔트리인 23명을 다 소집해 가는 것이 맞다. 경기에 나서지 못해도 대표팀에 와서 얻고 가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주어진 엔트리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슈틸리케 감독이 고민하는 상대 밀집수비 깨기는 이미 2차 예선 레바논, 쿠웨이트, 미얀마, 라오스전을 통해 경험했던 것들이다. 최종예선에서는 카타르, 시리아, 이란 등 더욱 노골적인 밀집 수비를 하면서도 공격력을 갖춘 상대들이 많다는 점에서 더욱 대비가 필요하다.
결국은 한국대표팀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에 달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리아전의 경우 처음 경험하는 떡잔디나 갑자기 변한 경기 장소로 인해 코칭스태프가 새롭게 적응 프로그램을 짜야 하는 등 복잡한 사정이 있었지만, 강팀이라면 견뎌내야 하는 애로사항 중 하나다.
김 위원은 "가정이지만 시리아전은 전반에 직선적인 플레이가 아니라 측면을 활용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미드필드에서 볼 없이 많이 움직이니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했다"라고 지적했다.
박문성 서울방송(SBS) 해설위원은 "벤치에서의 플랜B가 약했다고 본다. 중국전의 경우 후반에 상대가 밀고 나오는 시점에 벤치의 대응이 약했고 경기 운영 능력이 떨어졌다. 시리아전도 상대가 물러서서 골이 터지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는데 변화를 줄 카드가 약했다"라며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능동적인 대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본선에 가려면 (침대 축구를 구사하는) 중동과 싸워야 하는데 이를 깰 두세 가지의 옵션이 필요하다. 롱볼을 구사하든가 장신 공격수를 통해 단순한 플레이를 이어가는 등 대응 가능한 카드를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 시리아전 모두 2선 공격진에만 변화를 줬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성용(스완지시티)을 축으로 한 중앙에서 균형이 깨지면서 전체에 파열음이 생겼다. 군사훈련 여파로 경기 체력이 올라오지 않은 기성용은 경기 조율이 쉽지 않았고 이는 후반 중반 이후 한국의 경기력 저하로 번졌다.
김 위원은 "현재 대표팀 고유의 스타일이 없다"라고 진단한 뒤 "어차피 한국의 목표는 월드컵 본선에서의 경기력이다. 차라리 수비를 견고하게 구축하고 역습을 정확하게 하는 스타일을 아시아에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 아시아에서는 개인 능력이 있으니 충분하다"라며 특징 있는 경기력 구축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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