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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적재적소의 정유미(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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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임산부 성경 역 맡아 마동석과 부부 호흡 나눠

[권혜림기자] 배우 정유미의 매력은 독특하고 다층적이다. 마냥 발랄하고 엉뚱한듯 보이지만, 큰 눈을 빛내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땐 더없이 차분하고 진지하다. 영화에서 보여줬던 이미지 역시 그 스펙트럼이 넓다. 작가주의 영화에도, 상업 멜로 영화에도, 재난 블록버스터에도 어울리는 표정이 정유미의 얼굴에 숨어 있다. 어떤 장르 안에 있어도, 어떤 배역을 맡아도 '원래 거기 있던 사람처럼' 캐릭터를 소화해낸다.

기록을 갈아엎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 제작 ㈜영화사 레드피터)에서도 정유미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영화는 전대미문의 재난이 대한민국을 뒤덮은 가운데,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KTX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치열한 사투를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다.

정유미는 만삭의 몸에도 위험에 처한 이들을 도우려는 여자 성경으로 분했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필사적으로 고군분투하는 남성 상화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과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얼핏 영화는 늘 가족보다 일을 우선시했던 남자 주인공인 석우(공유 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듯 보이지만 '부산행'의 메시지를 보다 두텁게 만드는 것은 석우의 딸 수안(김수안 분)을 비롯해 위기 상황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성경, 괴력의 사나이 상화, 이기적 결정으로 관객의 공분을 사는 용석(김의성 분) 등 인물들의 균형과 조화다.

정유미가 연기한 성경 역은 수안 역과 함께 '부산행'의 완결성 높은 결말을 매듭짓는 캐릭터다. 주요 인물이 많은 영화인 만큼 절대적 비중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없어선 안 될 배역을 맡아 적재적소에서 활약한다. 장르와 배역을 가리지 않고 관객들의 기대를 채워 온 정유미가, 성경의 '부산행' 탑승기를 직접 들려줬다.

이하 정유미와 나눈 일문일답

-임산부 역을 위해 분장을 한 채 달리는 연기를 소화했다.

"그거 하려고 간 것 아니겠나.(웃음) 무게가 있었는데도 매일 매일 뛰어야 했다. 늘 배에 그걸 차고 있었다. 밥 먹을 때만 풀었는데 나중엔 익숙해져서 배에 손을 올리고 있기도 했다. 편안하더라.(웃음) 뛴다고 힘든건 없었다. 땀이 차서 덥기는 했다."

-이번 영화로 배우 마동석과 호흡이 호평을 받았다. 함께 연기하며 느낀 상대 배우의 매력에 대해 알려달라.

"마동석 오빠의 매력을 정말 더 많은 분들이 알게 되신 것 같다. '부산행'에서 처음 만났지만 파트너로서 너무 기분 좋았고, 등에 업혀가는 느낌이었다. 누구나 사람이라면 감성과 이성이 있지 않나. 현장에서 그걸 잘 나눠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내가 그렇지 못하기도 하다. 많은 배우들이 잘 하시지만 나는 그게 부러웠다. (그런 것을 잘 하는 마동석에게) 의지가 되기도 했다. '부산행'의 경우는 컷도 짧고, 많고, 배우들이 많이 나오고, 좀비라는 장르적 특수성도 있지 않나. 그 안에서 사람의 이야기를 해야 했다. 그 안에서 그런 연기를 하는 것이 우리 일이지만 쉽지 않은데, 잘 해내시더라. 좋았다. 짧게 호흡을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울려보인다는,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건 그런 상대 배우를 만난 덕이 아닐까 싶다. 그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김수안과 함께 한 장면들도 많았다. '천재 아역 배우'라는 극찬을 받아온 배우인데 호흡은 어땠나?

"처음부터 수안이와 연기해보고 싶었는데 좋았다.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 못했다. 내가 존경하는 여배우다.(웃음) 나이가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배우로 보며 감동받은 적이 있다. 그런 친구와 연기한다고 했을 때, 같은 영화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듣고 굉장히 설렜었다. 매일 매일 좋았다."

-장르 영화, 특히 좀비를 소재로 한 작품들에 관심이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특별히 좀비 영화를 좋아하진 않았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몰랐을 땐 기사로만 보고 '공유가 좀비 영화 찍는다네?' 했었다.(웃음) 나중에 시나리오를 받고 나선, 그게 걸림돌이 되진 않았다. 한국 영화계에서 익숙하지 않은 소재임에도 이야기에 소재가 잘 스며들게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본 적도 없는 존재가 자연스럽게 영화에 스며든 것 같다. KTX를 자주 이용하는데, 마지막 촬영을 하러 올라올 때 기분이 굉장히 묘하더라. '내가 이런 경험을 하는구나' 싶었다."

-극 중 용석 역 김의성의 연기도 매우 임팩트 있었는데,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김의성 선배가 연기를 너무 잘해내셨다고 생각했다. 촬영하면서도 진짜 못됐다 생각했으니까.(웃음) 물론 캐릭터가 그런 거다. 그간 내가 일상적인 연기를 여러 번 했으니 용석 역처럼 뭔가 딱 한 포인트가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 잘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

-영화에선 상화를 비롯해 성경의 전사에 대해서도 언급되지 않는다.

"전사를 이 영화에서 굳이 설정하지 않았다. 마동석 선배는 나름대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전에 다른 작품 할 때처럼 그 전에 그런 것들을 일부러 만들지 않았다. 괜한 방해가 될 것 같았다. 너무 생각이 많아지면 안될 것 같더라. 만들면 이 영화에서 하고싶은 게 더 생길 수 있고, 감정이 더 세지니까. 그런 건 아니라 생각했다. 성경의 매력은 '보통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럴 수 있을까? 아직은 아닌 것 같다.(웃음)"

-칸국제영화제 상영 당시엔 축제 분위기였다고 들었다.

"영화 초반부터 상화가 정의로운 행동을 할 때마다 휘파람을 불고 박수치더라. 그런 분위기를 어디서도 경험한 적이 없었다. 같이 놀이기구 타듯 영화를 즐겨준 것 같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누군가 그런 '몰이'를 해주면 좋겠다. 상당히 재밌지 않을까?"

-'부산행'의 천만 흥행을 점치는 사람도 많다. 정유미의 '천만 영화'가 나오는 것에 대한 기대는 없나?

"그런다한들 뭐가 달라지겠나. 전혀 그런 것(기대나 부담)은 없다. 그저 나오면 반가워해주시면 좋겠다. 각자 사는게 바쁜데 내가 안 보일 때까지 내 생각을 해 주실 겨를이 어딨겠나.(웃음) 개봉 때 이렇게 말이 많아질 때, 보여질 때, 예쁘게 봐주시고 반가워해주시면 감사하다."

-과거 인터뷰 때보다 말솜씨가 크게 좋아진 느낌이다.

"받아들였다.(웃음) '이런 것까지 하는 것이 바로 일이구나' 하고. 예전에는 촬영하고 연기하는 것만 좋아했다. 촬영장에 있는 것만. 무책임한 말일 수 있지만, 내 연기, 영화를 말로 설명하기엔 내가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니 나를 솔직히 드러내는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고 느꼈다. 너무 솔직한 건지, 지금도 왔다 갔다 한다.(웃음) 하지만 내가 해야 할 몫이 있고 그게 필요한 일이라면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 생각하게 됐다. 갑자기 그렇게 된 것은 아니고, 여러 시간들을 보내며 느낀 감상이다.

-드라마에 출연한 지는 약 2년여가 지났다. 다시 출연할 생각은 없나?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보니 2년이 지났다. 하고 싶었는데 못한 것도, 본의 아니게 거절한 것도 있다. 일이 없을 땐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그간 '부산행'과 '히말라야'도 찍었는데, 궁금해하시는 분들에겐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나름대로 열심히 지냈다는 생각은 한다. 내가 뭘 하고 싶고 뭘 할 수 있는지를 늘 생각하며 지낸다."

-SNS에 일상 사진을 올리며 팬들과 소통하는데, 전에 알던 정유미의 모습과 다른 의외의 활동이었다.

"재밌더라. 그런걸 해본적이 없었고 겁도 났는데, 재밌다. 사실 외로워서 시작했다.(웃음) 보여주려 시작한 건 아니고 외로워서였다. 사실 절대적으로 그렇진 않아도,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내가 올린 사진 하나를 두고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역시 절대적으로는 아니지만 (대중의 시선이 갖는 의미를) 조금은 알게 됐다. 내가 대단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시덥지 않게 SNS를 하는데, '이런 생각도 있고 저런 생각도 있구나'하게 된다. 힘든 것은 안 올린다. 혼자 힘들고 싶고, 귀여운 건 함께 봐도 귀여우니까.(웃음)"

-흔한 말로 '죽을 때까지' 배우를 할 생각인가?

"'죽을 때까지' 인지는 모르겠고, 일단은 계속 하고 싶다. 재밌다. 좋아서 재밌는게 아니라 힘들 때도 재밌을 때가 있다. '이게 사는 건가' 라는 걸 느낄 수 있다는 게 좋다. 여러 감정들을 느낄 수 있으니까."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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