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리우 도전이 끝났다. 한국은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네덜란드와 치른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졌다. 메달 목표가 무산된 것이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많은 기대를 받았다. 지난 2012 런던대회 4강 진출의 주역이었던 김연경(페네르바체)이 건재한데다 세대교체 선봉장으로 꼽히고 있는 이재영(흥국생명)도 대표팀 막내로 신선한 활력을 더했다.
한국은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첫 경기 이탈리아전을 패했으나 네덜란드와 라이벌 일본을 차례로 꺾고 비교적 여유있게 리우 행을 확정했다.
리우에서도 깔끔하게 출발했다. 본선 조 추첨에서는 '죽음의 조'로 불리던 B조를 피해 A조에 포함됐다. 리우에서 첫 경기 상대는 '영원한 라이벌' 일본. 한국은 세계예선전에 이어 다시 한 번 일본에게 승리를 거뒀다.
A조 최강으로 평가받던 러시아와 맞대결에서도 1-3으로 패하긴 했지만 크게 밀리지 않았다. 개최국이자 러시아와 함께 금메달 후보인 브라질을 만나서도 3세트 듀스까지 끌고 가는 등 선전했다. 아르헨티나를 꺾으며 일찌감치 8강 진출을 확정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정철 감독(IBK기업은행)이 "6번째 경기(8강전)가 가장 중요하다"고 라우로 가기 전부터 강조했던 바로 그 경기, 네덜란드와 8강전 고비를 넘지 못했다.
한국의 주포 김연경은 리우에서도 제역할을 다했다. 그는 일본과 첫 경기에서 팀내 가장 많은 30점을 올렸다. 러시아전에서도 20점을 기록했다. 상대 주포나 수비와 맞대결에서 결코 밀리지 않았다.
세계 톱클래스급 선수로 꼽히는 기량을 코트에서 마음껏 선보였다. 김연경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카메룬과 경기에서는 두 자릿수 점수를 올리지 않았다. 세 경기에서는 김연경보다 다른 선수의 활용도를 높인 것이다. 그는 8강전에서는 전력투구를 해 두 팀 합쳐 가장 많은 27점을 올렸다.
주장으로 코트에서 목이 쉬도록 동료들을 독려하며 스파이크를 시도하고 몸을 날려 수비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배구는 단체종목이다. 혼자 힘만으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네덜런드는 한국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경기내내 김연경과 박정아(IBK기업은행)에게 번갈아 가며 목적타 서브를 집중했다. 리베로 김해란(한국도로공사)과 남지연(IBK기업은행)이 흔들리는 리시브를 보강하기 위해 힘을 보탰으나 넘어간 경기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다.
한국은 서브 성공 횟수에서 네덜란드에게 2-13으로 크게 밀렸다. 지오반니 구에데티 네덜란드 감독과 주장 마렛 발케스테인도 경기 후 "서브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 리시브가 흔들리다보니 경기 초반부터 2단 연결이 김연경에게 몰렸다. 에이스를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바꿔 말하면 상대가 수비하기 편한 경기를 치른 셈이다. 한국을 만나는 어떤 팀이든 김연경을 경계대상 일순위로 꼽는다. 이를 역이용하기 위해서는 센터 등 다른 공격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에이스를 믿어야 하는 클러치 상황이 경기내내 나오지 않을 뿐더러 공격이 몰리면 체력적인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속애 이번 대회를 마감한 한국은 감정을 추스리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대표팀에서 한 가지 목표를 위해 함께 땀흘렸던 선수들은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가 다가올 V리그 컵대회와 2016-17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이정철 감독을 비롯한 많은 배구인들은 그 전부터 "김연경과 대각을 이루는 포지션이 관건"이라고 현 대표팀을 진단했다. 보조 레프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기회는 분명히 다시 찾아온다. 다음 올림픽 무대는 4년 뒤 일본에서 열린다. 김연경의 참가 여부를 지금 얘기하는 건 시기상조이지만 세계 최고 공격수로 꼽히는 선수를 보유한 한국에게는 놓칠 수 없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한편, 일본도 이번 대회에서 4강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네덜란드전이 끝난 뒤 열린 미국과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0-3(16-25 23-25 22-25)으로 졌다. 김연경의 라이벌로 꼽힌 일본대표팀 주장 기무라 사오리도 리우올림픽을 이렇게 마감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대회 3, 4위를 차지한 두 팀이 8강을 끝으로 나란히 손을 잡고 리우 코트를 떠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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