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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2' 오연서에게 반한 시간(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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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작업기에 더해 20대 청춘들 향한 격려까지

[권혜림기자] 배우 오연서는 '오블리'라는 자신의 별명을 스스로 만들어 "몇 년째 밀고 있다"고 했다. 영화 '국가대표2'에 함께 출연한 배우 수애가 '드레수애'라는 별명으로 사랑받아온 것과 관련해 원하는 수식어가 있는지 묻자 내놓은 대답이었다. "밀다보니 기자들도 가끔씩 그렇게 써 주더라"며 "세뇌의 효과인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까이서 마주한 오연서의 모습은 반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배우이자 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과 겸손함이 아주 적절히 배합된, 그에 더해 수더분한 친근감까지 풍기는 인간형이었다. 오랜 연예계 생활을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길렀을 그는 공동 작업인 드라마와 영화 현장에서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연기자였다. 재능 넘치는 배우이기에 앞서 사랑스럽고 믿음직한 친구를 만난 기분도 들었다. '오블리'라는 별명 앞에 굳이 '자칭'을 붙이지 않아도 될 만큼.

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국가대표2'(감독 김종현, 제작 KM컬쳐㈜)의 개봉을 앞둔 배우 오연서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는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된 한국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가슴 뛰는 도전을 그린다. 이 영화에서 오연서는 쇼트트랙계에서 강제 퇴출돼 의도치 않게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가 된 채경 역을 연기했다.

SBS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에 이어 '국가대표2'에서도 보이시한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그는 앞서 '깍쟁이' 이미지를 벗기 위해 연이어 도전을 감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의 두 작품 속 오연서의 모습은 인기리에 방송됐던 KBS 2TV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속 말숙의 이미지와는 무척이나 상반된 얼굴들이었다.

"세련돼보일 수도 있지만 새침해보이거나 까탈스러워보이는,(웃음) 그런 이미지를 깨기 위해 캐릭터 도전을 많이 했어요. 지방 출신이라 촌에서 어린 시절을 다 보냈는데, 많은 분들이 도시에서 지낸 것으로 생각하시더라고요. 이미지를 벗고 싶었어요. '국가대표2'는 그 연장선상에 있죠. '돌아와요 아저씨' 이전에 찍은 작품이니 저에게 큰 도전이었어요. 드라마 이후 선보이는 작품이라, 이제 많은 분들에게 충격적인 느낌은 아닐 것 같아요."

'국가대표2' 속 채경의 모습은 그런 오연서의 의도와 맞아떨어졌다. 금메달을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는 채경은 많은 이들에게 '국민 밉상'으로 불리지만, 패배감에 더해 빈곤한 생활까지 감내해야 했던 심신 지친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 속 채경의 이미지를 위해 오연서는 분장을 통해 조금 더 까만 피부를 연출하기도 했다.

"카메라 감독님이 '오연서 씨, 채경이라기엔 너무 예뻐요. 못생기게 나와야 하는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모니터를 돌려보고 (너무 까매서) 깜짝 놀랐어요. 어제 카메라 감독님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제가 '감독님, 예쁘다고 하셨잖아요'라고 물었을 정도예요.(웃음) 거의 메이크업을 하지 않아 더 잘 나온 것 같아요. 사실 얼음판에서 찍을 때는 좋은 점이 있어요. 반사가 돼서 피부가 굉장히 좋게 나온다는 거예요. '자체 뽀샤시' 효과가 있죠. 그런데 수애 언니는 그 와중에도 아름다우시더라고요. (진)지희는 나이가 어리니 메이크업을 안 해도 예쁘고요. 저만 빼고 다 멋있게 나온 것 같아요."

영화의 언론 배급 시사 후 열렸던 기자간담회에서 오연서는 '국가대표2'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을 위해 몸을 던졌던 아이스하키 선수들과 대역 배우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한 바 있다. 비단 영화에 출연한 소감이 아니라, 함께 고생했던 단역 배우들을 향한 격려와 감사의 메시지를 덧붙여 시선을 모았다.

"우리에게 밤샘은 많이 해본 일이라 익숙해요. 그런데 선수들이나 대역을 해주신 분들은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잖아요. '끝이 났다고 했는데 아직 안 끝난' 그런 상황이 힘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브이앱' 방송을 했을 때 선수 분들이 편지를 써줬어요. 읽는데도 그 때 생각이 새록새록 났죠. 골세리머니 같은 경기 중 제스춰를 배우들이 캐치하긴 쉽지 않은데, 현장에서 그런 것들을 굉장히 많이 알려주시기도 했어요. 심판에게 항의를 할 때의 행동도요.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 분들이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라 생각해요. 우리는 앞에서 보여지는 직업이니 앞에서 누군가 '고생했다'고 이야기해주지만 그 분들에 대해선 그냥 지나갈 수 있잖아요. 그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1987년생, 올해 서른이 된 오연서는 지난 2015년 서른을 앞둔 시점 뒤늦은 성장통을 겪었다고도 고백했다. 그는 "모든 분들이 서른 이전에 겪었을 성장통이었는데, 새벽에 나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나는 왜 태어났을까' 같은 고민을 했다"며 "사춘기 소녀의 마음이 됐을만큼 걱정이 많았는데 정작 서른이 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말했다.

"올해도 계속 일을 하다보니 정신없이 간 것 같아요. 연극영화과 다니는 동생이나 후배들이 쪽지나 메신저로 많은 것들을 물어와요. '요즘 너무 힘들다'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죠. 일단 저는 그럴 때 제 생활을 많이 했어요. 학교도 다니고, 엠티도 가고, 연극도 하고요. 물론 중간 중간 미팅이나 일정이 있었지만, 친구들과도 잘 지내며 20대를 보낸 것 같아요. 물론 저의 경우 기회가 있어 잘 될 수 있었겠지만, 그런 시간이 연기를 할 때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10대에 데뷔해 나름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배우 생활을 이어왔을 오연서는 자신이 쌓아온 경험들을 동료, 후배, 친구들과 나누고 싶어했다. 특히 배우를 꿈꾸는 20대 청년들에게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보였다.

"저에겐 힘들었지만 약이 된 시간이었어요. 청춘은 다 힘들고 아픈 것 같아요.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리고 연기를 준비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모든 20대는 뭔가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잖아요. 좌절도 하고요. 그런 시간이 나에게만 있는건 아니니 잘 이겨나가면 좋겠어요. 저도 아직 부족하지만, 앞으로 잘 달려나가고 싶어요."

한편 '국가대표2'는 오는 10일 개봉한다.

이하 오연서와 일문일답

-어제 VIP 시사를 했는데, 출연 배우들끼리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일단 다들 많이 떨고 있다. 다들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 같이 고생했고, 어쨌든 팀워크가 중요한 영화다. 다 같이 걱정하고 있다. 요즘 개봉하는 한국영화들이 다 재밌다는 이야기가 많더라. 관객분들에겐 좋은 일이고, 배우로서도 좋은 일이지만 다 너무 좋다고 해서 걱정도 된다.(웃음) 색깔이 다른 영화들이 많은 것은 다행이다. 우리 영화는 밝고 가족이 다 같이 보시기 좋은 영화인 것 같다."

-스케이팅 훈련을 고되게 했을텐데, 누가 에이스였나?

"수애 언니가 잘 타더라. 사실 단아한 이미지가 있어 운동을 잘 못하실 것 같았는데, 워낙 잘하더라. 김예원 씨도 정말 잘 탄다. (진)지희는 골리 역인데 너무 잘해서 코치님이 농담으로 '평창에 나가야겠다'고 했을 정도였다. 실제 지희가 맡았던 배역의 모티프도 최연소로 아이스하키를 하셨던 분이었다. 우리 인물들에게 모티프가 있었다. 채경의 경우에도 쇼트트랙을 하시다 아이스하키를 한 분을, 지원도 탈북하신 아이스하키 선수를 모티프로 한 인물이다."

-훈련과 촬영을 하며 배우들이 근육통에 시달렸다고 하더라.

"나의 경우 승모근을 얻었다. 원래 없었는데 영화 때문에 얻었다. 스타일리스트 언니와 연말에 MBC 시상식을 위해 의상을 피팅하러 갔는데, 영화 작업 때문에 오랫동안 만날 일이 없었을 것 아닌가. 그런데 '연서야, 이거 뭐니'라고 하더라. 승모근는 안 없어진다. '국가대표2'는 승모근과 바꾼 아주 값비싼 영화다.(웃음)"

-여배우들이 많이 모인 현장이라, 첫 만남에선 어색함이 흘렀을 법도 한데.

"내가 딱 중간인 나이였다. (김)예원 씨와 저는 동갑인데 성격이 굉장히 다르다. 예원 씨는 굉장히 여성스럽고 참한 스타일이다. 나는 털털하고 까불까불하는 스타일이었다. 중간에서 서로 다리 역할을 잘 하려고 노력했다. 지희는 너무 동생이었으니까. 다행히도 지희와는 같은 회사라 예전부터알고 있었고, 예원과는 영화를 시작하며 너무 친해졌다. 중간에서 (하)재숙 언니는 수애 언니와 우리가 재밌게, 좋게 지낼 수 있게 도와줬고 빨리 친해졌다. 초반부터 훈련을 하고, 넘어지고 힘들어하는 걸 보니 빨리 친해지더라."

-함께 대화를 나누는 '단톡방'도 있나.

"그렇다. 재숙 언니가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일, 행사가 있으면 소식도 많이 전해준다. '우리 뭉쳐야 하지 않겠니' 하면서.(웃음) 단톡방에는 '도촬'한 사진 같은 것이 진짜 많다. 이상하게 하고 있을 때, 자고 있을 때나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을 때 찍힌 사진들을 촬영 끝나면 많이 올린다. 촬영장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나 체력적으로 힘들 때, '감독님이 왜 이렇게 우릴 힘들게 하지?'라며 아주 귀여운 넋두리도 했다. 오랜만에 촬영이 있을 때는 '너무 보고싶다. 내일 보니까 좋다'는 이야기도 나눴다."

-흥행 공약으로 '섹시댄스'를 내걸었다.

"왜 그런 공약을 했을까.(웃음) '섹시댄스를 이상하게 추겠다'고 했다. '어설퍼도 이해해달라'고도 했다. 수애 언니가 500만이 되면 정통 섹시 댄스를 추지 않을까 싶다. 기대가 남다르다. 내가 메인이 아니라 수애 언니가 메인이기 때문에 나는 맛보기로만 하면 될 것 같다.

수애 언니가 너무 귀여운 면이, 시키면 다 하신다. 언니도 '내가 몰랐던 모습을 너희와 함께 다니며 알게 돼'라고 평소 말씀하신다. 평소 말투도 그렇게 우아하셔서, 우리가 엄청 놀린다. 언니를 골려주는 재미가 있다.(웃음) 언니가 '브이앱'을 하며 안 그래도 걱정이 많았다. 자신이 너무 재미가 없는 것 같다고 하기에 '언니의 개그를 스스로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고 했더니, '최근 들어본 칭찬 중 가장 좋다'고 하더라.

수애 언니에게는 '똥머리'가 잘 어울린다. 브런치를 먹을 때 언니가 '똥머리'를 하고 나왔는데 너무 예쁘더라. 언니도 워낙 외모에 신경쓰는 스타일이 아니다. 평소 입는 건 청바지에 남방이나 티셔츠다. 털털하게 입는다. 언니는 왠지 평소에도 정장을 입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웃음) 어떻게 해도 예쁜 것 같다."

-영화의 타이틀이 기획 당시와 달리 '국가대표2'가 됐다. 워낙 인기 많았던 전편의 이름을 따는 것에 부담이 있진 않았나.

"일단 나도 너무 재밌게 봤고 너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 영화였다. 힘을 받아서 잘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영화가 잘 나와서 1편에 누가 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편에서 쓰인 음악이 나올 때 더 힘을 받기도 하더라. 익숙한 느낌, 나라에 대한 감정이나 스포츠 정신 같은 것을 잘 받아와서 다른 색으로 만들어진 것 같아, 1편과는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가족은 새 영화를 봤나.

"엄마가 보시곤 '고생 많이 했다'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역시 너는 긴머리가 예쁘다'고 하셨다.(웃음) 처음에 머리카락을 잘랐을 때도 사투리로 '파이다'라고, '못생겼다'고 했다. '나가니까 반응 좋던데?' 했더니 '다 거짓말이다. 엄마 눈이 정확하다'고 하셨다. 재밌는 건 2주 뒤 외할머니가 오셔선 똑같은 말을 하셨다는 거다. '영 파이다'라고.(웃음)"

-수애는 '드레수애'라는 별명으로 사랑받았는데, 오연서가 원하는 수식어가 있는지 궁금하다.

"자칭 몇 년째 '오블리'를 밀고 있다. 사랑스러워졌면 좋겠다는 의미다.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내 성과 잘 어울리는 별명이라 생각한다. 인스타그램 아이디이기도 하다. 스스로 홍보를 많이 하고 있다. '드레수애'는 남들이 붙여줬지만 이건 내가 붙인 별명이다. 밀다보니 기자 분들도 많이 써주신다. '세뇌 효과구나' 생각하고 있다.(웃음)"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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