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영화 '특별수사'는 관객에게 베테랑 배우 김상호의 연기 역량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킬 작품이다. 작품에서나 현실 속에서나, 늘 사람 좋은 미소와 푸근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다소 단선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인물의 감정을 밀도있게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하지만 힘을 줘야 할 땐 그 한 장면을 확실히 살려내고야 마는 김상호의 연기는 '특별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
지난 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이하 특별수사, 감독 권종관, 제작 ㈜콘텐츠케이)의 개봉을 앞둔 배우 김상호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는 실력도 '싸가지'도 최고인 사건 브로커 필재(김명민 분)가 사형수로부터 특별한 편지를 받은 뒤, 경찰도 검찰도 두 손 두 발 다 든 '대해제철 며느리 살인사건'의 배후세력에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유쾌한 범죄 수사 영화다. 극 중 김상호는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뒤 사형 선고까지 받게 되는 인물 순태 역을 연기했다.
홀로 딸 동현(김향기 분)을 키우며 택시 기사로 살아온 순태는 어느 날 날벼락같은 누명을 쓰고 감옥에 끌려간다. 억울함과 분노는 둘째치고, 그의 가슴을 옥죄는 것은 험한 세상에 혼자 남겨질 착하디착한 딸 동현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이다. 순태는 거칠지만 유능했던 전직 경찰 필재에게 사연을 담은 편지를 보내게 되고, 이를 보게 된 필재가 사건에 뛰어들며 '특별수사'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극 중 상황에 따라, 순태가 관객을 만나는 공간은 대부분이 감옥 안이다. 그 안에서 인물의 감정을 살려낼 수 있었던 데에는 감독과 김상호의 충분한 대화와 소통이 유효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순태가 보여줄 수 있는 감정은 너무나 명확했어요. 갇힌 공간이었기 때문에 더욱 확고했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엔 제 배우 역량에 한계가 있을 것 같아, '영리한 순태를 쓰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순태의 명확한 감정을 계속 보여주게 되면 찡찡대는 것 같고 지겨워질 수 있겠다고 이야기했거든요. 왜, 아무리 예쁜 사람이어도 계속 찡찡대면 싫잖아요.(웃음) 만약 순태의 감정이 잘 보였다면, 그건 우리가 이 캐릭터를 영리하게 썼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감독님이 저를 잘 쓰셨다는 이야기죠."
김상호는 물론, 필재 역의 김명민 역시 '특별수사'의 완성본을 두고 큰 만족감을 표한 바 있다. 김명민은 "시나리오보다 잘 나왔다"는 말을 할 정도니, 편집이 완성된 영화를 두고 배우들이 느낀 감흥을 알 만하다. 배우들의 말대로 군더더기 없는 편집과 빠른 이야기 흐름은 '특별수사'의 미덕 중 하나다.
"(만족감을 표현하는 것은) 우리 영화를 설명하기 위한 추임새가 아니에요. 감독님이 쓴 대본은 이보다 더 친절했거든요. 사건에 대해서도, 인물이 변해가는 과정도 친절했어요. 그 장면들을 찍긴 다 찍었는데 그러고 보니 감독은 친절함이 과해졌다고 판단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편집 후 영화의 모양새가 달라진 것인데, 우리의 경우 아주 좋은 방향으로 달라진 것 아닌가 싶어요."
김상호는 현재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의 원대해 역을 맡아 시청자도 만나고 있다. 공교롭게도 '특별수사' 속 사건의 중심인 '대해제철'이라는 기업과 이름이 같은 인물이다. 드라마 속 원대해는 운영하던 건설업체가 도산한 뒤 대박소프트라는 기업을 인수해 5년 때 경영하고 있는 캐릭터다. 한없이 낙관적이면서, 때로 철이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특별수사' 속 순태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인물이다.
상이한 배역을 맡은 영화와 드라마를 동시에 선보이게 된 소감을 묻자 김상호는 "아마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자신감 있게 답했다.
"쉽게 말해 한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데 두 가지 맛을 느끼게 되는 그런 상황 아닐까요? 중국집에서 짬짜면을 먹는 일이 실망스럽지 않듯이, 시너지가 날 것이라 생각해요. 드라마 속 인물은 생물처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감독과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지금 2016년도에 원대해라는 인물을 투영해 봤을 때, 이 사람은 정말 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이라고요. 사업을 잘 하고 싶은 사람이고, 절대 희화화되는 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죠. 하다보니 생각이 짧아지는 순간이 오고, 환경을 잘 만나지 못해 자꾸 쓰러질 뿐이지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죠. '이 사람은 사기꾼이 아니다'라고 작업에 들어가기 전 결정했어요. 괜찮은 사람,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요. '특별수사'의 순태와 '운빨로맨스'의 대해를 만나면, 사람들도 행복하지 않을까 싶어요."
꾸밈도 거짓도 없는 화법은 배우 김상호가 지닌 진하고 또 깊은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특별수사' 속 필재가 일면식도 없는 순태를 위해 몸을 던지는 것처럼, 인간 김상호 역시 평소 사회적 문제나 이웃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는 편인지 물었다. 그는 "현실에선 (필재처럼)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런 뉴스를 접하거나 이야기를 들으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밖엔 못한다. 분노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사회적 문제를 마주한 사람들이) 연대를 하고, 그 힘과 기존의 기득권들의 싸움을 보면 또 눈물이 나요. 눈물이 많아요. tvN '응답하라 1988'을 보면서도 그랬고.(웃음) 며칠 전엔 뉴스에 초등학생 아이가 생리대를 살 돈 없어서 결석을 했다는 이야기, 그 아이를 찾아간 담임 선생님이 아이를 끌어안고 울었다던 이야기를 듣고 그랬어요. 아버지에게 부담스러울까봐 이야기를 안 했다고 하는데, 그 아이가, 또 그 소식을 들은 아빠가 얼마나 서러웠겠어요. 그런 소식을 들으면 정말 가슴 아픈 것이 사실이죠."
한편 '특별수사'는 오는 1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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