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올 상반기 안방극장은 '미친 존재감'의 배우들 덕에 행복했다.
올 상반기 드라마 키워드를 정리하면 '태양의 후예'와 tvN으로 압축되지 않을까. 지상파 가뭄 속 '태양의 후예'가 모처럼 대박을 터트렸고, tvN은 탄탄한 스토리의 수작으로 새로운 드라마 명가 탄생을 알렸다.
화제작의 탄생엔 배우들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치열한 전쟁터에서 이름값을 한 배우들도 있고 '보란 듯이' 기분 좋은 반전을 안긴 스타들도 있었다. '운명작'을 만나 대중들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스타들도,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은 가운데 '내공'을 폭발 시킨 배우도 있다. 출연 분량은 적지만 눈에 띄는 연기로 '주연 잡아 먹는 조연'도 있다.
2016년 상반기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한 연기쟁이들, 인생작을 만나 활짝 핀 배우들을 짚었다.
◆'태양의 후예' 송중기, 이 남자 그 어려운 걸 해냈지 말입니다
'태양의 후예'는 그야말로 신드롬이었다. 100% 사전 제작으로 구축한 높은 완성도, 유행어를 제조해내는 심쿵 대사와 로맨스, 김은숙 작가의 필력에 섬세한 연출까지. 그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작품. 마지막회 시청률 40%에 육박한 '태양의 후예'는 아시아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켰다.
송중기는 '태양의 후예' 인기를 이끈 일등공신이다. 군 전역 복귀작으로 '태양의 후예'를 선택한 송중기는 물 만난 고기마냥 신나게 열연을 펼쳤다. 극중 송중기가 맡은 유시진 대위는 관자놀이에 총구가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용기있는 군인. 까칠발랄한 의사 강모연(송혜교 분)을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유시진은 잘 다듬어진 탄탄한 몸매, 들을수록 매력적인 다나까 말투로 여심을 자극했다. 여기에 시도 때도 없는 사랑 고백, 심각한 순간에도 지치지 않는 농담 센스,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를 목숨 걸고 지키려는 남자의 순정이 더해졌다. 구멍없는 역대급 매력남이었다.
유시진을 완성시킨 건 송중기다. 군인 특유의 남성미는 물론 천상 '사랑꾼'의 면모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입대 전 '꽃미남 배우' '밀크남'으로 불렸던 그는 입대 후 남성미와 카리스마까지 더하며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태양의 후예' 송혜교, 대체불가 그녀…인생작 추가요
송혜교는 안방극장에서 흥행 불패 여배우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아름다움에, 안정감 있는 연기력, 그리고 남자배우와의 환상 케미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여배우다. '태양의 후예'를 만난 송혜교는 또 한 번 배우의 품격을 보여줬다.
'태양의 후예'에서 송혜교는 실력파 외과의사 강모연 역을 맡았다. 누구나 인정할 만한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 TV출연도 거리낄 게 없는 훌륭한 외모의 주인공이다. 우연히 떠난 재난구호 현장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진짜 의미를 발견하고, 사랑하는 남자를 통해 변화하게 되는 인물. 그리고 송혜교는 강모연을 가장 강모연스럽게 완성해냈다. 사랑스럽고 매력 넘쳤다. 송혜교의 내공 있는 로맨스 연기는 대체불가. '송송커플' 송중기와 남다른 케미로 안방극장을 설레게 했다.
물론 송혜교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한류스타였다. 잠시 위기도 있었지만, '태양의 후예'로 날개를 달았고 또 하나의 인생작을 추가했다. 송혜교의 전성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시그널' 조진웅, '아재파탈' 입덕합니다
'시그널'은 방영 내내 뜨거운 화제작이었다. '과거와 현재가 뒤바뀔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 현실감 넘치는 에피소드들,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반전 전개 등은 '시그널'에 몰입하게 한 요소들. 실제 장기미제사건을 모티브로 우리 사회의 슬픈 단면을 드러냈고, 날카롭게 폐부를 찔렀으며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시그널'의 완벽한 성공에는 배우들이 빠질 수 없다. 특히 '열혈 형사' 조진웅은 '시그널'에서 가장 뜨거운 지지를 얻은 인물. 한 번 파헤친 사건에 무조건 직진 뿐인 우직한 형사, 겉으론 까칠한 듯 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인간미를 갖춘 멋진 남자다. 조진웅은 그런 재한의 매력을 200% 살려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가 거대 권력에 맞서 울분을 토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함께 분노했고, 그가 사회 정의를 이야기 할 때 통쾌함을 느꼈다.
이같은 재한을 완성한 건 조진웅이었다. 가벼운 농담부터 무거운 감정 연기까지, 뛰어난 연기력으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평이다. 충무로를 주무대로 탄탄하게 쌓은 내공은 유감없이 발휘된 것. 조진웅의 연기에 수많은 시청자들은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
◆'또 오해영' 서현진, 우리가 사랑한 그녀
'또 오해영'은 막장 드라마가 넘쳐나고, 뻔한 복수극이 넘쳐나는 안방극장에 오랜만에 찾아온 공감 로맨스였다. 억지스러운 인물도, 식상한 요소도 없었다. 보는 내내 웃음과 따뜻한 감동, 그리고 짜릿한 긴장감을 유발하며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고 있다. 서현진은 더없이 예쁘고 사랑스러운, 우리들의 오해영이다.
서현진이 연기하는 오해영은 평범하지만 누구보다 솔직한 인물.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어졌다"며 파혼 당하고, 학창시절엔 동명이인의 예쁜 '오해영(전혜빈 분)' 때문에 '그냥 오해영'으로 불리며 열등감에 시달린 짠한 인물로 공감을 샀다. "사랑은 바라지도 않는다. 나 심심하다, 진짜"라며 솔직한 '일방통행' 사랑도, "그 쪽이 싫어하는 사람 같이 미워해주겠다"는 돌직구 사랑 고백도 시청자들의 무한지지를 받았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꾸밈 없으며, 재지 않고 자신의 밑바닥 감정까지 솔직하게 드러낸 그녀는 참 예쁘다.
어쩌면 어느 드라마의 여주인공보다 평범했을 '그냥 오해영'을 사랑스럽게 만들어낸건 서현진이다. 귀여운 푼수 연기에 깊은 내면을 표현한 섬세한 감정연기까지, 그간 차근차근 쌓아온 내공이 빛을 발했다. 이제는 당당한 '로코퀸'이다.
◆남궁민, 전무후무 악역부터 달달 로코까지…포텐 터졌다
남궁민 이 남자, 올해 제대로 포텐이 터졌다.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으로 시작해 현재 방영 중인 '미녀 공심이'까지, 그야말로 거침 없다. 단순히 '열일'만 한건 아니다. 배우는 연기로 보여주는 법, 그야말로 상반된 캐릭터로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남궁민은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역대급 악역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가 연기한 남규만은 비열하고 제멋대로인 재벌 2세. 지금껏 수많은 배우들이 악독한 재벌 2세를 연기했지만, 남궁민이 입은 캐릭터는 달랐다.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는 초보 운전자를 골프채를 들고 쫓아가는 장면이 두고 두고 회자될 만큼 남규만이 보여준 악행은 클래스가 달랐다. 악의 극한까지 치닫는 남규만은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했지만, 남궁민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으며, 주인공을 뛰어넘는 존재감으로 사랑 받았다.
현재 방영 중인 SBS '미녀 공심이'에는 정반대의 남궁민이 있다. 그가 연기하는 안단태는 정의감으로 똘똘 뭉쳤으며, 심성 바르고 다정한 인물. 그야말로 인간미가 넘치는 캐릭터다. 살벌한 눈빛 대신 따뜻한 눈빛으로 공심(민아 분)을 챙기고, 또 여심을 설레게 하고 있다.
소름 끼치는 악역부터 마성의 매력남까지, 남궁민의 탄탄한 연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궁민의 뒤늦은 전성기, 시청자들은 출구 없는 그의 매력에 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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