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빨로맨스', 대박 운빨 없었지만…따뜻했던 '힐링 로맨스'

[이미영기자] '믿보황' 황정음과 '어남류' 류준열의 출격으로 화제를 모았던 '운빨 로맨스'는 결과적으로 '대박'은 못 터트렸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아쉽다. 그래도 누군가에겐 잔잔하지만 따뜻한 '힐링 로코'로 남았다. 썩 나쁘지 않은 결말이다.

지난 14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운빨 로맨스'(극본 최윤교·연출 김경희)는 류준열과 황정음의 해피엔딩 결말이 그려졌다.

이별 후 1년, 심보늬(황정음 분)와 제수호(류준열 분)는 게임 공모전에서 재회했다. 심보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없는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게임을, 제수호는 동굴에서 빠져나온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게임을 공모전에 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게임인 동시에, 자신을 구원해준 연인에 대한 사랑이 담겼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다시 연인이 됐다. 심보늬는 "이젠 아무 걱정 안하고 내 행복만 생각하겠다"고 약속했고, 제수호는 "정답"이라며 달달한 눈빛을 보냈다.

보늬는 달라졌다. 더 이상 '운명'을 걱정하는 삶이 아닌, 긍정적인 마음으로 제수호를 마음껏 사랑했다. 보늬는 반지를 꺼내 제수호에게 "나와 결혼해줄래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당신이어야만 한다"고 프러포즈 했다. 두 사람의 달달한 키스가 마지막을 장식했다. 해피엔딩이었다.

'운빨 로맨스'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다. 미신을 맹신하는 심보늬(황정음)와 수식 및 과학의 세계에 빠져있는 공대 남자 제수호(류준열)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찌감치 캐스팅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던 화제작이었다. 지난해 드라마 '킬미, 힐미'부터 '그녀는 예뻤다'까지 두 작품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믿보황'이 된 황정음과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어남류' 열풍을 일으킨 류준열이 주인공으로 확정됐기 때문. '운'과 '점'이라는 이색 소재를 녹여낸 로코에 대한 관심도 컸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시청자들을 몰입케 하는 강력한 한 방이 부족했고, 결정적 무기가 없었다.

주인공들의 독특한 설정과 입체적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두 남녀의 로맨스를 풀어가는 방식은 다소 진부했고,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있는 캐릭터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 했다. 특히 지나치게 운을 맹신하는 심보늬의 캐릭터는 답답한 상황을 수차례 만들어내며 아쉬움을 남겼다. 막판 늘어진 고구마 전개, 돌고 도는 두 사람의 관계, 뻔한 해피엔딩은 다소 아쉽다.

다만 두 사람의 로맨스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로코의 매력이 충분하게 녹아들었다. 서로를 배려하는 두 사람의 로맨스는 힐링이 됐고, 제수호의 직진 로맨스는 달달하면서도 설렜다. 자신의 운명 앞에서 가슴 아파하는 심보늬의 선택은 안타까웠고, 그럼에도 연인의 선택을 믿고 기다리는 제수호는 멋졌다.

시청률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대작답게 출발이 좋았지만, 끌고 가는 힘이 부족했다. 첫 회에서 시청률 10.3%(닐슨코리아 전국)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했지만, 2회 만에 8%대로 하락했다. 이후 SBS '딴따라'와 KBS 2TV '마스터-국수의 신'과 엎치락뒤치락하며 수목극 순위싸움을 벌였고, KBS2 '함부로 애틋하게'와 맞붙으면서 수목극 3위까지 밀렸다.

배우들은 남았다. 류준열은 '응팔'의 김정환을 벗고 제수호로 여심 저격을 제대로 했다. 짝사랑 실패로 아쉬움을 남겼던 김정환과 달리 자신의 마음에 솔직한 '직진 로맨스'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달달한 매력을 이끌어내며 진가를 발휘했다.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류준열표 로코는 매력있었다.

'믿보황' 황정음은 황정음은 초라한 현실에도 당당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특유의 긍정적인 매력을 뽐냈다. 물론 로맨스에서도 '로코 여신'다운 연기를 보여줬다. 다만 드라마 초반 지나친 '운명론자' 캐릭터는 공감을 얻지 못했고, 전작과 비슷했던 '황정음표 로코 연기' 역시 호불호가 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