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내려가도 6번 정도다."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는 최근 타격감각이 크게 저하된 상태다. 왼발목 부상으로 19일간 쉰 뒤 복귀한 지난달 21일부터 끝모를 타격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꾸준히 5번 중심타자로 기용되고 있지만 1군 복귀 후 타율 1할7푼6리 2홈런 6타점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3일 1군 말소 당시 3할4푼이었던 시즌 타율이 22일 경기 전 마지노선인 3할까지 추락했다.
복귀 후 양의지는 8번타자로 2번, 6번타자로 4번 나섰을 뿐 선발출전한 나머지 12경기에선 꼬박 5번타자로 출전했다. 양의지는 "타격감이 돌아오려면 아직 멀었다. 올해 20홈런도 못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고 있지만 반등을 위해선 다소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그 때까지는 부담없는 하위타선에 기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옵션'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그럴 생각이 없다며 양의지에 대한 믿음을 재차 돈독히 드러냈다. 22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앞서 만난 그는 "양의지는 앞으로도 5번"이라고 못박은 뒤 "상황에 따라서는 6번타자인 에반스 자리에 내세울 수도 있지만 더 밑의 하위타순으로 기용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양의지의 타순을 내리려면 그에 상응하는 능력의 타자가 5번 또는 6번으로 나서야 한다. 그런데 6번타자로 적임자인 오재원이 타격부진으로 2군으로 강등된 상태다. 김 감독은 현재 2번타선도 확실한 임자가 없는 유동적인 상황에서 5·6번 타순을 흔들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김 감독은 고육지책으로 전날에는 좌타자 김재환을 2번타자로 깜짝 기용했다. 올 시즌 주로 4번 또는 7번타자로 나선 그는 5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활약했지만 '김재환 2번 카드'는 아무래도 임시처방으로 봐야 한다.
결국 타선이 전반적으로 주춤한 상황에서 그나마 믿을 수 있는 타자인 양의지의 타순을 손대기 어렵다는 게 김 감독의 판단이다. 그는 "박건우와 허경민 정도를 제외하면 다소 페이스가 떨어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김 감독은 "현재 2군에 머물고 있는 오재원은 빠르면 오는 25일 1군에 합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재원이 타격 컨디션을 회복해서 돌아온다면 '붙박이 1번' 박건우 다음 타선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오재원이 빠진 뒤 두산은 특유의 좌우 '지그재그 타선' 구성에 애를 먹고 있다. 중심타자감인 김재환을 2번에 기용한 데에는 그가 좌타자라는 것도 큰 이유로 꼽힌다. 김재환은 이날 LG전에서도 또 다시 좌익수 겸 2번타자로 선발출전했다.
김 감독의 믿음을 받고 있는 양의지는 이날 3타수 1안타 볼넷 2개를 기록하며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이었다. 두산이 14-3으로 완승하는데 중심타선과 하위타선의 징검다리 역할을 성실히 해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