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7회말 2사1루. 박경수(32, kt 위즈)는 방망이를 잡은 손에 힘을 줬다. 마운드 위의 브룩스 레일리(롯데 자이언츠)를 매섭게 노려봤다. 26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 kt가 0-1로 끌려가던 상황. 큰 것 한 방이 절실했다. 볼카운트 2-1에서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이 다소 가운데로 몰렸다.
박경수는 먹이를 낚아채는 맹수처럼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힘차게 돌린 방망이 중심에 투구가 정확히 맞았다. 타구는 수원의 까만 밤하늘을 하얗게 가른 뒤 중견수 뒤 하이트펍 왼쪽 관중석으로 빨려들어갔다. 비거리 125m 역전 투런포. 이날 경기의 승부를 가른 결승포였다. 박경수의 시즌 3호포에 힘입은 kt는 2-1로 경기를 승리하고 최근 5경기에서 4승(1패) 째를 챙겼다.
이날 박경수는 앞선 두 타석에선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2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삼진, 0-1로 뒤진 5회 2사 주자없을 때도 역시 삼진으로 무위에 그쳤다. 그러나 7회 3번째 타석에서 시원한 홈런포 한 방을 날리며 이날 승리의 주역이 됐다. 3타수 1안타 2타점의 기록. 1안타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던 값진 투런포였다.
수원에 터를 잡은지 2년째. 박경수는 어느덧 리그 최고의 공격형 2루수 중 하나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LG 트윈스에서 FA로 kt 유니폼을 입은 지난해 137경기에서 타율 2할8푼4리 22홈런 73타점을 기록했다. 경기수, 타율, 홈런, 타점 모두 개인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원래 만만치 않은 펀치력의 소유자인 그는 힘있는 타자에게 유리한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새롭게 장타자로 변신했다. 하위타순의 첨병 역할을 맡으며 중요한 순간 심심치 않게 날리는 홈런포는 그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해가 바뀐 올시즌. 박경수의 활약은 여전히 꾸준하다. 이날까지 21경기에 나선 그는 타율 3할2푼4리(71타수 23안타) 3홈런 9타점의 눈에 띄는 성적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초여름부터 본격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고감도 타격감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시즌 멀티히트 6차례에 3안타 경기도 2번 기록했다. 2루타 이상 장타를 쳐낸 적은 10번이다.
박경수는 "그동안 밴와트가 잘 던져줬는데도 타선에서 도움을 주지 못해 많이 미안했다. 이번 만큼은 꼭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오늘 레일리 구위가 너무 좋았는데 실투를 노렸다. 그것이 좋은 결과로 연결되어 정말 기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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