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4회말 무사 만루. 5-4 박빙의 리드 상황. 안타 하나면 다시 리드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
넥센 4번타자 윤석민은 방망이를 곧추세웠다. 자신을 잡기 위해 급히 투입된 우완 조승수를 매섭게 노려봤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두 번째 공을 기다렸다. 시속 131㎞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 높게 들어왔다. 실투였다. 매의 눈을 가진 윤석민은 먹잇감을 놓치지 않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휘두른 방망이의 스윗스팟에 정통으로 걸렸다. 방망이의 반발력을 타고 중견수 쪽으로 쭉 뻗은 타구는 총알처럼 고척돔의 상공을 가르더니 전광판 아래 백스크린 하단을 강타했다. 그랜드슬램.
경기의 모멘텀을 가르는 한 방이었다. 윤석민의 만루홈런으로 단숨에 4점을 얻은 넥센은 9-4로 점수차를 벌린 뒤 경기 끝까지 5점차 리드를 지켜냈다.
결과적으로 윤석민의 큰 것 한 방이 승부를 갈랐다. 올 시즌 13호포이자 지난 2014년 4월1일 목동 두산전 이후 개인 2번째 만루포였다. 이날 윤석민은 1회 2사 1루에서 중전안타를 때리는 등 5타수 3안타 4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지난 2013년 11월26일 장민석(현 한화)과 맞트레이드로 두산에서 넥센으로 이적한 그로선 친정팀을 상대로 톡톡히 복수한 셈.
무엇보다 전날 1-7 완패를 설욕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기쁨이 남달랐다.
윤석민은 "만루상황이어서 좀 더 자신감 있게 방망이를 돌리려고 했다. 초구 슬라이더가 들어와서 두 번째 공도 슬라이더를 예상했다. 덕분에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만루홈런 2개를 모두 두산전에서 기록한 그는 "두산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점은 없는 것 같다. 그냥 결과가 좋게 나왔을 뿐 특별한 건 없다"면서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고 싶다. 팀이 3위를 오래하고 있는데, 2위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강지광과 윤석민의 홈런으로 오늘 승리를 결정했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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