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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전 기다리는 중국, 현지 분위기는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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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그 성장 통해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더 큰 기대감

[이성필기자] 중국 축구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고난의 길을 걸었다.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홍콩과 두 번이나 0-0으로 비기며 조 3위까지 미끄러졌다가 카타르와의 최종전을 2-0으로 승리하며 승점에서 다른 조 2위였던 레바논, 오만에 앞서 간신히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만약 카타르가 중국과 최종전 당시 최종예선 진출이 확정되지 않아 총력전으로 나섰다면 중국은 탈락했을 수도 있었다. 카타르, 홍콩, 몰디브, 부탄과 한 조에 묶였던 중국은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지만 복병 홍콩에 발목이 잡혀 애를 먹다가 겨우 최종예선 티켓을 받았다.

2002 한일월드컵 본선 진출 경험이 전부인 중국은 최종예선에서 칼을 갈고 있다. 2010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을 3-0으로 이길 당시 사령탑이었던 가오홍보 감독에게 전권을 주고 선수 선발 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미 8월 초 고지대인 쿤밍에 모여 합숙 훈련을 했던 중국대표선수들은 슈퍼리그를 앞당겨 치른 뒤 지난 22일 선양에 모여 훈련에 돌입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을 치렀던 상하이 상강, 산둥 루넝 소속 자원들은 24, 25일 나눠 합류했다. 29일에야 소집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팬 공개 훈련으로 몸을 푼 뒤 9월 1일 중국전에 대비하는 한국과 비교하면 상당한 준비 시간을 들인 셈이다.

중국은 홈 경기 장소에도 신경을 썼다. 선양(이란), 시안(시리아), 우한(카타르), 그리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전은 내륙 고지대인 쿤밍으로 정했다. 물론 이란, 시리아전을 빼고 내년에 열리는 중국의 홈 3경기는 장소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전 장소는 쿤밍이 유력한 것이 사실이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에서 경기해 한국의 힘을 빼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대표팀 포상도 한국 기준에서는 파격적이다. 월드컵 본선에 오르면 6천만 위안(약 100억원)의 보너스가 기다린다. 원정 5경기 모두 전세기를 띄우고 경기당 승리수당도 300만 위안(5억원)을 걸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의 '축구 굴기'가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중국은 한국이 치른 2차 예선 및 A매치와 각 선수가 뛴 소속팀 동영상을 수집해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슈퍼리그에서 뛰는 김기희(상하이 선화),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장현수(광저우 푸리), 홍정호(장쑤 쑤닝) 등 중앙 수비수들의 경기 영상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표팀을 오랜 기간 소집해 훈련하는 것이 한국전 승리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 외에도 이란,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시리아 등 쉬운 상대가 한 팀도 없기 때문이다. 중국 취재진도 최종예선 통과에 대해 기대치를 낮추고 있는 중국 팬들과 축구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24일 중국 상하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상하이 상강-전북 현대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만난 상하이 동방TV의 주젠련 기자는 "중국은 1, 2차전이 조 1~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하는 한국, 이란이다. 현실적인 목표는 2무로 본다. 한 팀에게 승리를 거둔다면 정말 큰 성공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익명의 다른 기자도 "한국에 0-0 무승부가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소집 기간이 적어도 한국이 가진 힘을 무시하기 어렵다. 지난해 동아시안컵에서 유럽파가 없었던 한국에 지지 않았던가. 중국 입장에서는 본선에 가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위해 실력을 키운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이 속이 편하다"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오히려 중국 축구협회의 포상 예고가 신선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슈퍼리그가 성장을 거듭하면서 K리그에서 1990~2000년대 말까지 연출됐던 풍경이 중국에 나타나고 있다. 다수 기업구단이 시도했던 거액의 승리, 골, 도움, 출전 수당을 슈퍼리그가 그대로 옮겨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슈퍼리그에 진출한 한국선수 A팀 B의 경우 기본 급여가 아닌 1년치 승리 수당만으로 부모님의 연금 보험을 각각 월 1천만원씩 대리로 납부 중이라고 한다. 1년에 총 2억4천만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C팀의 D는 정규리그에서 이긴 뒤 구단 대표가 선수대기실로 들어와 선수들에게 승리수당으로 한화 2천만원 정도의 위안화가 든 봉투를 현장 지급했다고 한다. 이런 규모에 비하면 대표팀의 포상 계획은 그저 그런 수준이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경우 올 3월 챔피언스리그 호주 시드니 원정을 떠났다가 충칭 리판과의 슈퍼리그 원정 개막전을 위해 시드니에서 충칭까지 전세기를 띄웠다. 대표팀의 전세기 이동도 소속팀에서 이미 경험하고 있는 것들이라 선수들이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중국 취재진과 축구계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오히려 슈퍼리그의 성장을 통해 차기 월드컵 진출에 힘을 받기를 바라고 있다. 슈퍼리그-갑급리그(2부리그)에 유명 선수와 감독들이 와서 경쟁을 벌인다면 알아서 축구 수준이 올라가고 국가대표까지 튼튼해진다는 논리다. 거액의 이적료와 연봉이 아깝지 않은 이유다. 국영기업 등 후원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 팀 소유주와 명칭이 계속 바뀌어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팬층도 두껍고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는 동안 슈퍼리그의 거액 투자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한몫을 한다.

상강 구단의 마케팅 담당 위차오롄 씨는 "중국 축구협회는 슈퍼리그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처럼 5~6개 정도 구단이 우승 경쟁을 벌이고 나머지가 각축을 벌이는 규모로 키우려 한다. 리그가 강해지면 국가대표도 강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상강도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이 2014년 11월에 온 뒤 우레이를 비롯해 3명의 기량이 더 좋아졌고 이번 대표팀에 들어가지 않았는가. 불과 2년 전 아시안컵 때만 해도 중국대표팀은 광저우 에버그란데 소속 일색이었다"라며 발전한 구단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조이뉴스24 상하이(중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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