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제 탓이에요."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문규현이 고개를 떨궜다. 지난달 3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주중 3연전 첫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마친 뒤 라커룸으로 들어가던 문규현은 연신 "동료들에게 정말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런 말을 한 이유가 있었다. 5월 2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주말 3연전 둘째 날 경기. 당시 롯데는 엎치락 뒤치락 하던 경기에서 결국 6-9로 졌다. 승부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인 한 장면이 문규현의 실책에서 나왔다.
4-4로 팽팽히 맞서고 있던 6회말 한화 공격, 2사 1, 2루 상황이라 아웃카운트 한 개만 남았다. 롯데는 선발투수 박진형에 이어 강영식, 홍성민이 차례로 등판해 위기에 대처하고 있었다.
타석에 들어선 차일목은 홍성민이 던진 3구째를 받아쳤고 평벙한 유격수 앞 땅볼이 됐다. 그런데 유격수 문규현이 그만 송구 실수를 범했다. 그가 던진 공은 1루수 김상호의 미트를 크게 벗어났다.
실책을 틈타 2루 주자 하주석은 홈까지 내달렸다. 공수교대가 될 상황이 4-5로 역전이 됐고 2사 1, 3루 위기가 계속됐다.
흔들린 홍성민은 후속타자 정근우에게 싹쓸이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4-7로 점수가 벌어졌고 롯데는 결국 이 때 놓친 흐름을 다시 되돌리지 못했다. 28일 패배는 다음날인 29일 경기까지 영향을 줬다. 한화 선발투수 에스밀 로저스 공략에 실패한 롯데는 2-9로 졌다. 한화를 상대로 3연전을 모두 내주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부산에 온 것이다.
문규현은 "공을 잘못 던졌다. 너무 힘이 들어갔다"면서 "던지는 순간 실수를 직감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실책 당시 상황을 되돌아봤다. 그는 "특히 박진형이나 홍성민 등 투수들에게 더 미안했다"고 자책했다.
아쉬운 수비 장면을 보여주긴 했지만 문규현은 현재 롯데에서는 없어선 안될 자원이다.
오승택에게 주전 유격수 자리를 넘기고 시즌 개막을 맞았지만 그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승택이 경기 도중 자신의 타구에 맞아 정강이뼈 분쇄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다.
주전으로 다시 돌아온 문규현은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수비와 함께 타석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문규현은 "그래도 수비가 우선"이라며 "한화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수비 실책뿐 아니라 부상도 조심해야 한다. 오승택이 빠진 상황이라 문규현마저 이탈한다면 팀 입장에선 마땅한 대안이 없다.
그런데 문규현은 올 시즌 들어 벌써 두 차례나 크게 다칠 뻔했다. 지난 4월 28일 수원 kt전과 지난달 26일 울산 LG 트윈스전에서 잇따라 부상을 당했다.
각각 타구 포구와 송구 과정에서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문규현은 "부상을 당하는 것도 내 부주의 탓이 크다"며 "LG전의 경우는 나 때문에 주자(손주인)도 크게 다칠 수 있었다"고 했다.
문규현은 31일 kt전에서 하위타선인 9번에 배치됐지만 무시할 수 없는 활약을 보였다. 롯데가 1-0으로 앞서가고 있던 4회말, 달아나는 귀중한 추가점을 희생번트로 견인했다.
7-2로 점수 차를 벌린 5회말에는 2타점 적시타를 쳤다. 롯데가 경기 중반 여유있게 앞서 나가며 숨을 돌릴 수 있게 타선에서 큰 힘을 보탰다. 롯데는 kt의 추격을 따돌리고 9-5로 이기며 3연패에서 벗어났다. 문규현은 이날 경기서 멀티히트를 치며 3타점을 올렸고 규정타석(151)에는 아직 못미쳤지만 타율 3할(100타수 30안타)을 딱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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