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 선수단 전체가 각성의 시간까지 가졌지만, 역부족이었던 포항 스틸러스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K리그 클래식도 빈약한 공격력에 허술한 수비까지 총체적 난국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포항은 19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5차전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5점)에 0-2로 졌다. 승점 4점으로 조 꼴찌가 된 포항은 20일 시드니FC(호주, 9점)-우라와 레즈(일본, 7점)전에서 우라와가 승점 1점이라도 얻으면 탈락의 쓴잔을 마신다.
만약 시드니가 이기면 포항은 우라와와의 최종전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 그래도 시드니가 광저우를 잡아준다는 조건이 따라야 한다. 이 경우 포항은 우라와와 승점 7점으로 동률이 되는데 승자승에서 포항이 2승이 되며 16강 진출이 가능하지만, 확률이 상당히 낮은 시나리오다.
올 시즌 초반 포항의 경기력은 그야말로 최악 수준이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5경기 1득점 4실점이다. K리그 클래식도 6경기를 치르는 동안 7득점 8실점을 했다. 총 11경기 8득점 12실점, 특히 득점이 경기당 0.7골로 빈약하다.
공격을 제조해줘야 할 손준호가 무릎 인대 파열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가운데 주전 골키퍼 신화용, 측면 수비수 김대호도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6일 상주 상무와의 클래식 6라운드에서도 0-2로 무기력하게 패하고 말았다.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상주전 종료 후 포항 클럽하우스에 도착해 선수단이 대화의 시간을 가졌지만 광저우전에서도 0-2로 패하고 말았다.
최진철 감독은 빠른 패싱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상 겉으로 드러나고 있는 포항의 경기 스타일은 수비에 무게를 둔 패싱 축구였다. 뒤로 물러서서 상대의 공격을 막다 보니 선수들의 체력 소모는 훨씬 더 많아졌다. 공격도 상대 수비가 틀을 잡은 뒤 시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위력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공격 효율성이 떨어지니 골을 넣기는 더욱 어렵다. 최진철 감독은 라자르를 선발로 내세우면 후반에는 양동현을 교체 투입한다. 또는 양동현이 선발로 나서면 라자르를 측면으로 이동시킨다. 상대팀이 다 아는 전략이다.
공격 방법도 라자르가 상대와의 경합에서 얻어낸 볼을 공격 2선이 받아 슈팅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상대가 포항의 공격 루트를 읽어내기가 어렵지 않다. 라자르는 슈팅 기회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전방에서 시간만 보내고 말았다.
물론 최진철 감독이 선수를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시즌 시작 전 포항 구단의 허리띠 졸라매기 정책에 따라 공격수 양동현, 미드필더 조수철 외에는 특별한 영입이 없었다.
그러나 제로톱 등 다양한 극복 방법을 시도해볼 수도 있었지만 꽤 많은 경기를 치르고도 최 감독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실히 보여주지 못했다. 최 감독은 "(원톱) 양동현 등이 원활하게 움직여줘야 하는데 단순한 패턴이 드러났다. 공격 다양성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광저우전 무득점 패배의 실패 원인을 정확하게 짚었다.
전임 황선홍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 김승대를 제로톱으로 세우면서 상대를 짧은 패스로 집요하게 공략하는 등 자원 부족 시 위기 탈출 방법을 찾아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리그 경기라도 잘 해내려면 틀을 다시 세워야 한다. 글자 몇 자를 적어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이 아닌, 진정성 있는 말이 오가는 대화로 서로의 진심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 보이는 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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