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역시 홈런은 야구의 꽃이다. 차근차근 만들어서 내는 점수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도 홈런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적시에 터지는 효과적인 홈런은 그 가치가 배가되기 마련. 27일 넥센 히어로즈가 고척스카이돔에서 똑똑히 보여줬다.
이날 고척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주중 3연전 2번째 경기. 전날 두산이 홈런 4방을 몰아치면서 승리를 거뒀다면 이번엔 넥센이 '짧고 굵게' 큰 것 두 방으로 승리를 낚았다. 전날 1-7 대파의 후유증 탓인지 넥센은 초반 끌려갔다. 선발 신재영의 난조로 1회초에만 3점을 내주면서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다. 그러나 예상은 예상일 뿐이었다.
1회말 대니돈과 김민성의 적시타로 2점을 따라붙으면서 추격의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2회말 시원한 홈런 한 방으로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선두 박동원이 우전안타로 살아나가자 9번 강지광이 데뷔 첫 홈런을 우월 투런포로 장식했다. 4-3 역전.
두산이 4회초 김재호의 좌월 솔로포로 따라붙었지만 넥센은 4회말 그랜드슬램 한 방으로 멀찍이 달아났다. 강지광과 서건창의 연속안타에 이어 고종욱이 우전 적시타를 때려내 다시 앞섰다. 김하성의 몸맞는 공으로 조성된 무사 만루에서 우타석의 윤석민은 두산 선발 유희관 대신 급히 투입된 우완 조승수로부터 가운데 담장 뒤 백스크린을 강타하는 그랜드슬램을 작렬했다. 볼카운트 0-1에서 한 가운데 높은 131㎞ 높은 슬라이더를 통타한 결과였다.
스코어는 눈 깜짝할 사이에 5점차로 벌어졌다. 9-4 넥센의 리드. 사실상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가져가는 만루축포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넥센은 팀홈런 84개로 7위에 머물렀다. 2위 두산(107개)과 23개나 차이가 났다. '홈런 공장' 목동구장에서 외야가 꽤 넓은 고척돔으로 홈구장을 옮겼다. 여기에 KBO리그 최고의 홈런타자로 군림하던 박병호(30, 미네소타 트윈스)와 또 다른 거포 유한준(36, kt 위즈)이 팀을 떠났다. 여러모로 새로워진 넥센은 더 이상 '홈런군단'으로 불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필요할 때는 알토란 같은 홈런을 쳐내면서 상대 마운드가 무시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 넥센은 두자릿수 홈런을 쳐낸 선수 4명을 보유하고 있다. 김하성, 대니돈, 김민성, 그리고 이날 만루홈런의 주인공 윤석민이 각각 1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대형거포는 없어도 라인업의 중심타선을 형성하는 선수들이 분담해서 부족한 장타력을 만회해주는 모습이다.
타선이 적시의 홈런 두 방으로 경기 흐름을 잡자 초반 부진하던 신재영도 힘을 내면서 6이닝 7피안타 3탈삼진 1볼넷 4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7회부터 마운드를 밟은 넥센 구원진은 리드를 착실히 유지하면서 승리를 무사히 지켜냈다. 시즌 11승을 거둔 신재영은 다승 공동 2위로 부상했다.
9-4로 승리한 넥센은 전날 패배를 만회하며 시즌 52승(40패 1무) 째를 품에 안았다. 두산은 60승 대신 31패(59승 1무) 째를 기록했다. 시즌 10승에 도전한 유희관은 3이닝 10피안타 7실점으로 4패 째의 멍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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