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지난 2일 고척 스카이돔에서는 넥센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 당일 오전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의 마이너리그행 소식이 전해졌다.
고척돔을 찾은 취재진은 당연히 염경엽 넥센 감독에게 박병호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로 건너가기 전 몸담았던 팀이 넥센이었고 염 감독과 인연도 오래됐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LG 트윈스 시절부터 박병호를 알았다. 염 감독이 LG에서 운영팀장과 코치 생활을 할 때부터 눈여겨 봤던 선수가 바로 박병호였다.
LG에서 거포 유망주로 꼽혔으나 기량을 꽃피우지 못했던 박병호는 지난 2011시즌 도중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맞춰 넥센으로 이적했다. 넥센 유니폼을 입은 후 그는 팀과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적 첫 해 13홈런을 치며 2005년 KBO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박병호는 2012년부터 펄펄 날았다.
넥센 4번타자를 맡으며 2012년과 2013년 각각 31, 37홈런을 날렸다. 2014년과 지난해에는 52, 53홈런을 쏘아올렸다. 넥센에서 총 186홈런을 쳤고 이를 발판삼아 지난 시즌 종료 후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미네소타에 입단하며 메이저리거가 됐다.
염 감독은 넥센에서 박병호와 다시 만났다. 2011년말 주루코치로 넥센 코칭스태프에 합류했고 2013년에는 지휘봉을 잡았다. 박병호의 '성공시대'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스승이다.
염 감독은 "마이너행 소식을 기사로 봤는데 (박병호에게)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며 "(박)병호 본인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힘내라', '잘 될거다'라는 격려 문자마저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잠시 동안은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할 거라고 본다"며 "연락을 따로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제 팀을 떠난 상황이지만 염 감독은 제자 걱정을 했다. 박병호 뿐 아니다. 박병호보다 한 해 먼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게도 그랬다. 강정호가 지난 시즌 경기 도중 큰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됐을 때도 염 감독은 큰 걱정을 했다.
염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 모두 잘 되길 바라는 건 당연하지만 아무래도 넥센에서 함께 했던 병호나 정호에게 신경이 좀 더 쓰인다"고 했다.
그는 "병호가 슬럼프로 인해 마이너리그로 내려갔지만 오래 그 곳에서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 처한 상황을 잘 버텨내고 이를 발판삼아 다시 메이저리그로 올라와 제 역할을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 꼭 그렇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염 감독이 박병호의 위기 극복을 자신하는 이유는 넥센에서 뛸 때도 수많은 고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처한 상황이나 주변 환경이 다르지만 병호는 넥센에서 뛸 때도 타격감이 떨어지거나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 이를 잘 극복했다.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병호는 염 감독 얘기처럼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바로 다음날(3일) 첫 출전에서 멀티히트를 치며 타격감 회복 기미를 보였다. 미네소타 구단 산하 로체스터 레드윙스 소속으로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 트리플A 팀인 시라큐스 치프스전에서 3타수 2안타 2사사구 1득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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