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16 리우 올림픽에서 노메달로 마감한 한국 남자 탁구의 최대 발견은 정영식(24, 미래에셋대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영식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국 탁구의 대들보로 우뚝 섰다. 맏형 주세혁(36, 삼성생명)의 기운을 받아 기술적으로 많이 성장했고 경험도 축적했다.
정영식의 이름을 널리 알린 출발점은 남자 단식 16강이었다. 무서울 것 없었던 정영식은 세계 랭킹 1위 마롱(중국)을 상대로 세트 점수 2-4(11-6 12-10 5-11 1-11 11-13 11-13)로 졌지만, 경기 내용 자체는 올림픽 경험을 두세 번은 한 것처럼 보였다.
두 세트를 먼저 얻은 뒤 내리 패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마롱이 금메달을 따기까지 가장 어려운 상대가 바로 정영식이었다. 오히려 결승전 상대 장지커(중국)가 마롱에게는 훨씬 쉬웠다.
오죽하면 마롱이 "정영식은 가능성이 충만한 선수다. 최고 수준의 경쟁자 중 한 명이다"라며 놀람과 칭찬, 경계가 섞인 마음을 내놓을 정도였다. 마롱을 이겨보겠다고 많은 준비를 했던 정영식은 분한 마음을 눈물로 나타냈다.
정영식의 대담함은 지난 16일 중국과의 단체전 4강에서 또 한 번 빛났다. 장지커를 상대로 현란한 드라이브와 백핸드를 구사하며 몰아붙였다. 3세트 10-9으로 앞선 상황에서는 강력한 정영식의 드라이브를 장지커가 넘어지면서 받아 냈다. 장지커가 크게 놀란 장면이었다.
마룽과 장지커 등 세계 톱 랭커들을 만난 이번 리우 올림픽은 정영식에게는 발전의 무대였다. 마롱과는 올해 5패를 기록했고 장지커와는 처음 만나서 졌지만 자신의 존재감은 확실히 알렸다. 대회 시작 전 마롱만을 넘겠다며 한 달 내내 비디오 분석에 몰두했던 부지런함과 적극성이 확실한 결과로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집념을 갖고 정성을 들인 것 자체는 대단했다.
독일과 단체전 동메달결정전에서는 1단식 주자로 나서 바스티안 슈테거를 3-2(12-10, 6-11, 11-6, 6-11, 13-11)로 꺾었다. 마지막 세트가 압권이었다. 8-10으로 뒤져 매치포인트에 몰렸으나 대단한 집중력을 보이며 10-10으로 따라붙은 뒤 듀스에서 13-11로 이기는 저력을 보여줬다.
공격력만 보완하면 대성 가능한 선수라는 것이 이철승 대표팀 코치의 견해다. 랠리 상황에서 힘 조절을 하는 요령만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다. 슈테거와의 랠리에서 너무 공을 들이다가 힘이 빠져 실점하는 경우가 있었다.
정영식의 마음에는 중국을 잡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중국을 넘어야 세계 정상으로 올라서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중국에) 이겨야 후배들도 '중국을 이길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하지 않을까. 나중에는 꼭 이기고 싶다"라며 만리장성 넘기에 탁구 인생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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