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흔히 타순은 상위와 하위로 구분한다. 타순별로 역할은 다르지만 주로 타격이 좋은 선수들을 상위타선에 배치하고, 반대의 선수들이 하위타선을 책임진다.
9번타자는 하위타선의 대표격이다. 9명의 타자들 가운데 가장 늦게 타석에 들어선다. 가장 타격이 약한 선수를 전략적으로 8번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9번타자 역시 방망이로 위압감을 풍기기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KBO리그를 살펴보면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 9번타자들이 적지 않다. 타순만 보고 얕보다가는 큰코를 다칠 수가 있다. LG 트윈스의 손주인, SK 와이번스의 김성현, 두산 베어스의 김재호, kt 위즈의 박기혁 등이 그 주인공이다.
먼저 팀 별 9번타자의 타율을 살펴보면 kt가 3할1푼으로 가장 높다. LG와 SK는 3할로 그 뒤를 따른다. 두산이 2할8푼3리로 4위. 9번타자 타율 최하위 NC 다이노스의 1할6푼4리와 비교해 크게 차이나는 수치다.
'공포의 9번타자' 대표 주자는 LG 손주인이다. 손주인은 4월 말 뒤늦게 1군에 합류한 이후 5할1푼4리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데, 9번 타순에서 기록한 타율은 5할5푼9리로 더 높았다. 손주인이 하위타선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면서 답답하던 LG 공격력에도 숨통이 트였다.
SK 김성현도 무섭다. 올 시즌 SK가 치른 전 경기(37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6리 4홈런 20타점을 기록 중이다. 김성현의 9번 타순 타율은 3할9푼3리. 3~5번을 제외한 모든 타순을 경험한 김성현이지만 9번 자리에서 가장 강력한 방망이를 휘둘렀다. 0.488에 이르는 장타력이 김성현의 장점이다.
두산 김재호는 지난해부터 '강한 9번'으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해 타율 3할7리를 기록하며 공수에서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탠 김재호는 올 시즌 역시 타율 3할4리로 식지 않는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팀 사정상 6번, 7번, 심지어 1번타자로도 나섰지만 김재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타순은 9번이다.
kt는 4월 말부터 박기혁을 9번에 배치하고 있다. 9번타자로 나선 경기에서 박기혁의 타율은 3할2푼7리. 홈런 1개와 9타점도 보탰다. kt는 박기혁 외에도 하준호(0.462), 김연훈(0.323) 등 유독 9번 타순에서 강한 선수들이 많다.
가장 늦게 등장하는 타자이지만 9번타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상위타선과 직접 연결되는 타순이기 때문. 투수 입장에서 9번타자의 출루는 곧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공포의 9번타자'를 보유한 팀들은 그만큼 득점력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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