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편안하게 골을 넣은 프랑스 공격수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결정력을 보면서 독일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프랑스는 8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마르세유 스타드 벨로드롬에서 열린 독일과의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4강전에서 그리즈만의 두 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프랑스는 결승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유로 2000 우승 이후 16년 만에 앙리 들로네컵(우승컵)을 되찾을 기회를 얻었다.
원톱 올리비에 지루(아스널) 밑에 처진 공격수로 나선 그리즈만은 부담감이 큰 경기임에도 가벼운 움직임과 날카로운 결정력을 보여주며 혼자 두 골을 넣었다. 피지컬에서 우위였던 독일 수비 뒷공간을 쉼없이 파고들었고 수세일 때는 수비 가담에도 열중했다.
0-0으로 맞서던 전반 추가시간, 독일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키커로 그리즈만이 나섰지만, 골문을 지키는 상대는 유럽 최고의 골키퍼로 거듭난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였다. 그리즈만은 팔을 크게 흔드는 노이어를 바라본 뒤 빠른 스텝으로 슈팅해 골망을 흔들었다. 노이어는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그리즈만의 킥은 왼쪽이었다.
그리즈만은 복잡한 상황에서 돋보이는 판단력을 보여주며 추가골까지 넣었다. 후반 27분 폴 포그바(유벤투스)가 독일 수비를 하나씩 제치며 골지역 왼쪽으로 파고든 뒤 중앙으로 가로지르기를 했다. 골키퍼 노이어의 손에 맞고 나온 볼을 그리즈만이 잡았고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슈팅해 골을 만들었다. 순간적으로 힘을 들였다면 볼이 공중으로 향했거나 수비수에 맞고 나갈 수도 있었다.
이 경기 두 골로 그리즈만은 대회 6골을 기록하며 득점왕(골든부츠)에 한 발 가까이 다가섰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지루, 루이스 나니(페네르바체), 디미트리 파예(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가 모두 3골이라 사실상 골든부츠는 그리즈만이 예약해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땅한 해결사가 없었던 독일은 그리즈만의 결정력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4강에서 짐을 싸야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리즈만의 부담은 컸다. 최전방 공격수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가 성추문으로 대표팀에 선발되지 않은데다 지루의 결정력도 떨어졌다. 이는 곧 공격 2선에서 더 많이 해결해줘야 한다는 의미였고 그 중심에 그리즈만이 있었다.
그리즈만은 조별리그 2차전까지는 소속팀 아틀레티코에서 보여줬던 폭발적인 역량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일랜드와의 3차전에서 흐름을 바꾸는 두 골로 2-1 승리를 이끌었고 아이슬란드와의 8강전에서도 중앙선 부근에서 직접 볼을 잡아 골키퍼까지 따돌리며 골을 넣는 능력을 보여줬다. 아틀레티코에서 빠른 역습을 시도할 때 종종 보여줬던 장면을 그대로 해낸 것이다.
프랑스는 1984년 미셸 플라티니, 2000년 지네딘 지단을 앞세워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모두 팀의 중심 역할을 해내는 걸출한 선수가 있었다. 그리즈만이 두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일단 독일전까지는 합격이다. 이제 남은 것은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우승을 뺏어간 호날두의 포르투갈을 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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