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덤덤했지만 특별했던 첫 만남이었다. kt 위즈의 '맏형' 이진영(36)이 지난해까지 7년 간 몸담았던 친정팀을 상대로 맹활약을 펼쳤다.
이진영은 4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kt가 3-2로 승리하며 3연패에서 탈출하는 밑거름이 된 맹활약이었다.
이진영은 전날 29일 LG전에서도 2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두 차례나 출루에 성공했다. LG와의 두 경기에서 6타수 4안타를 몰아친 이진영은 시즌 타율을 3할5푼4리까지 끌어올렸다.
이진영과 LG의 첫 만남으로 관심을 모은 대결이었다. 이진영은 지난해 시즌 종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로 이적했다. 이진영이라는 이름값의 베테랑 선수가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이 충격을 안겼다.
이진영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09년부터 7년 동안 입었던 줄무늬 유니폼이다. 2014년부터는 2년 간 주장 역할을 맡기도 했다. LG에서 이진영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았지만, 세대교체를 위해 양상문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첫 만남을 앞두고 이진영은 "똑같은 경기일 뿐"이라며 LG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30일 경기에서 3안타 맹타를 휘두른 뒤에도 "LG전이라고 특별한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하지만 경기 외적으로 LG와의 시즌 첫 맞대결은 이진영에게 반가운 만남이었다. 경기 전 이진영은 지난해까지 같은 유니폼을 입고 지냈던 동료들과 만나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LG의 새 마무리를 맡고 있는 임정우에게는 "왜 직구가 좋은데 슬라이더만 던지느냐"며 조언을 하기도 했다.
29일 LG와의 첫 경기, 1회초 첫 타석에 들어서면서는 1루 쪽 관중석을 향해 헬멧을 벗고 90도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동안 자신을 응원해준 LG 팬들에 대한 예의를 갖춘 것이다.
지난해 이진영은 타율 2할5푼6리에 그치며 '한물 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보란듯이 3할 중반대의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며 손사레를 치지만, 새 소속팀 kt에서 꾸준한 기회를 부여받고 있는 이진영이 명예를 회복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진영은 "지금 돌아보면 프로라면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지난해 자신에 대한 평가를 받아들였다. 또한 "지금 생각은 LG나 kt 모두에게 윈윈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에서 자신을 떠나보낸 LG에 대한 아쉬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올 시즌 매 경기, 매 타석이 소중하다는 이진영. 정든 팀을 떠난 아쉬움은 훌훌 털어버린 지 오래다. 이제는 막내팀 kt의 최고참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친정팀 LG와의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것도 그 연장선상일 뿐이다.
LG도 이진영이 떠난 빈 자리를 젊은 선수들로 채워넣으며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진영의 바람대로 LG와 kt는 윈-윈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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