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주머니 속의 송곳은 언젠가 튀어나오는 법이다. NC 다이노스의 지석훈(32)이 그렇다.
지석훈은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 8번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 6회초 승부에 쐐기를 박는 홈런포를 터뜨렸다. 지난 17일 롯데전 첫 홈런에 이어 두 경기 연속 홈런포 가동이다.
이날 지석훈은 올 시즌 세 번째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주전 2루수 박민우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기 때문이었다. 개막 후 줄곧 백업 역할을 해오던 지석훈은 박민우가 결장한 15일부터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지난해만 해도 지석훈은 NC의 당당한 주전 3루수였다. 그러나 FA 최대어 박석민이 NC와 계약하며 지석훈은 순식간에 백업으로 밀렸다. 지석훈으로서는 억울할 만도 한 상황이었다.
지석훈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 것은 박민우의 수비 부진 때문. 박민우는 수비에서 잇따라 실책을 범하며 결장하기 시작했고, 끝내 1군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 김경문 감독은 "박민우는 앞으로 더 우리 팀을 이끌어야 할 선수"라며 "이번 기회에 안정을 취하라는 뜻"이라고 박민우의 2군행을 설명했다.
이어 김 감독은 "그동안 (지)석훈이가 실력이 없어서 못 나갔던 것이 아니지 않은가"라며 "그래서 야구는 팀워크라고 말하는 것이다. 부득이하게 희생도 필요하다. 그동안 석훈이가 대타로만 나가면서 감을 잡기 힘들었는데, 안타도 나왔으니…(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사령탑의 표현대로 묵묵히 팀을 위해 백업 역할을 맡으며 '희생'해 온 지석훈. 그의 방망이는 선발 출전을 기다렸다는 듯 서서히 예열을 시작했다. 15일 롯데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17일 롯데전에서 4타수 2안타 멀티히트에 마수걸이 홈런까지 터뜨렸다.
그리고 이날 LG와의 경기. 첫 두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난 지석훈은 6회초 3-1로 앞선 1사 2루 상황에서 상대 선발 소사의 초구 시속 149㎞짜리 빠른공을 잡아당겨 좌월 투런포로 연결시켰다. 점수 차를 5-1까지 벌리는 귀중한 한 방. 결국 NC는 LG를 8-1로 꺾었다.
외부에서 대형 선수 영입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주전 자리를 내놓아야 했던 지석훈이다. 자칫 힘이 빠질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지석훈은 불평없이 묵묵히 때를 기다렸고, 팀이 자신을 꼭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날 지석훈은 쐐기포 포함, 4타수 1안타 3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지석훈이 있었기 때문에 김경문 감독도 과감하게 박민우를 2군으로 내려보낼 수 있었다. 주전 한 명이 빠져나가도 그 공백을 빈틈없이 메울 수 있는 선수층. 그것이 바로 NC가 강팀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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