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선택 영국, 프리미어리그 산업 구조 흔들

[이성필기자] '축구 종가'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즉 유럽연합(EU) 탈퇴는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의 산업 구조를 크게 흔든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입성 자체가 빡빡한 리그다. 자국 선수 육성과 보호를 위해 거미줄같은 규정을 만들어 놓았다. 취업비자(워크퍼밋)를 받아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하려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기준으로 1~10위 국가에서 뛴 선수는 지난 2년간 A매치 30% 이상을 뛰어야 한다.

11~20위는 45%, 21~30위 60%, 31~50위 75% 등으로 조건이 엄격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여름 김보경(전북 현대)이 블랙번 로버스 입단을 눈 앞에 두고 기준에 미달,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뛰지 못하고 일본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다.

물론 EU 국가는 예외였다. 역내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프리미어리그 진출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과거 아스널을 호령했던 티에리 앙리(프랑스, 은퇴)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성기를 이끌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등도 젊은 유망주 시절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최근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에서 프랑스 대표팀의 중심이 된 디미트리 파예(웨스트햄)도 A매치 경력이 적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자국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당장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 다른 국가 신예들의 프리미어리그 입성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EU 탈퇴 절차를 밟는 기간이 있다고는 하지만 취업비자 기준을 충족하는 선수들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한 상황에서 선수들의 이적료나 연봉이 올라가면 최고 수준의 선수 영입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챔피언십(2부리그)과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까지 포함하면 취업비자를 다시 받아야 하는 선수가 332명이나 된다. 챔피언십으로 강등된 애스턴 빌라는 11명이나 팀을 떠나야 한다. 2015~2016 우승팀 레스터시티 역시 은골로 캉테 등 유망 자원들의 이탈이 불가피하다.

천문학적인 중계권료 수입이 줄어드는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의 경영에 있어서 중계권료는 가장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다. 프리미어리그는 중계권 배분이 복잡한 구조인데 스타 선수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판매 자체가 어렵다.

2015~2016 시즌의 중계권료는 25억 달러(한화 약 3조원)나 된다. 아스널(1천767억원), 맨체스터 시티(1천681억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천672억원), 토트넘 홋스퍼(1650억원), 레스터시티(1천616억원) 순으로 중계권료를 벌었다.

인기에 따라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다. 우승을 하지 못했던 아스널이 1위인 이유다. 이 때문에 중하위권 구단들은 존폐까지 걱정해야 한다. 스타가 없는 경기의 중계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프리미어리그 구성원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올 여름 이적 시장부터 프리미어리그가 브렉시트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BBC는 영국 셀퍼드대 스포츠 산업과 사이먼 채드윅 교수의 발언을 인용 "올 여름 이적 시장에서 선수 영입이 어려워질 것이다. 파운드화 가치 폭락으로 선수들의 몸값이 비싸지는 것을 체감하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반대의 의견도 있다. 고든 테일러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 회장은 "브렉시트가 되더라도 프리미어리그에 오고 싶어 하는 선수는 있을 것이다. 꼭 영국을 떠날 이유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각 팀들의 국내파 선수 비중은 높아질 것이다. 이미 자국 출신 만 23세 이하 선수들의 의무 출전 및 엔트리 합류 규정을 만드는 등 잉글랜드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해 보호막을 쳤던 프리미어리그다. 그레그 다이크 잉글랜드 축구협회 회장은 "잉글랜드 젊은 선수들이 1군에 올라갈 장벽이 낮아졌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은 이미 장벽 자체가 높게 형성된 상태에서 진출해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앞으로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의 경우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