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28)가 18년만의 '잠실 홈런왕', 그리고 35년만의 '첫 LG 홈런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히메네스는 25일 현재 9홈런으로 KBO리그 전체 홈런 1위에 올라 있다. 민병헌(두산), 대니 돈(넥센), 최정(SK), 마르테(kt) 등이 5홈런으로 공동 2위 그룹을 이룬 상황. 히메네스는 이들을 4개 차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있다.
히메네스의 홈런은 지난 24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LG의 역전승을 견인하기도 했다. 0-2로 끌려가던 7회초 좌월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잘 던지던 넥센 선발 피어밴드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린 것. 결국 LG는 넥센의 불펜을 상대로 역전에 성공하며 5-3으로 승리, 3연전을 싹쓸이당할 위기에서 벗어났다.
개막 이후 꾸준하게 홈런 수를 쌓아올린 히메네스다. 18경기에서 9개의 홈런으로, 2경기 당 1홈런 꼴이다. 몰아치기에도 능해 15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21일 잠실 NC 다이노스전 등 멀티홈런도 벌써 두 차례나 나왔다.
개막을 앞두고부터 히메네스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다. 양상문 감독은 "20개는 무조건 넘길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 이상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시즌 중 대체선수로 들어와 11홈런을 기록했던 히메네스는 2년차 시즌을 맞아 적응까지 마치며 더욱 무서운 선수로 성장했다.
삼진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12볼넷을 얻어내는 사이 48차례나 삼진을 당했던 히메네스는, 올 시즌 7볼넷 8삼진을 기록 중이다. 볼넷-삼진 비율이 거의 4배 가까이 향상됐다. 이는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한 대처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이대로라면 히메네스가 홈런왕에 등극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사실 히메네스는 홈런왕에 오르기 힘든 조건이다. 전국에서 가장 넓은 규모의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 양상문 감독도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 홈런왕이 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히메네스는 9개의 홈런 중 4개를 잠실구장에서 터뜨렸다. 아직까지 구장의 크기는 히메네스의 홈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모습. 히메네스는 강력한 펀치력을 앞세워 홈런 비거리도 상당한 편이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홈런왕에 등극한 마지막 사례는 지난 1998년 타이론 우즈(OB)다. 외국인 선수 도입 원년이던 당시 우즈는 42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히메네스가 18년만에 잠실 홈런왕에 도전하는 셈이다.
'잠실 홈런왕'보다 더 큰 의미도 있다. LG의 창단 첫 홈런왕 배출이다. KBO리그에서는 지난 34년 간 2차례 잠실 홈런왕이 탄생했다. 1998년의 우즈와 1995년의 김상호(OB, 25개)다. 두 선수 모두 두산 베어스의 전신인 OB 출신. 즉, LG 선수 중 홈런왕을 차지한 선수는 여태껏 한 명도 없었다는 뜻이다.
히메네스가 올 시즌 홈런왕에 등극하면 MBC 청룡 시절을 포함해 35년만에 처음으로 LG 선수가 홈런왕 타이틀의 주인공이 된다. 불을 뿜고 있는 히메네스의 방망이가 잠실벌에 새로운 홈런 역사를 작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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